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 잭팟, DX 허리띠 조이기
메모리 수직계열화 아이러니
반도체 올랐다고 사람 잘라
원가 압박 → 인력 감축 치환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이 D램과 낸드 가격 폭등으로 역대급 실적을 내는 동안, 같은 회사 내 DX(스마트폰·TV·가전) 부문은 희망퇴직으로 인력 감축에 나섰다. 한 집안에서 한쪽은 잭팟, 다른 쪽은 잭나이프다.
자기 참조(Self-Reference) 오류는 시스템이 자신의 내부 기준으로만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려는 현상이다. 삼성전자는 DS가 잘나가니까 회사 전체가 잘나간다는 착각에 빠졌다. 그리고 DX의 원가 부담을 인력 비용으로 단순 치환했다. 수직계열화의 이면에 감춰진 부품 원가 상승의 해법을 사람 줄이기에서 찾은 셈이다.
웃긴 건 DX 부문이 못나가서 인력을 감축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애플이 아이폰 가격을 동결하는 공세를 펴는 가운데에서도, 가전 호황에 힘입어 갤럭시 S26 울트라를 제외한 나머지 제품 가격을 올리며 선전하는 중이다. 그런데도 희망퇴직이다.
전문가들은 원인을 반도체 가격 상승에서 찾는다. DS 입장에서는 대박 나는 호재지만, 반도체를 사다가 제품을 만드는 DX에겐 직격탄이다. 반도체 호황일수록 완제품의 원가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500만원짜리 노트북이 전시된 걸 봤다”는 전자제품 업계 관계자의 증언은 참혹하다.
잘나가는데 내보내는 아이러니의 정점
범용 D램 그렇게 팔고도 내부선 부족?
특히 AI에 최적화된 초고성능 제품이 아닌, TV나 중저가폰에 들어가는 범용 제품일수록 원가 압박은 더욱 심각하다. HBM에 웨이퍼가 쏠리면서 범용 D램 공급 부족까지 겹쳐 DX 부문의 수익성을 갉아먹는 모습이다.
법적으로 내부거래는 다른 법인 간 거래를 의미하므로, DS와 DX 부서 간 거래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대상도 아니다. 하지만 경제 현실은 다르다. DS의 칩이 비싸지면 DX에는 회계적 원가 압박으로 작용한다.
삼성전자가 이런 구조적 모순을 인력 감축으로 해결하려는 것이 자기 참조 오류다. 이번 희망퇴직은 DX 부문의 구조적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한 칼자루로 해석된다. DS 부문은 HBM과 선단 공정에 집중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동안, DX 부문은 한정된 자원 속에서 체질 개선을 강요받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 DS 부문을 맡고 있는 전영현 부회장(왼쪽)과 DX 부문장 노태문 사장(오른쪽) / 제미나이 나노바나나2 편집 이미지
수직계열화의 그늘, 빛과 그림자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진짜 방식
삼성전자는 반도체부터 완제품까지 모두 만드는 수직계열화의 대표 주자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보여준다. 반도체 호황은 막대한 현금을 가져다주지만, 동전의 뒷면에는 완제품 사업의 인력 구조조정이라는 쓰라린 대가가 따라붙었다. 자기 참조 오류는 회사 전체의 문제를 DS의 호황으로 덮고, DX의 어려움을 인력 감축으로 해결하려는 사고 방식에서 비롯됐다.
인공지능은 일자리를 직접 없애지 않는다. 대신 비용 구조를 뒤틀고, 경영 판단의 기준을 바꾼다. 삼성전자의 사례는 빅테크 개발 인력 대체와 달리, 반도체 값 폭등 → 원가 압박 → 인력 감축이라는 경영 판단 과정에서 비롯됐다.
이는 AI가 일자리를 앗아가는 방식이 생각보다 훨씬 간접적이고, 구조적이며, 냉혹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겉으로는 기술이 사람을 밀어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람이 기술을 이유로 사람을 정리한 결과다.
☞자기참조 오류(Self-Reference Error)
= 시스템이 외부 기준 없이 ‘자기 상태’를 다시 입력으로 삼아 판단을 반복하는 구조에서 발생하는 오류다. 원래는 외부 데이터(시장, 사용자, 환경)가 기준이 되어야 하는데, 자기참조 구조에서는 내부 지표(성과, 비용, 성공 경험)가 곧 기준이 된다. 이때 판단은 현실이 아닌 “이미 만들어진 자기 해석” 위에서 계속 굴러간다.
이 구조는 인공지능에서 흔히 쓰이는 재귀(Recursive) 연산과 닮았다. 이전 출력이 다음 입력으로 들어가며 점점 정렬되는 방식이다. 잘 설계되면 잡음을 제거하고 수렴한다. 그러나 기준이 잘못 잡히면 반대로 발산하거나 왜곡이 증폭된다. 초기 편향이 그대로 증폭되며, 내부 논리만 점점 더 ‘확신’하는 상태에 들어간다.
삼성전자 사례는 이런 구조가 기업 의사결정에서 나타난 경우다. DS의 실적이라는 내부 신호가 ‘전체가 잘된다’는 기준으로 재귀 입력됐다. 이어 전영현 부회장이 부서별 성과 보상을 언급하면서 DX의 문제가 내부 비용 구조로만 해석됐다. 자기참조는 구조를 잘 설계하면 정렬을 만들지만 잘못 설계하면 왜곡을 키운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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