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를 반반 나눠 쓴 맞벌이 부부라도 한 사람은 카드 소득공제를 한 푼도 받지 못할 수 있다. 각자의 급여에 따라 공제받기 위해 넘어야 할 지출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연말까지 남은 두 달 동안 생활비 결제와 자녀 공제를 어떻게 나누느냐가 부부의 세 부담을 가른다.
박담(사진) 하나은행 WM본부 리빙트러스트컨설팅부 상속증여팀 세무전문위원은 “소득이 적은 배우자에게 신용카드 사용액을 전부 몰아주는 것이 항상 유리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카드 공제의 문턱과 한도, 부부 각각의 세율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조언이다.
카드값 1500만 원인데 공제 못 받는 이유
카드 소득공제는 연간 공제 대상 사용액이 총급여의 25%를 넘어야 초과분에 대해 적용된다. 박 위원은 “부부 합산이 아닌 각각 개인별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총급여가 7000만 원이면 1750만 원, 5000만 원이면 1250만 원을 초과해 써야 한다. 두 사람이 일반 공제 대상인 체크카드 사용액 3000만 원을 각각 1500만 원씩 나눠 썼다면 총급여 7000만 원인 배우자는 카드 소득공제를 받지 못한다. 총급여 5000만 원인 배우자는 기준을 초과한 250만 원에 체크카드 공제율 30%를 적용해 75만 원을 소득공제받는다. 이때 75만 원은 환급액이 아니라 세금 계산의 기준이 되는 소득에서 빼주는 금액이다.
남은 두 달 동안 결제 수단을 정할 때는 누적 사용액부터 확인해야 한다. 일반 사용분의 공제율은 신용카드가 15%, 체크카드와 현금영수증이 30%다. 박 위원은 "총급여의 25%까지는 할인·포인트 혜택이 있는 신용카드를 활용하되 초과분에 대해서는 체크카드나 현금영수증으로 소비하는 것이 세금적으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한쪽이 몰아쓰기 전, 한도·세율 비교해야
소득이 적은 배우자는 공제받기 위한 최소 사용액도 적다. 하지만 이미 한도까지 공제받을 만큼 사용했다면 생활비를 계속 몰아줘도 일반 사용분의 공제액은 더 늘지 않는다. 박 위원은 카드 사용액이 많을 때는 “오히려 각각 카드를 나눠 써서 두 사람이 모두 한도만큼 공제받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26년 사용분부터는 자녀 수에 따른 한도 확대도 확인해야 한다. 총급여 7000만 원 이하 근로자의 카드 소득공제 기본한도는 300만 원이다. 공제 요건을 충족하는 자녀가 1명이면 350만 원, 2명 이상이면 400만 원으로 늘어난다. 총급여가 7000만 원을 넘으면 기본 250만 원에서 자녀 1명은 275만 원, 2명 이상은 300만 원으로 확대된다. 전통시장·대중교통 등 별도 추가 공제 대상 사용분은 따로 살펴야 한다.
공제받는 금액이 같더라도 적용 세율에 따라 절세 효과는 달라진다. 박 위원은 “같은 300만 원을 공제받아도 세율이 24%인 사람은 72만 원, 15%인 사람은 45만 원 세금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공제 전후 같은 세율 구간이 유지된다는 전제로 지방소득세는 제외한 금액이다.
자녀 공제는 병원비 낸 쪽 확인해야
부양가족 기본공제는 일반적으로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 배우자가 받는 것이 유리하다. 1명당 150만 원을 소득에서 빼주기 때문에 같은 세율 구간이 유지된다면 세율 15%에서는 소득세가 22만 5000원, 24%에서는 36만 원 줄어든다. 박 위원은 “부부 모두 같은 세율 구간이라면 어느 쪽에 적용해도 이 부분은 같다”고 설명했다.
반면 의료비 세액공제는 일반적으로 총급여의 3%를 넘는 지출에 적용돼 급여가 적은 쪽의 공제 대상 금액이 더 커질 수 있다. 총급여 7000만 원이면 210만 원, 5000만 원이면 150만 원을 초과한 의료비가 대상이다. 자녀 기본공제를 배분할 때 의료비 공제 효과도 함께 따져야 하는 이유다.
다만 자녀의 기본공제를 받는 부모가 병원비도 직접 내야 한다. 아빠가 기본공제를 받고 엄마가 병원비를 냈다면 두 사람 모두 해당 의료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다. 아빠는 실제 지출자가 아니고 엄마는 배우자의 기본공제 대상자를 위해 지출했기 때문이다.
박 위원은 “실손보험으로 돌려받은 금액은 의료비에서 차감해야 한다”며 “병원비를 카드로 결제했다면 카드 소득공제와 의료비 공제 둘 다 적용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모님 집 팔았다면 소득 요건 재확인
부양가족 공제는 누구에게 배분할지에 앞서 대상이 되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같은 부모님이나 자녀를 부부가 중복으로 기본공제받을 수 없다. 박 위원은 “연말정산 때는 회사에서 걸러지지 않다가 나중에 국세청 전산에 걸려 세금을 추가로 납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소득 요건도 놓치기 쉽다. 기본공제를 받으려면 부양가족의 연간 소득금액이 100만 원 이하여야 한다. 근로소득만 있다면 총급여 500만 원 이하가 기준이다. 연금·임대소득뿐 아니라 퇴직소득과 양도소득도 확인해야 한다.
박 위원은 부모님이 주택을 팔아 양도소득금액이 100만 원을 넘었는데도 기본공제를 적용받았다가 세금을 추징당한 상담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부모님 명의 부동산 등 양도소득 대상 자산을 처분했다면 연말정산 전에 양도소득금액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비과세 소득은 소득 요건을 판단할 때 제외되기 때문에 주택을 팔았더라도 비과세 적용 여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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