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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왜냐면
상법 개정이 비워둔 마지막 퍼즐 [왜냐면]
2026-06-15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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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25일 국회에서 열린 2월 임시국회 8차 본회의에서 3차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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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석 | 서강대 명예교수
지난 1년 사이 상법을 세차례 개정했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가 들어왔고(1차), 대형 상장사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가 입법됐으며(2차), 자기주식 소각이 의무화됐다(3차). 기업지배구조의 외형은 많이 달라졌다. 그런데 정작 기업 자원 배분의 최종 의사결정자인 대표이사가 어떻게 선임되고, 어떤 보상을 받고, 어떤 상황에서 연임할 수 있는가는 어디에서도 다루지 않았다.
현실을 보자. 상법 388조는 이사의 보수를 주주총회의 결의로 정한다고 했지만, 관례는 보수 한도만 주총에서 승인받고 있다. 주주총회에서는 성과 지표도, 기본급·성과급 비율도, 퇴직금 산정 기준도 공개하지 않는다. 대표이사 선임은 더하다. 글로벌 스탠다드는 이사회가 승계 계획을 주도하지만, 한국에서는 지배주주가 관리하는 그룹 조직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의 선임, 연임, 해임을 결정한다. 이 조직은 회사의 가장 중대한 결정을 하면서도 이사의 의무도, 공시 의무도, 법적 책임도 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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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유인의 왜곡이다. 자신의 임기와 보수를 정하는 지배주주의 이익과, 법이 보호하라는 전체 주주의 이익이 갈릴 때 경영자가 어느 쪽을 택할지는 자명하다. 충실의무라는 ‘의무’를 아무리 강화해도 ‘유인’이 반대 방향을 가리키면 행동은 바뀌지 않는다. 1차 개정의 충실의무가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유인을 바꿔야 한다.
그렇다면 보상위원회 의무화가 답인가. 아니다. 위원회는 결국 소속 이사의 선임 배경이 중요하다. 금융회사는 10년 가까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와 보수위원회를 의무화했으나, 최고경영자 승계의 불투명성 시비는 여전하다. 지배주주가 이사 선임을 좌우하는 구조에서 위원회부터 만들면 형식적 의사결정의 주체만 이사회에서 위원회로 이동한다. 결국 ‘법을 준수했다’는 알리바이만 제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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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법은 새 기구의 도입이 아니라 시행령을 보완해 법을 제대로 적용하는 것이다. 첫째, 보수 한도 의안에 성과 지표와 보상 구조를 담은 보수정책 보고서를 첨부시키고, 영국처럼 3년 주기로 정책 자체를 주주들이 승인하도록 한다. 스톡옵션은 이미 주총 특별결의로 내용을 통제하는데, 현금 보상은 한도만 의결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상법 388조가 이미 부여한 권한을 어떻게 행사하느냐다.
둘째, 사업보고서에 승계 과정, 즉 누가 어떤 절차로 대표이사를 정하는지를 공시하게 하자. 차기 최고경영자가 누구인지를 공시하라는 것이 아니라 결정의 주체와 절차를 묻는 것이므로 인사 기밀과 무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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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그 공시 기록을 증거 삼아 1998년에 제정하고 잘 작동하지 않는 업무집행지시자 책임(상법 401조의2)을 살리자. 공시가 책임을 부르고, 책임이 비공식 조직을 이사회 안으로 불러들이며, 그때 비로소 경영자의 유인이 바뀌게 된다. 채워야 할 것은 모두 상법이 이미 규정하고 있는 권한과 책임의 구체화이다.
다만 순서가 중요하다. 먼저 오는 9월 시행하는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이 이사회 구성을 실제로 바꾸는지 검증이 필요하다. 그리고 위 세 고리를 입법하고, 보상·승계위원회 의무화는 실질이 형성된 뒤 마지막에 도입하면 된다. 형식을 먼저 세우면 형식만 남지만, 실질을 먼저 만들면 형식은 따라온다. 개혁에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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