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80여명에 시범 적용···상반기 확대 예정...직원들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설치 강요” 반발
법조계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 소지’ 지적...사측 “보안사고 방지용···노조와 지속 협의 중”
[서울이코노미뉴스 최영준 기자] 삼성생명은 2026년 상반기 내로 고객 정보를 다루는 주요 부서 직원들의 PC에 '모션 인식(특정 행위 감지) 카메라'를 설치하여 운영할 계획이다. 이는 타인이 PC를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휴대전화로 화면을 촬영하는 등의 정보 유출 행위를 실시간으로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라는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직원들은 “사실상 동의 없이 실시간 감시를 받을 수 있다”도 반발, 파문이 일고 있다.
14일 경향신문 취재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올해 1월부터 임직원 80여명에게 시범 적용 중인 모션인식 프로그램을 상반기 내 고객정보를 다루는 주요 부서에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현업에 프로그램을 적용하기 위해 70여명을 대상으로 테스트 했는데, 프로그램 설치에 동의하지 않은 직원은 제외했다.
이는 카메라가 특정 행위(타인의 접근, 화면 촬영 등)를 감지하여 부정행위를 적발하는 방식이다. 해당 프로그램이 PC에 설치되면, 직원들은 PC와 사내 프로그램에 안면인식 등 생체정보를 통해 접속해야 한다. 또 설치된 카메라와 모션인식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모니터 화면을 찍는 행위, 담당 직원이 아닌 사람이 PC를 사용하는 행위를 감지해 전자 정보 형태로 기록한다.
사측은 도입 취지가 보안 사고를 막기 위한 것이고, 근태를 상시 감시하려는 취지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근무 과정을 영상·사진으로 남기거나, 자리비움을 기록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언론에 “최근 고객 정보 유출 사고가 카드사 등에서 발생하면서 이러한 모션인식 프로그램을 금융계에서 많이 도입하고 있다”며 “확대 도입 전 노조와 협의 중이고, 개인정보 수집 동의도 모두 받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동의하지 않는 이들은 부서 이동 등으로 근무를 조정할 수 있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노조가 동의하지 않으면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삼성생명 게시판에는 모션인식 카메라 설치에 항의하는 게시글
그러나 노동조합과 직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조치가 "동의 없는 실시간 감시"이며 사실상 근무 태도를 감시하는 용도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근무 시간 내내 모니터링이 이뤄질 경우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삼성생명 게시판에는 모션인식 카메라 설치에 항의하는 게시글이 여럿 올라왔다. “카메라 설치 정말 괜찮으신가요?” 제목의 글에서 작성자는 “노조에 충분한 설명을 했다는데 임직원은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하고 카메라 설치 및 프로그램 설치를 강요받고 있네요. 이게 정말 다들 괜찮으신가요?”라고 밝혔다. 개인정보 수집에 동의하지 않거나 설치를 거부할 경우, 상급자가 요청하는 식으로 해서 사실상 프로그램 설치가 강제된다는 취지의 댓글도 올라왔다.
최근 홍채, 지문, 안면인식 기술에 인공지능(AI)을 적용해 근로 관리·감독하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에 기업 편의를 위해 노동자의 생체정보 보호권리가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공평한 노사관계 탓에 노동자가 생체정보 수집을 거부할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보장받기 힘들다는 것이다.
개인정보 보호법과 그 시행령에 따르면,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를 받을 때는 정보주체가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동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생체정보는 민감정보인데도, 사측 요구에 따르지 않을 때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어 현행법상 권리도 누리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최근 대법원은 직원의 동의 없이 설치된 카메라를 가린 행위에 대해, 작업 모습이 과도하게 찍히는 경우 정당행위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모션인식 카메라, 보안 목적과 사생활 보호 사이의 균형을 맞춰야
법원은 사측이 노동자들에게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받았어도, 거부할 시 불이익을 예고했다면 적법한 동의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앞서 HD현대중공업 노조는 2024년 4월 사측이 울산조선소에 안면인식 출입시스템과 폐쇄회로(CC)TV 기능이 있는 화재감지기를 설치하자, 이를 무단 철거했고 업무방해 및 특수재물손괴 등 혐의로 기소됐다.
울산지법은 지난 1월 “기본권 침해를 막기 위한 정당행위였다”며 노조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근로관계에서 근로자는 사용자와 비교하면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사용자의 요구에 의해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근로자가 갖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그 보호에 특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사용자로부터 다른 대체수단 없이 자신의 민감정보인 안면인식 정보를 일률적으로 제공하기를 요구받는 것은 중대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침해 및 행사가 문제 되는 사항이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움직임은 삼성디스플레이 등 삼성의 다른 계열사에서도 보안 강화를 위해 유사한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거나 시행하면서 노사 간 갈등을 빚고 있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전문가들은 "만일 모션인식 카메라 도입을 검토 중이라면 보안 목적과 사생활 보호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법률 전문가의 자문을 받거나 사내 공청회를 먼저 거치는 것아 좋다"고 추천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