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위원장이 21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타워에서 열린 준감위 정례회의에 참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총파업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공개적으로 파업 파장을 언급하며 경고 메시지를 냈다. 반도체 생산 차질 우려까지 겹치면서 노사 갈등이 기업 내부를 넘어 산업 전반 리스크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2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열린 정례회의에 앞서 "삼성은 단순한 사기업을 넘어 국민과 직결된 기업"이라며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경제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노조 측도 이러한 파급력을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노사 갈등이 '국가경제 변수'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삼성전자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생산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산업 전반에 연쇄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반도체는 한국 전체 수출을 이끄는 모습으로, 지난해 반도체 수출은 1734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24.4%를 차지했으며 올해 1~3월에도 비중이 각각 31.1%, 37.4%, 38.1%로 확대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반도체 수출 물량이 10% 감소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0.78% 하락할 수 있다고 추정한 바 있다. 삼성전자의 노사 갈등이 단순 기업 내부 분쟁을 넘어 국가적으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는 점이다.
유진투자증권에 의하면 삼성전자의 재고자산회전율은 2023년 5.0회에서 2025년 6.2회로 상승했고, 2026년에는 7.3회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인공지능(AI) 산업의 급성장에 제품이 빠르게 팔려나가고 있는 만큼 파업 시 공급 리스크를 방어할 수 있는 재고 완충 능력은 다소 약해진 국면이다.
현재 노사는 임금 인상률과 성과급 체계를 두고 협상이 교착 상태다. 사측은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실적에 따른 추가 보상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성과급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 연동 배분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노조는 지난달 교섭 중단 이후 투쟁 수위를 높이며 오는 23일 경기 평택사업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이어 다음달 21일부터 6월 7일까지 파업도 예고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실제 파업이 진행될 경우 반도체 라인 운영 차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노조는 파업 시 최대 20조~30조원 규모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측은 사업장 점거 등 불법 행위에 대비해 법원에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동시에 생산 차질 최소화를 위한 내부 대응 체계 점검에도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내부 갈등 이슈도 불거졌다. 삼성전자는 최근 사내 보안 시스템을 악용해 임직원 개인정보를 수집·유출한 혐의로 직원 A씨를 수사기관에 고소했다. 해당 정보가 노조 관련 자료로 활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 위원장은 "노사 관계는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형사 절차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까지 간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근로자의 권리 보장과 함께 노노 간 인권 역시 지켜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준감위는 향후 노사 관계가 법과 원칙에 따라 운영되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이 위원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불법적 요소가 개입되지 않도록 감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