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 업계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1분기 각각 매출 신기록을 세웠다. 전례 없이 이어지는 메모리 쇼티지에 삼성전자는 실적 호조를 이어가고 있고, 생활가전 성수기인 1분기에 LG전자도 직전 2025년 4분기 부진을 일부 만회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양 사는 7일 1분기 잠정실적을 공개하고 매출, 영업이익 등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매출액 133조원에 영업이익 57.2조원을 벌었으며 LG전자는 23조7330억원의 매출에 1조673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AI 데이터센터 수요·끝없는 메모리 쇼티지에 삼성전자 곳간 '풍족'
삼성전자가 지난 2월 예고하고 17일 GTC 2026에서 샘플을 공개한 HBM4E가 주주총회장에서도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양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1분기에만 2025년 영업이익(43.6조원)을 훌쩍 넘어선 이익을 낸 삼성전자는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계속 이어지는 D램, 낸드 등 DS부문 제품이 호조를 보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래에셋증권은 삼성전자의 부문별 영업이익으로 DS(반도체)부문 53조원, DX(디바이스)부문 3조4000억원, SDC(삼성디스플레이)부문 5000억원, 하만 3000억원으로 추정했다. HBM3E, HBM4를 비롯한 HBM 제품 가격이 고공행진인 데다, 평택캠퍼스에서 생산하는 D1a, D1b 등 D램 가격도 급등해 이번 삼성전자 영업이익에 보탬이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D1a D램은 나노급 멀티 EUV 공정 기반으로 고용량·초고속 DRAM 구현이 가능해 HPC(고성능 컴퓨팅), 서버, 스마트폰 등 폭넓게 쓰이는 D램을 뜻하며, D1b D램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발전해 데이터센터용 DDR5, 고용량 서버 모듈로 쓰인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1Gx8)의 지난달 평균 고정거래 가격은 13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4월 이후 11개월간 상승했다. 통상 HBM 가격은 DDR5 등 D램 가격에 비해 수 배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리 트래커. 사진=카운터포인트리서치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발표에서도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메모리 매출 504억달러(75조5000억원)를 기록하며 글로벌 1위를 유지했다. D램 370억달러(55조4000억원), 낸드 134억달러(20조1000억원)로 두 사업 모두에서 역대 최고 매출을 경신한 것이다.
증권가도 어닝 서프라이즈에 리포트 수치를 조정하고 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사이클이 아직 중반(Mid Cycle)에 근접한 상황”이라며 “과거 사이클을 돌아보면 판가 상승 구간 이후 물량 확대 구간이 겹치는 시기에 메모리 기업 실적이 더욱 폭발적으로 개선됐다”고 밝혔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메모리 공급 부족 장기화에 따른 가격 상승효과로 전년 대비 8배 증가한 327조원에 이를 것”이라며 “월평균 27조원(180억달러), 일평균 9000억원(6억달러)의 이익을 창출하는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에 위치한 AI 데이터센터. 사진=연합뉴스
메모리 부족 현상은 AI 데이터센터 설립으로 인한 서버 D램, HBM 수요 급증과도 연결돼 있다. ABI리서치에 따르면 클라우드 리서치 분석가들은 2026년 말까지 전 세계에 8821개의 데이터센터가 운영될 것으로 전망하며 2030년 1만개, 2035년 1만2000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ABI리서치는 “향후 10년 동안 마이크로 및 소형 데이터센터 수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대형·초대형 데이터센터 건설은 견조하게 증가할 것”이라며 “AI 컴퓨팅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데이터센터 운영업체들이 새로운 워크로드를 수용하기 위해 물리적 클라우드 인프라를 지속 확대하고, 엔터프라이즈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더 큰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수도 증가할 것”이라고 봤다.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가 기존 엔터프라이즈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많은 서버 D램을 요구하고 AI 데이터센터가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에 포함되는 형태임을 감안하면 D램 수요 증가는 예견된 결과라는 것이다. 압도적인 캠퍼스 케파로 D램을 생산하는 삼성전자가 실적 측면에서 유리한 이유다. 업계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 서버는 듀얼 CPU에 GPU당 최대 수백 GB HBM이 들어가는 48개의 고성능 GPU, 서버당 D램도 TB 단위로 구성되는 경우가 일반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매출과 더불어 미주 매출도 대폭 늘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의 2025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미주 순매출은 지난해 약 133조2747억원으로 2024년 118조8285억원보다 약 14조원 늘었다. 국내 순매출액도 2024년 대비 2025년 약 6조8150억원 증가했고 아시아 및 아프리카, 중국, 유럽 순으로 순매출이 증가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의 중심이 미국 빅테크이고 미국 IT·서버 업체들이 메모리 재고 선점에 나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분기에도 미주 매출이 크게 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MX사업부도 갤럭시 S26 시리즈가 역대 갤럭시 사전판매 중 최다 판매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일주일 사전판매로만 135만대가 팔린 갤럭시 S26 시리즈는 11일간 130만대가 팔렸던 S25 시리즈보다 출시 초반 수요가 전작 대비 더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갤럭시와 더불어 아이폰 17 수요가 크게 늘어나며 이익에 보탬이 됐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애플은 지난 1월 2026년 1분기 회계연도(지난해 10월~12월) 컨퍼런스콜에서 아이폰 매출이 전년(691억3800만달러) 대비 23% 급증한 852억69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아이패드(80억8800만달러→85억9500만달러), 맥(89억8700만달러→83억8600만달러) 대비 아이폰 매출이 크게 늘면서 삼성디스플레이도 간접적 이익을 봤을 것으로 보인다.
HS 구독·렌털 확대… 1분기 실적 안정판 키운 LG
LG전자가 내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6에서 AI로 한층 진화한 LG 시그니처 라인업을 공개한다. 사진은 인테리어컷. 사진=LG전자
2017년 이후 매년 1분기 호조를 이어온 LG전자는 올해 1분기 잠정실적에서도 개선된 흐름을 보였다. 지난 2022년 1분기(매출 20조9690억원, 영업이익 1조9429억원) 이후 가장 좋은 결과를 낸 LG전자는 HS사업본부가 정수기·공기청정기·비데·세탁기 케어 등 구독·렌털 매출 비중을 꾸준히 키웠고, 연말 이후 신제품 라인업이 본격 판매되며 영업이익 개선에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1분기 HS사업본부 영업이익 추정치는 7000~8000억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6446억원) 대비 10% 내외 성장이 예상된다. LG전자 2025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HS사업본부는 지난해 전체 매출의 29.3%인 26조1259억원을 벌어 사업부문 중 1위를 차지했다. 자회사인 LG이노텍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매출이 20조원을 넘긴 사업본부다.
LG전자가 현지시간 5일부터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5’에 참가한다. 사진은 모델이 전시관 내 ‘AI 코어테크 존‘에서 유럽향 냉장고에 적용된 AI 인버터 기술과 다양한 AI 기능을 소개하는 모습. 사진=LG전자
HS사업본부 매출은 꾸준히 증가 추세다. 2023년 22조6958억원 수준이던 HS사업부 매출은 2024년 24조8057억원, 지난해 26조1259억원으로 우상향했다. 1분기로 한정하면 2024년 6조1291억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6조6968억원 수준으로 올랐다. 영업이익이 더 개선된 올해는 이보다 더 상승했을 것으로 보인다.
에어컨 등 냉난방·공조(HVAC) 등 에너지·환경 솔루션 사업을 담당하는 ES사업본부도 여름이 빨리 다가오는 이상기후를 감안해 선수요가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집계에 따르면 냉장고·세탁기·에어컨은 2024년 1분기 6조5835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지난해에는 7조335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여기서 HS사업본부 매출을 제외하면 2024년에는 4544억원, 2025년에는 6391억원을 에어컨 매출로 벌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LG전자는 중동 전쟁 등 시장 불확실성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LG전자는 TV를 주력으로 하는 MS사업본부가 운영 효율화와 webOS 사업 안착을 통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VS사업도 매출 성장세를 이어갔다고 밝혔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던 TV 사업은 고정비 축소와 올레드(OLED) TV 판매 증가에 힘입어 연간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며 “가전 부문 역시 북미와 중남미 생산 비중 확대를 통해 관세 리스크에 대응하고 있으며 전장 사업 또한 수익성 중심 전략을 통해 이익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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