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개혁 끝났는데 감정싸움 웬 말” 여권 안팎 ‘자제’ 목소리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43회 국무회의에서 자료를 읽고 있다. 이준헌 기자
이 대통령 ‘조국 입장 번복’ 비판 등
청·강경파, 서로 과거 발언 꼬투리
이재명 대통령이 조국혁신당 등 검찰개혁 강경론자들이 과거 입장을 바꿨다고 지적하면서 때아닌 보완수사권 존치를 둘러싼 청와대와 범여권 강경파 간 공방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2일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출범으로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를 뼈대로 한 제도개혁은 마무리됐지만, 범여권 내에서 과거 발언을 끄집어내 상대의 개혁 의지를 문제 삼는 논쟁이 이어진 것이다. 양측 모두 소모적 공방을 멈추고 제도 안착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논쟁의 발단은 이 대통령이 지난 5일 SNS에 올린 글이었다. 이 대통령은 엑스에 “조국혁신당은 물론 검찰개혁 주장자 대부분이 법무부 내에 수사 담당 중수청, 기소 담당 공소청을 두자고 했다.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주자는 주장과 함께”라고 적었다. 조국 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이 과거에는 보완수사권 존치를 주장하다가 입장을 바꿨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또 다른 글을 통해 “검찰개혁을 빙자해 사심으로 인사와 구체적 수사·공소 업무까지 좌지우지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를 ‘친윤석열·반검찰개혁 인사’로 규정하며 반대해온 범여권 강경파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는 청와대와 혁신당 사이의 공방으로 번졌다. 청와대 대변인실은 그날 오후 11시21분 공지를 통해 “조국 전 대표는 2025년 8월29일 <장윤선의 취재편의점>에 출연해 조건을 붙여 ‘보완수사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임을 스스로 밝힌 바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과 사법개혁 후 첫 국무회의 참석한 ‘대행 3인방’
국무회의에 참석한 전종민 중수청장 직무대행과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 이정현 공소청장 직무대행(오른쪽 사진 왼쪽부터)이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준헌 기자
혁신당 “청의 정치 행위 우려”
추미애 “정권 사익” 우회 비판
김민석 “과한 주장, 제어할 때”
일각선 “대통령 말이 논란 키워”
청와대는 “혁신당 역시 보완수사권과 같은 세부 사항에 대해 거듭 입장을 바꾸어온” 만큼, “작은 차이에 쇄말(아주 작음)적으로 매달리기보다 이미 불가역적으로 진행된 검찰개혁 완수 과정에 함께해달라”고 했다.
혁신당은 반박에 나섰다. 조 원장은 6일 페이스북에서 자신이 과거 예외적인 보완수사권 허용을 언급한 것은 공소시효가 임박했거나 사법경찰관이 정당한 사유 없이 반복적으로 수사에 불응하는 등 사법적 비상상황에 한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조 원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에서 법률이 통과해 (검찰개혁이) 끝났는데 과거의 입장이 뭐였냐를 묻는 게 지금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소모적”이라고 말했다.
임명희 혁신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청와대가 혁신당의 과거 발언을 떼어내 “입장 번복 프레임”을 만들고 있다고 반발했다. 논평 초안에는 청와대의 대응이 “민주개혁 진영의 개혁 블록을 흔들려는 속내라면 이는 대단히 위험한 정치 행위”라는 문구까지 담겼다가 최종본에서 삭제됐다. 혁신당은 최종 논평에서 “청와대가 정치적 의도를 관철하기 위해 정치 행위에 나선 점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추미애 경기지사도 이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반박했다. 추 지사는 전날 페이스북에 “정권의 사익과 부패 카르텔의 이권이 아니라 진정한 국익과 정의로운 역사를 위해서 누군가는 지치지 말고 묻고 또 묻고 기록하고 기억해야 한다”며 “사실도 왜곡하는 검찰 세력에 치를 떤다”고 적었다. 이 대통령의 ‘사심’ 비판에 맞서 김 후보자 같은 인사를 중용하는 것이 부패 카르텔의 이권이나 정권의 사익에 부합한다는 취지의 반박으로 풀이된다.
여권 내에서는 자제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유튜브 <민주당TV>에 출연해 “과한 요구나 주장으로 과거처럼 전체 개혁의 진영과 전선, 대통령 리더십 자체에 훼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면 당에서 조금 제어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제도개혁이 끝난 사안인데 과거의 지나간 발언을 놓고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 대통령과 강경파 모두 자제와 상호 관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대통령은 (인사권 등에서) 우위에 있는데 양쪽의 갈등으로 비치면 대통령이 갈등의 한 당사자처럼 보일 수 있다”고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여권 강경파를 향해 “중수청이 이미 개청한 상황에서 이제는 후속 조치를 해야 하는데 논의가 더 지체되는 것은 과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을 향해서는 “대통령이 말하면 말할수록 논란이 커진다”며 “기자회견에서 한 번 정도 얘기했으면 나머지는 청와대나 당에서 얘기할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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