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손을 맞잡고 있다. [출처=연합]
삼성전자 노사의 임금·성과급 잠정 합의가 국내 반도체 업계의 보상 체계 변화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히 총파업 위기를 넘긴 데 그치지 않고 자사주 기반의 장기 성과보상 구조를 도입하면서 업계 전반의 노사 문화와 성과급 체계에도 변화가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총파업 돌입 직전 2026년 임금 및 성과급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핵심은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신설이다.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의 연봉 50% 상한은 유지하되 별도로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활용하는 특별성과급을 도입하는 구조다. 특히 지급 상한 없이 향후 10년간 운영한다는 점에서 기존 성과급 체계와 차별화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의의 핵심을 '자사주 기반 성과보상 체계 전환'으로 보고 있다. 특별성과급 전액을 세후 자사주 형태로 지급하기로 하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활용하는 제한조건부주식(RSU) 방식과 유사한 구조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 현금 보상과 달리 임직원 보상과 주주가치를 직접 연결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회사 입장에서는 대규모 현금 유출 부담을 줄이면서도 핵심 인재 보상을 강화할 수 있고 임직원 입장에서는 주가 상승이 곧 보상 확대와 연결되는 구조다.
특히 반도체 산업 특성상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수라는 점에서 자사주 보상 방식이 갖는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현재 고대역폭메모리(HBM)과 선단 공정 중심의 경쟁력 회복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22일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본사 모습. [출처=연합]
◆RSU 닮은 삼성 성과급 구조…국내 반도체 업계 확산 가능성
업계에서는 만약 성과급이 전액 현금으로 지급될 경우 투자 재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자사주 지급 구조를 도입하면서 현금 유출을 최소화하고 동시에 장기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또 이번 구조 변화가 국내 반도체 업종 전반의 '노사 리스크 할인'을 완화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그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실적 호황기마다 반복되는 성과급 갈등이 대표적인 불확실성 요인으로 꼽혀왔다.
특히 영업이익 규모에 비례해 성과급 부담이 급증하는 구조는 투자자 입장에서 수익성 예측을 어렵게 만드는 변수였다. 하지만 주식 기반 장기 보상 체계가 정착될 경우 성과급 비용 통제 가능성이 높아지고 중장기 재무 전략의 안정성도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비메모리 사업부 등 적자 사업부에 대한 페널티 적용을 1년 유예한 점도 내부 반발을 완화하기 위한 장치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구조를 고려할 때 조합원 찬반투표 통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합의가 삼성전자뿐 아니라 국내 반도체 업종 전반의 보상 체계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미 SK하이닉스 역시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구조를 강화한 상태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기반 성과보상 체계 도입은 국내 반도체 업종의 고질적 노사 리스크를 완화하고 중장기 지속가능 성장 기반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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