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카타르 LNG시설 공격에 반도체 공급망 비상
삼성전자·SK하이닉스 4~6개월치 재고 확보로 방어
분쟁 장기화땐 비용 부담 압박…비상 대응 체제 지속
반도체 생산 라인에 설치된 고순도 헬륨 정제 및 재사용 시스템 이미지. 사진=구글 제미나이 생성
[데일리한국 이보미 기자] 전 세계 반도체 산업이 중동 지역 분쟁으로 '헬륨 쇼크'에 직면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재고 확보와 공급망 다변화에 힘을 싣고 있다. 수개월 분의 물량이 남아있는 만큼 당장 생산에 차질은 없지만, 부족 현상이 길어질 경우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1일 업계와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 약 4~6개월 분량의 헬륨 재고를 확보했다. 단기적인 원자재 수급 조절 차원을 넘어 예측 불가능한 지정학적 변수에 대비한 '공급망 안정화' 전략의 하나다. 두 회사는 특정 지역의 생산비중이 높은 원자재에 대해 비축량을 늘리는 식으로 리스크에 대비해왔다.
헬륨은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냉각과 세정 작업에 필수적인 가스로, 수입 의존도가 높아 공급망 관리가 까다로운 자원으로 분류된다. 최근 이란이 전 세계 헬륨 공급량의 약 3분의1을 담당하는 카타르의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시설을 공격해 생산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반도체 업계에 수급난 우려가 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선제적인 재고 물량 확보로 당장 큰 타격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국내 기업들은 그간 다양한 공급망 불확실성 상황에 대비하는 조치들을 준비해왔다"면서 "현재 일정 수준의 재고를 사전 확보하고 있어 생산 공정에 직접적인 차질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왼쪽)와 SK하이닉스 본사 전경. 사진=데일리한국 DB
급변하는 통상 환경에 대비해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고, 재사용 시스템 등을 활용해 불안정 요소를 낮춰온 점도 충격 완화 요인으로 지목된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전 세계 1위 생산국인 미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로부터 헬륨을 확보하며 국가별 반입 물량을 유연하게 관리해오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부터 반도체 생산라인에 자체 개발한 헬륨 재활용 시스템을 일부 도입해 사용량을 절감하고 있다. 이 기술은 연간 약 4.7톤(t)의 헬륨 사용량을 절감하는 효과를 낸다. SK하이닉스도 헬륨을 포함해 네온, 중수소 등 10개 원자재에 대한 재활용 기술 도입을 추진 중이다.
다만, 이번 사태가 1년 이상 길어질 경우 비용 상승 등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한국 기업들은 작년 기준 전체 헬륨 수입량의 67%를 카타르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재고가 소진될 경우 생산 계획 수정이나 고부가가치 제품 우선 생산 등의 비상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심각한 공급 부족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헬륨 현물 가격이 50%에서 200%까지 오를 수 있다"면서 "장기 계약 역시 재협상 시 20~40% 이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런 현상이 역설적으로 칩 가격 상승을 유도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대형 메모리 제조사의 수익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포함됐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