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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삼천당제약, 천당인 줄 알았다! 〈2〉 5.3조 vs 508억 — 보도자료와 공...

/ 화면 캡처=네이버 검색 회사 측은 "10년간 15조 원 매출"이라는 수치가 미국 파트너사가 내부적으로 산출한 예상 매출이라고 설명했다. 확정된 계약금이 아니라는...

삼천당제약, 천당인 줄 알았다! 〈2〉 5.3조 vs 508억 — 보도자료와 공...

박철성 기자〈리서치센터 국장·칼럼니스트〉

■ 삼천당제약, 천당인 줄 알았다! 〈2〉 5.3조 vs 508억 — 보도자료와 공시 사이, 100배의 간극

■ 같은 날, 두 개의 숫자

보도자료는 5조 3000억 원. 공시는 508억 원.

두 숫자의 간극은 100배가 넘는다. 투자자들은 5조 3000억 원짜리 계약을 맺은 회사의 주식을 샀다. 실제 확정 계약금은 508억 원이었다.

2월 26일, 삼천당제약은 유럽 11개국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보도자료에 적힌 숫자는 5조 3000억 원이었다. 언론은 일제히 받아썼다. 주가는 그날 상한가로 직행했다.

그런데 같은 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다트, Data Analysis, Retrieval and Transfer System·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공시의 계약 규모는 달랐다. 508억 원이었다.

▲2026년 2월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올라온 삼천당제약 투자판단관련주요경영사항 공시 원문. 계약금 및 마일스톤 총액은 EUR 30,000,000(약 508억 원)으로 명기됐다. 같은 날 배포된 보도자료의 '5조 3000억 원'과는 100배 이상 차이가 난다. 공시 하단에는 "본 계약의 수익 인식은 조건부로써 허가 등의 성공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미실현 가능성도 있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 출처=금융감독원 DART

공시 원문에는 결정적인 문구가 있었다. "본 계약의 수익 인식은 조건부로써 허가 등의 성공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미실현 가능성도 있습니다." 5조 3000억 원이라는 숫자가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동안, 공시 본문에는 미실현 가능성이 명시돼 있었다. 계약 상대방은 비공개였다.

■ 회사 측 해명 — "10년 매출 합산"

논란이 커지자 삼천당제약은 해명에 나섰다. 5조 3000억 원은 계약 기간 10년 동안의 예상 최대 매출을 합산한 수치라는 설명이었다. 확정된 돈이 아니라, 상용화 이후 파트너사가 판매할 경우 기대되는 미래 매출의 추정치라는 것이다.

시장은 납득하지 않았다. 실현되지도 않은 10년치 미래 매출을 '총 계약 규모'로 보도자료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도 실제 계약서에는 3000만 유로, 즉 508억 원에 관한 내용만 있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 반복된 정정 공시

삼천당제약의 공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미국 제약사 BPI(비피아이, Breckenridge Pharmaceutical·브레켄리지 파마슈티컬)와 맺은 제네릭(제네릭, generic·특허 만료 오리지널 의약품의 복제약) 품목 공급 계약은 현재까지 다섯 차례 정정 공시가 이루어지며 일정이 2026년 4분기까지 대폭 지연됐다. 2018년 글렌마크(Glenmark)와의 점안제 계약도 수차례 만기 연장과 정정 공시를 반복했다.

패턴은 같다. 기대감을 높이는 계약 발표, 반복되는 정정, 지연, 그리고 또 다른 계약 발표. 그 사이에 주가는 오르고, 개인 투자자들은 그 기대감을 사들였다.

■ 15조 — 같은 패턴, 다른 계약

유럽 계약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 3월 31일, 삼천당제약은 또 다른 숫자를 시장에 던졌다. 미국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세마글루타이드, semaglutide·GLP-1 계열 당뇨·비만 치료 성분) 독점 공급 계약. 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한 숫자는 '15조 매출'이었다.

▲삼천당제약이 미국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독점 공급 계약을 발표한 직후 주요 언론이 '15조 매출'을 헤드라인으로 내세운 검색 결과 화면. 유럽 11개국 계약(보도자료 5.3조 vs 공시 508억)에 이어, 미국 계약에서도 같은 패턴이 반복됐다. 확정되지 않은 10년치 예상 매출이 계약 규모로 포장돼 시장에 유통됐다. / 화면 캡처=네이버 검색

회사 측은 "10년간 15조 원 매출"이라는 수치가 미국 파트너사가 내부적으로 산출한 예상 매출이라고 설명했다. 확정된 계약금이 아니라는 점은 유럽 계약과 같다. 마일스톤(마일스톤, milestone·단계별 목표 달성 시 지급되는 기술료) 약 1억 달러, 즉 약 1500억 원이 확정 수령액의 실체였다. 계약 상대방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상업화가 불가능할 경우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는 조항도 달려 있었다.

구조는 판박이다. 천문학적 숫자가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언론이 받아쓰고, 주가가 반응한다. 확정되지 않은 미래 매출 추정치가 계약 규모로 포장돼 시장에 유통되는 패턴. 유럽에서 한 번, 미국에서 또 한 번. 같은 방식이 반복됐다.

■ 소송으로 막는 비판 — 블로거·애널리스트에 법적 경고

주가가 이틀 만에 40% 넘게 폭락하는 동안, 삼천당제약은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회사를 '작전주'로 지목하며 12가지 의혹을 제기한 블로거를 명예훼손·업무방해 혐의로 형사 고발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추가 임상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애널리스트에게도 법적 조치를 경고했다.

의혹에 답하는 대신 의혹을 제기한 사람을 겨냥했다. 어떤 내용이 사실이 아닌지는 끝내 밝히지 않았다.

■ "패가망신"의 기준은 어디인가

한국거래소는 2월 영업실적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공정공시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예고했다. 최종 결정 시한은 4월 23일이다.

보도자료 5조 3000억 원, 공시 508억 원. 100배의 간극. 15조 매출이라는 헤드라인 뒤에 숨은 1500억 원의 실체. 비판을 소송으로 틀어막으려는 시도. 이것은 이재명 대통령이 경고한 "패가망신" 대상인가, 아닌가. 그 기준이 어디에 있는지를 금융당국은 4월 23일 전에 명확히 밝혀야 한다.

※ 이 기사는 시리즈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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