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정의선·구광모 이어 최태원과 만찬
반도체·로봇·가전·AI 안전까지 전방위 협력 논의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가 2026년 4월 28일 오후 이재용 회장과 회동한 뒤 서초사옥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가 방한 기간 국내 4대 그룹 총수들과 잇따라 회동하며 한국과 구글 간 인공지능(AI) 협력의 폭을 넓히고 있다. 전날 이재명 대통령을 접견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데 이어 28일 삼성·현대차·LG·SK 총수들과도 만나며 정부와 민간을 아우르는 ‘K-AI 동맹’ 구축에 나선 모습이다.
허사비스 CEO는 이날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약 2시간 동안 회동했다. 이 자리에는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등 주요 경영진도 배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사비스 CEO는 전날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사업장을 찾아 전영현 대표이사 겸 DS부문장과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구글이 삼성의 완제품과 반도체 부문을 연달아 찾은 것은 스마트폰, AI 에이전트, 메모리 반도체 등 AI 생태계 전반에서 협력 범위를 넓히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와 구글은 이미 갤럭시 스마트폰에 AI 모델 ‘제미나이’를 탑재하는 등 모바일 AI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여기에 구글의 AI 반도체 인프라와 삼성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차세대 메모리 기술 협력 가능성까지 더해지면서 양측의 논의는 디바이스와 반도체를 아우른 것으로 보인다.
허사비스 CEO는 28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도 만나 로봇과 모빌리티 AI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중심으로 로보틱스와 자율주행, 제조 AI를 강화하고 있어 딥마인드의 AI 연구 역량과 결합할 여지가 크다.
이어 허사비스 CEO는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오찬을 함께했다. LG는 LG AI연구원을 중심으로 초거대 AI와 산업 AI를 확대하고 있고, 가전·전장·바이오 등 주요 사업에 AI 접목을 추진 중이다. 양측은 글로벌 AI 생태계와 산업 적용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을 논의한 것으로 관측된다.
허사비스 CEO는 이날 저녁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도 만찬을 갖는다. 이 자리에는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도 참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글의 AI 인프라 확대와 SK하이닉스의 HBM(고대역폭메모리) 공급 경쟁력이 맞물리는 만큼, 차세대 AI 반도체와 메모리 협력이 핵심 의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허사비스 CEO의 이번 방한은 단순한 기업 방문을 넘어 정부 차원의 AI 협력과도 연결돼 있다. 그는 전날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접견하고 AI 기술 발전, 안전한 활용, 국제 규범 필요성 등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제미나이 사용 경험을 언급하며 AI의 오류와 안전장치 문제를 물었고, 허사비스 CEO는 AI가 더 강력해질수록 국제사회가 공유할 최소한의 가드레일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 대통령과 허사비스 CEO는 AI 시대의 일자리 변화와 기본소득, 부의 재분배 문제도 논의했다. 허사비스 CEO는 범용인공지능(AGI) 시대가 다가올수록 사회적 안전망과 책임있는 활용 체계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과기정통부와 구글 딥마인드는 AI 기반 과학기술 혁신을 위한 MOU도 체결했다. 양측은 생명과학, 기상·기후, AI 과학자 등 과학기술 분야 공동 연구와 AI 인재 양성, AI 안전·거버넌스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K-문샷’ 프로젝트와 연계해 기술·인프라·연구자 교류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구글은 올해 안에 서울에 ‘구글 AI 캠퍼스’를 열고 국내 연구자와 스타트업, 학계와의 협력도 확대할 계획이다. 딥마인드 본사가 있는 영국 외 지역에 AI 캠퍼스를 추진한다는 점에서 한국 AI 생태계에 대한 구글의 전략적 관심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허사비스 CEO는 “범용인공지능 시대가 5년 내 도래할 수 있으며 산업혁명보다 더 크고 빠른 파급력을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한국에 대해 “우수한 대학과 연구진, 반도체부터 로보틱스까지 탄탄한 산업 기반을 갖춘 AI 강국 후보”라고 평가했다.
허사비스의 이번 연쇄 회동의 핵심은 한국이 가진 제조·반도체·모빌리티·가전 경쟁력과 구글 딥마인드의 AI 연구 역량을 결합하는 데 있다. 삼성은 AI 디바이스와 반도체, 현대차는 로봇과 모빌리티, LG는 산업 AI와 가전·전장, SK는 HBM과 AI 인프라에서 구글과 접점을 갖고 있다.
AI 경쟁이 모델 개발을 넘어 반도체, 데이터센터, 로봇, 디바이스, 산업 적용으로 확장되는 상황에서 허사비스 CEO의 방한은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AI 공급망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를 가늠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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