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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샤를 미셸 전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 “다극적 세계, 자유주의 질서의 마지막 국면 지나는 중”[2026 경향포럼]

샤를 미셸 전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17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위력의 시대 - 힘의 세계에서 공존의 길을 묻다’를 주제로 열린 <2026 경향포럼> 강연에서 상호존중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국제관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샤를 미셸 전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 “다극적 세계, 자유주의 질서의 마지막 국면 지나는 중”[2026 경향포럼]

기조강연

샤를 미셸 전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17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위력의 시대 - 힘의 세계에서 공존의 길을 묻다’를 주제로 열린 <2026 경향포럼> 강연에서 상호존중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국제관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color@kyunghyang.com

세계질서 변화 요인으로 미·중 경쟁, 군사분쟁 증가 등 5가지 꼽아

협력보다 강압의 시대…한국·유럽연합 예로 들며 “파트너십 확대”

샤를 미셸 전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17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6 경향포럼> 강연에서 지금의 국제사회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마지막 국면을 지나고 있으며, 협력보다 강압이 지배하는 새로운 시대로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미셸 전 의장은 “과거 국제질서는 협력이 대립보다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믿음 위에 세워졌지만, 오늘날에는 경제적 의존이 무기가 되고 무역이 지정학적 탄약이 되고 있다”며 현재의 국제질서가 “강압의 시대(Age of Coercion)”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러한 변화를 이끄는 다섯 가지 핵심 동력으로 미·중 전략 경쟁, 군사분쟁 증가, 기술·데이터 중심의 새로운 전장 등장, 중견국 부상, 국제기구 기능 약화를 꼽았다. 특히 미·중 경쟁은 단순한 무역 갈등을 넘어 기술과 산업, 군사력을 둘러싼 전면적 패권 경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양국 경제가 깊이 연결된 만큼 완전한 디커플링(탈동조화)은 현실적이지 않으며, 각국은 전략적 취약성을 줄이면서 개방성을 유지하는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사분쟁 증가 역시 국제질서 변화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 그는 2024년 국가가 관여한 무력충돌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며 “무력의 법칙이 다시 법치주의를 대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최근 미·이란 전쟁으로 불거진 중동의 분쟁을 예로 들며 “무력 사용의 여파는 결코 전장에서 끝나지 않는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는 전 세계에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미셸 전 의장은 기술 패권 경쟁도 새로운 지정학적 전장으로 부상했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핵심 광물과 데이터가 국가 안보의 핵심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향후 이 분야 선도 국가가 글로벌 규칙을 정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는 세계 메모리 반도체 생산의 중심인 한국이 이러한 지정학적 경쟁의 중심에 서 있다고 평가했다.

중견국의 영향력 확대도 미셸 전 의장이 주목한 변화다. 그는 튀르키예·브라질·걸프국과 한국 등을 언급하며 “오늘날 세계는 더는 미국과 중국만이 결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각국은 특정 진영을 택하기보다 사안별로, 이해관계별로 협력 대상을 구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추구한다는 취지다.

국제기구 개혁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으며 현재 구조가 1945년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아프리카 등 주요 지역이 충분히 대표되지 못하고 있다며 상임이사국 확대와 거부권 개혁 등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변화에서 유럽이 “더 영향력 있고, 더 회복 탄력적이어야 한다”며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짚었다. 러시아의 에너지, 중국의 제조업, 미국의 안보에 의존하던 시대는 끝났기 때문에 경쟁력과 안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십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유럽은 ‘미국 우선주의’와 ‘중화의 꿈’ 사이 조정 변수에 불과한가. 그렇지 않다”며 “다극적 세계에서 파트너십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EU와 대한민국의 파트너십은 양측이 함께 구축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강력한 모범”이라며 “한국과 EU 같은 가치 공유 국가들의 협력, 국제기구 개혁, 국제법에 대한 일관된 존중이 새로운 국제질서의 토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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