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동 지능생태정보실장<사진 도복희 기자>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감소가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시대다. 자연을 지키는 방식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제 생태 보전은 현장 조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지능형 생태’가 새로운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 중심에 김기동(58세 사진) 국립생태원 지능생태정보실장이 있다.
2025년 신설된 지능생태정보실은 AI와 빅데이터를 생태 연구에 본격적으로 접목하기 위해 출범한 조직이다. 세 개 팀, 18명의 전문 인력이 기관 전반의 AI 전략 수립과 생태 빅데이터 구축, 정보보안까지 담당하고 있다. 김 실장은 생태 데이터는 미래를 예측하는 나침반이며, 생태정보를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설명했다.
현재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생태정보 플랫폼 ‘에코뱅크’의 고도화다. 전국 자연환경조사와 연구 성과를 통합한 이 플랫폼에 생성형 AI 기능을 접목해 국민 누구나 질문만으로 생태정보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그는 이를 “말로 묻고 눈으로 생태정보를 받는 시대의 시작”이라고 표현했다.
AI와 빅데이터의 도입은 생태 연구의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변화 예측, 멸종위기종 서식지 진단, 외래종 확산 분석, 개발과 보전의 균형 전략까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가능해졌다. 김 실장은 전문가 한 사람의 경험보다 데이터와 AI가 결합된 종합 분석이 더 빠르고 정확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데이터의 신뢰성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AI의 정확성은 데이터 품질에서 결정되며, 잘못된 정보는 잘못된 결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생태 데이터는 야생동식물 관찰 기록, 위성·드론 영상, 장기 모니터링 자료 등 오랜 시간 축적된 결과이며, 이러한 데이터가 있어야 기후위기 대응 정책도 설계할 수 있다.
한국 생태계의 가장 큰 위협으로는 기후변화와 외래종 확산, 개발 압력,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지목했다. 한반도는 지형과 해양 환경 특성상 기후변화 영향이 크게 나타나는 지역이며 생물다양성 손실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생태계 관리가 여러 부처에 분산된 현실을 지적하며 국가 차원의 통합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기억에 가장 강하게 남은 현장은 DMZ 생태조사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이 보여준 풍경은 자연의 회복력과 적응력을 실감하게 한 경험이었다. 동시에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프로젝트는 에코뱅크 구축이다. 2019년 대국민 서비스 이후 이용자가 급증하며 국제 논문에서도 200편 이상 인용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김 실장은 시민 참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외래생물·멸종위기종 신고, 로드킬 제보, 시민참여 자연환경조사는 국가 생태 정책의 중요한 기초자료가 된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한 장의 사진이 국가 생물다양성 정책을 바꿀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생태학을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생태학은 자연과학, 공학, 인문학이 결합된 융합 학문이며 미래 세대의 삶을 지키는 지구 보안관이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데이터로 자연을 읽고 미래를 예측하는 시대다. 김기동 실장의 도전은 한국 생태 보전의 새로운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서천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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