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서초 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교섭 중단으로 급격히 악화되며 총파업 현실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달 중순 쟁의권 확보 이후 이어진 노사 접촉이 결실을 맺지 못한 채 결렬되면서 노조는 4월 집회와 5월 총파업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공식화했다.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는 31일 입장문을 통해 '경영진 반려'를 이유로 한 교섭 중단을 강하게 비판하며 핵심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교섭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번 사태를 '교섭의 근본적 신뢰를 무너뜨린 중대한 사태'로 규정했다.
이번 갈등은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협상 재개의 여지가 감지됐다는 점에서 더욱 극적으로 전개됐다. 지난 23일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노조와 직접 면담을 진행하며 대화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당시 사측은 교섭 재개 의사를 전달했고 노조 역시 성과급 제도 개편을 전제로 재협상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였다.
그러나 이후 사측이 내부 의사결정을 이유로 교섭을 중단하면서 상황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노조는 이번 사태의 핵심 쟁점으로 성과급 제도 개편을 지목했다.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의 투명화와 상한 폐지를 교섭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고 이를 수용하지 않는 협상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자사주 지급 방식의 일회성 보상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하며 제도화된 보상 체계를 요구했다.
쟁의행위 수순도 이미 본격화된 상태다. 앞서 노조는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3.1% 찬성으로 가결되며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했다. 전체 조합원 약 9만명 중 6만여명이 참여한 이번 투표 결과는 내부 결집도가 상당한 수준임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노조는 다음달 23일 평택사업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 뒤 사측이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을 경우 5월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갈등은 단순 임금 협상을 넘어 삼성전자 내부 보상 체계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노조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중심의 보상 구조가 조직 내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종합반도체 기업에 걸맞은 인재 투자 정책 전환하라"고 요구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실제 파업으로 이어질 경우 파급력을 주목하고 있다. 2024년 7월 이후 약 2년 만이자 창사 이래 두 번째 총파업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반도체 사업 인력이 다수 포함된 만큼 생산 차질과 글로벌 공급망 영향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다만 반도체 공정의 자동화 수준을 고려할 때 단기적인 생산 중단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인공지능 반도체 생산 일정과 맞물릴 경우 고객사 대응과 투자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한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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