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전 반도체 생산 라인 '웜다운' 돌입...100조 피해 전망도
파업 종료 후 정상화까지 최소 한달...'보이지 않은 손실' 더 치명적
김정관 산업장관 "긴급조정권 불가피"...김영훈 노동장관 "회사 망하라고 설립된 노조 없어"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그룹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삼성전자 노사가 장기간 협상에도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면서 총파업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반도체 생산량 조정을 위한 사전 작업 등 비상관리 체제에 돌입했다.
선제적인 생산량 조정에 나서면서 파업으로 인한 타격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파업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날부터 생산 프로세스를 조정하는 '웜다운(Warm-down)' 작업 등 사전 조치에 본격 착수했다.
웜다운은 파업이나 천재지변 등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전적으로 생산량을 줄이고 설비를 안정적인 상태로 전환하는 비상 작업이다.
24시간 가동되는 반도체 생산 공정 특성상 중간에 가동이 중단되면 웨이퍼 폐기나 장비 안정성 저하 등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다.
삼성전자는 라인 초입에 투입하는 신규 웨이퍼 수량을 제한하고,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단가가 높은 최신 공정 위주로 제품 믹스를 재편하는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이 18일 만에 마무리되더라도 공급을 정상화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최근 보고서에서 "18일간의 파업 종료 이후에도 자동화 라인의 재가동 및 정상화 과정에 추가로 2∼3주의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파업 기간에 더해 사전 예비작업과 사후 안정화 작업까지 합하면 최소 한 달 이상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노조 측은 총파업시 하루 평균 1조원씩 최대 30조원의 손실을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 중단이라는 직접 피해를 넘어 최대 100조원에 달하는 직간접적인 피해가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전체 노조원 7만2405명 중 파업에 참가한다는 인원은 14일 기준 4만3286명이다. 이들이 실제 파업에 돌입할 경우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전체가 사실상 셧다운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삼성전자 측이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돼 안전 등 필수 업무를 맡은 5∼10%의 인력이 파업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10조∼20조원의 손실액이 추산된다.
파업이 현실화 될 경우 '보이지 않는 손실'이 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 신뢰 자산의 소멸 △ 전환 비용에 따른 영구적 시장 상실 △ 인공지능(AI) 반도체 패권 경쟁기의 기회비용 상실 △ 핵심 인재 이탈 △ 코리아 디스카운트 심화 등을 파업 핵심 리스크로 지적했다.
송 교수는 "한 번 이탈한 고객은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며 고객 신뢰 훼손과 공급망 이탈 가능성을 경고했다.
삼성전자의 위기 국면을 틈타 경쟁사들이 반사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글로벌 메모리 공급 부족이 심화하면서 엔비디아·AMD·구글·메타 등 빅테크 고객사가 안정적인 대체 공급망을 찾게 될 경우, 그 공백을 중국 업체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이 빠르게 파고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내외적 상황 속에 성과급 지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서 '노사 자율 해결'을 강조하던 정부의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산업계 주무부처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4일 엑스(X·옛 트위터) 등을 통해 "어떤 경우에도 파업만은 막아야 한다"며 긴급조정권 발동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이 한국의 성장동력이자 유일한 전략 자산으로서, 피해 발생시 글로벌 공급망 신뢰 저하 등 한국경제에 막대한 손실과 일자리 상실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노사의 조속한 소통 재개를 거듭 당부했다.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면 노조는 30일간 모든 쟁위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쟁의행위가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권한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14일 엑스(X·옛트위터)에서 "노동자 없는 기업 없고, 회사 망하라고 설립된 노조 없다"며 노사 대화를 거듭 촉구했다.
노동부는 '긴급조정권은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이나 실무적으로 쟁의행위 현실화에 대비해 법적 요건 등을 점검하는 법리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삼성전자는 15일 노조 측에 성과급 상한 폐지와 제도화 등 핵심 쟁점을 담은 공문를 보내 추가 대화를 요청했지만, 노조는 "내달 7일 이후 협의할 의사가 있다"며 사실상 파업을 강행하겠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사측은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는 재원을 영업이익 10%와 경제적부가가치(EVA) 20% 중 선택하는 투명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며 "성과급 제도화, 상한 폐지 요구와 관련해선 기존 OPI 제도를 유지하면서 추가로 상한이 없는 특별보상 제도를 신설해 보다 유연한 제도화 방안을 제안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초기업노조 최승호 위원장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잘 이행할 생각"이라며 오는 21일 예정대로 파업에 돌입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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