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HBM 중심 설비투자 확대 기대…장비·소재·패키징 전방위 수혜 확산
물량 중심 증설에서 고부가 구조로 전환…TC본더·유리기판 등 핵심 축 부상
AI 투자 사이클과 맞물린 구조적 변화…소부장 수익 구조 한 단계 상승 전망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분기 잠정 실적을 기록하며 메모리 업황 반등 신호를 분명히 했다. 단순한 실적 개선을 넘어 그간 지연됐던 반도체 설비투자(CAPEX)가 다시 움직일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면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계 전반으로 온기가 빠르게 확산되는 분위기다. [그래픽=구글 제미나이(Google Gemini) 생성 이미지]
[중앙이코노미뉴스 윤남웅]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분기 잠정 실적을 기록하며 메모리 업황 반등 신호를 분명히 했다. 단순한 실적 개선을 넘어 그간 지연됐던 반도체 설비투자(CAPEX)가 다시 움직일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면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계 전반으로 온기가 빠르게 확산하는 분위기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33조원,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8%, 755%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20조1000억원과 연간 영업이익 43조6000억원을 모두 뛰어넘으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시장에서는 이번 실적의 핵심을 ‘숫자’보다 ‘신호’로 본다. 메모리 가격 반등이 단기 재고 사이클이 아닌 구조적 수요 회복 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면서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 기조 역시 전환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실적 개선은 곧 설비투자 확대로 이어지고, 이는 장비·소재·부품 업체들의 수주 증가로 직결되는 구조다.
특히 D램과 HBM(고대역폭메모리) 중심의 선단 공정 투자가 올해부터 본격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 평택 P4·P5 라인의 메모리 증설과 함께 미국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의 2나노 공정 가동 준비까지 맞물리며 글로벌 생산 전략 전반이 재가동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HBM4. [사진=삼성전자]
물량에서 구조로…HBM이 바꾼 투자 공식
이번 사이클의 본질은 투자 ‘양’이 아니라 ‘질’이다. 과거 메모리 호황이 물량 중심 증설이었다면, 현재는 AI(인공지능)와 HBM(고대역폭메모리) 중심의 고부가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공정 난이도 상승과 장비 단가 인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구조다.
전공정 장비에서는 원익IPS, 테스, 유진테크 등이 수혜군으로 꼽힌다. 특히 원익IPS는 메모리 투자와 실적 연동성이 높은 대표 기업으로 삼성전자 투자 확대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구조다. 주성엔지니어링 역시 ALD(원자층 증착) 장비 경쟁력을 바탕으로 SK하이닉스 M15X 투자 수혜가 예상된다.
포토레지스트 제거(애싱·스트립) 공정 장비 국내 1위인 피에스케이(PSK)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장비를 공급하는 핵심 전공정 장비사로 가동률 상승의 직접적인 수혜권에 있다는 평가다.
후공정에서는 HBM 관련 장비가 핵심 축이다. 한미반도체는 TSV(실리콘 관통 전극) 공정에 필요한 TC본더(칩 적층 장비)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에는 FCB(플립칩 본딩 장비)까지 사업을 확대하며 AI 패키징 시장 내 영향력을 키우는 모습이다. 한화비전의 자회사 한화세미텍 역시 HBM용 TC본더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소재 업계도 구조적 수혜 구간에 진입했다. 동진쎄미켐은 EUV(극자외선) 공정용 PR(감광액), 솔브레인은 식각 공정용 고순도 화학 소재를 중심으로 대형 고객사 가동률 상승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하나머티리얼즈, 원익머트리얼즈, 이엔에프테크놀로지 등도 공정 미세화에 따른 화학 소재 수요 증가의 수혜권으로 분류된다. 공정이 고도화될수록 소재 단가와 기술 장벽이 함께 상승하는 만큼 수익성 개선 여지도 크다는 분석이다.
차세대 패키징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유리기판이 AI 반도체 성능을 좌우할 핵심 요소로 부상하면서 삼성전기와 SKC(앱솔릭스)가 양산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필옵틱스는 유리기판 가공용 레이저 장비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수혜가 예상된다.
이수페타시스는 AI 서버용 고다층 PCB(인쇄회로기판) 수요 증가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고 있다. 하나마이크론, 리노공업 등 패키징·테스트 기업으로 수혜 범위도 확산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실적을 투자 사이클 재가동의 ‘출발점’으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심의 설비투자 확대는 불가피한 흐름”이라며 “신규 생산이 본격화되는 시점이 2028년 이후로 예상되는 만큼 공급 과잉 우려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변수도 있다. 메모리 가격 상승 속도가 과도할 경우 수요 조정 가능성이 있고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 사이클 역시 업황을 좌우할 수 있다. 투자 집행 시점이 지연될 경우 소부장 업계로의 수혜 전이 속도 역시 늦어질 수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이번 삼성전자 실적은 단순한 실적 반등이 아니라 투자 구조 자체가 바뀌는 신호”라며 “HBM 중심의 고부가 투자 기조가 유지되는 한 소부장 업계의 수익 구조 역시 한 단계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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