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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새 주인 맞는 대구백화점, 부동산 개발·복합문화공간 '청사진'

82년 업력의 대구백화점 경영권이 새 주인에게 넘어간다. 설립자 2세인 구정모 대백 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지분 중 25.82%를 역외업체로 파악된 세경인베스트와 아람코리아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다.

경영권 인수 ‘세경인베스트’, 본점·프라자점 사업 전환 방안 제시

82년 업력의 대구백화점 경영권이 새 주인에게 넘어간다. 설립자 2세인 구정모 대백 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지분 중 25.82%를 역외업체로 파악된 세경인베스트와 아람코리아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다.

1940년대 지역 상업자본을 기반으로 출발해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백화점으로 성장했던 기업이 오너경영 체제를 마무리하게 된 건 지역 유통시장의 변화와 지방 백화점 산업의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대백의 경영권 매각은 전국 단위 유통기업의 공세, 온라인 중심의 소비 패턴 전환, 지역 소비시장 축소와 도심 상권 변화, 대백의 자산 중심 생존전략이 장기간 맞물린 끝에 나온 결과다. 지역 경제계에선 다음달 경영권 매각이 최종적으로 성사되면 결국엔 대백이 유통업을 장기간 이어가지 못하고 부동산 개발회사로 재편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영권 인수에 나선 세경인베스트 측은 대백의 핵심 부동산 자산을 기반으로 한 복합 개발 방향을 제시했다.

◇지역 유통사 상징, 대백 80년의 부침

2000년대 초반까지 동성로 대백 본점은 지역 최대의 유동인구를 자랑하는 대표적인 ‘만남의 장소’이자 대구·경북지역 유통업의 절대강자로 통했다. 주말이나 명절이 되면 백화점 주변이 북새통을 이뤘을 만큼 대백 본점 인근 상권은 지역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였다.

1950년대 대구백화점 모습.

대구백화점은 ‘대구’라는 지역 이름을 단 향토백화점 가운데 유일하게 명맥을 유지해온 유통기업이다. 창업주인 고(故) 구본흥 회장이 1944년 1월 중구 삼덕동의 66㎡ 남짓한 대구상회를 인수하면서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1년 후 지금의 본점 자리에 있던 유복상회를 흡수한 대구백화점은 1969년 그 자리에 당시 대구에서 가장 높았던 10층짜리 현대식 백화점을 신축했다. 한강 이남에선 처음으로 정찰제를 도입하고 유통근대화 사업에 동참해 이를 철저하게 지켰다는 점에서, 대구지역 정찰제 정착과 유통구조 단순화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82년간 지역 유통 상징적 역할

‘빅3’에 밀려 독점적 지위 약화

본점 영업 중단 후에도 회복 난항

새로운 투자자에 경영권 매각 결정

‘5년 표류’ 본점 개발 새로운 국면

1969년 법인 전환 이후 백화점 사업을 본격화했고 1970~1990년대에는 대구·경북 소비시장을 사실상 이끌며 서울 백화점과 견줘도 뒤지지 않는 지역 1위 자리를 지켰다. 지역 대표 쇼핑 1번지로 수십 년간 성장한 대백은 1993년 9월 대백프라자점도 개점하며 승승장구했다.

1990년대 대구백화점 본점 일원.

전성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거치며 유통산업이 전국 단위 경쟁 체제로 재편되기 시작하면서다. 대구에는 2003년 롯데백화점 대구점, 2010년 현대백화점 대구점(더현대대구), 2016년 대구신세계백화점이 잇따라 문을 열면서 경쟁이 본격화됐다. 전국 단위 유통기업들은 자본력과 브랜드 경쟁력을 앞세워 지역 소비자를 끌어들였고 대백이 누려왔던 독점적 지위는 점차 약화했다.

유통 환경도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온라인 쇼핑과 모바일 플랫폼이 일상화되면서 백화점은 단순 판매 중심에서 체험과 문화, 프리미엄 콘텐츠를 갖춘 공간으로 변화했지만 이를 유지하려면 지속적인 투자와 브랜드 경쟁력이 뒷받침돼야 했다. 대백이 감당하기에는 쉽지 않은 경쟁이었다.

지역 소비 기반이 축소된 점도 부담을 키웠다. 인구 감소와 지역 경기 둔화가 이어지면서 백화점 산업을 둘러싼 경영 환경은 갈수록 악화했다. 매출을 늘리는 것보다 기존 고객을 지키는 일이 더 어려워졌고 새 성장동력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특히 2020년 초 코로나19가 대구에서 크게 확산하면서 거주인구가 적은 동성로 상권이 직격탄을 맞았고, 대백은 결국 약 1년 반 정도를 겨우 버티다 2021년 7월 1일부로 본점 영업을 중단했다.

고질적인 경영난에 빠진 대백은 사업 구조를 조정하며 대응에 나섰다. 보유 자산을 활용한 임대사업을 확대하고 자산 효율화를 추진하는 등 재무 안정성 확보에 집중했다. 유통업 본연의 경쟁력을 키우기보다는 자산을 활용해 기업을 유지하는 전략의 비중이 점차 커졌다. 경영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었지만 백화점 사업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회복시키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백화점 영업 실적보다 도심 핵심 입지와 부동산 활용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리면서 유통기업으로서의 성장성보다는 자산 활용 가치가 주목받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이런 흐름은 결국 경영권 매각으로 이어졌다. 창업주 아들인 구정모 대백 회장이 새로운 투자자에게 경영권을 넘기기로 결정하면서 대백은 본점 영업 종료에 이어 또 한 번의 중대한 변화를 맞게 됐다.

대구백화점 본점 전경(현재).

◇5년째 지지부진한 대백 본점 개발도 새 국면

대백의 최대주주 변경이 예고되면서 5년 넘게 표류한 동성로 본점 건물 등 부동산 자산 매각도 새 국면을 맞았다.

대백은 2021년 7월부로 동성로 본점 영업을 종료한 뒤 본점 부동산 매각을 추진했지만 아직까지 적절한 매수인이 나타나지 않았다. 한때 JHB홀딩스와 부동산 매매 계약까지 체결하기도 했지만 계약 상대방이 잔금 2천75억원을 지급하지 못해 매각이 성사되지 못했다.

본점, 중구 신청사 연계 개발 계획

주상복합·시니어 레지던스 등 검토

프라자점은 임대형 복합문화공간

부동산 자산 활용 새 사업모델 구상

온라인 플랫폼 중심 유통 혁신도

2024년 8월부턴 동성로 본점과 현대아울렛 대구점이 임차 중인 동구 신천동 대백아울렛, 동구 신서동의 물류센터 등 3개 부동산 자산에 대한 공개 매각을 추진해왔다. 매수 의향이 있는 1~2곳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협상을 벌인 적은 있었으나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뚜렷한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부동산 자산 매각과 별개로 지난해 8월부턴 경영권 공개 매각도 동시에 추진했고, 이로부터 약 11개월 만인 지난 16일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한 주식 매매 계약 체결 내용을 공시했다.

다음달 예정대로 경영권 매각이 마무리되면 대구 중구청 청사 이전을 포함한 대백 본점 부지 활용 방향도 전환점을 맞을 전망이다. 지하 1층·지상 11층, 토지면적 8천156㎡ 규모의 대규모 건물이 동성로 중심가에 공실로 남아 있어 인근 상권도 침체를 피하지 못했다.

대구백화점 프라자점 전경(현재). 대구백화점 제공

◇경영권 인수 나선 세경인베스트 “본점 민·관 합동개발, 주상복합·시니어 레지던스 검토”

지역 경제계에 따르면 대백 경영권 인수에 나선 세경인베스트는 서울에 기반을 둔 투자 자문·컨설팅 업체, 아람코리아는 부동산 개발·공급 업체로 알려졌다. 전략적투자자(SI)로 대백의 최대주주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 주주들을 모은 특수목적법인(SPC) 성격이 짙다.

세경인베스트는 26일 대백 본점과 프라자점 개발 방향과 유통구조 개편안 등을 담은 사업 전환 검토 방안을 제시했다. 백화점업을 사실상 축소하고 부동산 개발회사로 전환하겠다는 구상, 본점을 중구청 신청사와 연계한 복합개발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이 업체는 대백 본점에 대해 대구시·중구청 등과 함께하는 민·관 합동개발, 주상복합 또는 시니어 레지던스, 오피스텔 개발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영업 중인 대백프라자는 기존 상품 판매 중심에서 복합문화공간 형태의 임대형 시설로 재편하고 직원들의 고용을 승계한다는 계획이다.

대백의 오프라인 유통구조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개편할 방침이다. 대백이라는 명칭은 원칙적으로 유지하되 시민공모를 통한 변경도 검토하고 있다. 전체적인 내용을 보면 백화점 사업을 계속 운영하겠다는 계획보다는, 부동산 자산을 활용해 새 사업 모델로 바꾸겠다는 구상으로 평가된다.

강나리기자 nnal2@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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