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만든 ‘15조 순익’…역대 최대 실적
세금만 5조…SK하이닉스급 ‘슈퍼 납세자’
“현금 늘리고, 리스크 줄였다” 보수적 운용 전략
한국은행.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환율 상승과 금융시장 호황을 발판으로 ‘역대급 실적’을 갈아치웠다. 단순한 수익 증가를 넘어, 외환시장 개입과 자산 운용 전략까지 맞물린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환율이 만든 ‘15조 순익’…역대 최대 실적
28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2025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5조327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7조8189억원) 대비 약 96%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존 최대였던 2021년(7조8638억원)의 두 배 수준이다.
총수익은 33조4412억원으로 전년 대비 26.3% 증가했고 총비용은 12조7323억원으로 21%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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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배경은 환율이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외화자산을 원화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수익이 크게 불어났다. 여기에 금리 하락으로 채권 가격이 상승하면서 매매차익이 발생했고 주가 상승까지 겹치며 유가증권 수익도 확대됐다.
특히 외환매매이익은 6조3193억원으로 전년(1조1654억원) 대비 5배 이상 급증했다. 유가증권 매매이익과 이자수익도 각각 크게 늘며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다.
반면 비용은 줄었다. 통화안정증권 이자가 감소하고 유가증권 매매손실이 줄어든 영향이다.
◇ 세금만 5조…SK하이닉스급 ‘슈퍼 납세자’
이 같은 실적에 따라 한국은행이 납부하는 법인세도 역대 최대 규모로 늘었다.
올해 납부 예정 법인세는 5조4375억원으로, 전년(2조5782억원)의 두 배 수준이다. 이는 국내 주요 기업과 비교해도 상당한 규모로, 약 5조3000억~5조6000억원 수준의 법인세를 낸 SK하이닉스와 맞먹는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법인세(약 2조8427억원)보다도 큰 규모다.
한국은행은 법인세 납부 이후 남은 이익의 30%를 법정적립금으로 쌓고, 일부를 기금에 출연한 뒤 나머지를 정부에 세입으로 납부한다. 실제로 올해 총 10조7050억원을 추가로 정부에 납부할 예정이다.
중앙은행이 사실상 ‘초대형 납세자’ 역할을 한 셈이다.
◇ “현금 늘리고, 리스크 줄였다”…보수적 운용 전략
이번 실적에는 자산 운용 전략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은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황을 반영해 외화자산에서 현금성 자산 비중을 확대했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 비중은 10.6%로 전년보다 2.6%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직접투자 자산 비중은 67.2%에서 63.9%로 줄였다. 대신 위탁운용 자산은 소폭 확대됐다.
이는 시장 불안 시 즉각적인 외환시장 개입이 가능하도록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실제로 환율 급등 국면에서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가 병행되면서 외환매매이익 증가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또 통화 구성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달러 비중은 71.9%에서 69.5%로 줄고, 기타 통화 비중은 30% 이상으로 확대됐다.
한은 관계자는 “유동성 관리 강화를 위해 현금성 자산을 확충하는 과정에서 예치금 비중을 늘리고 정부기관채, 자산유동화채 비중은 줄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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