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원유 수급 위기 확산으로 공공부문에 대한 승용차 5부제가 의무 시행된 25일 경기 수원시청 정문에 차량 5부제 시행을 알리는 안내문이 설치돼 있는 모습. 전기·수소차를 비롯해 장애인 차량과 임산부·유아(미취학 아동) 동승차량 등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국제 유가 급등과 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산업계 전반에 '에너지 절감'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공공기관 차량 5부제와 국민 절전 참여를 요청한 가운데 삼성과 SK, 대한상공회의소 등 주요 경제 주체들이 잇따라 동참에 나섰다.
◇삼성, 현장 직원 격려까지…차량 10부제·조명 반값 ‘강력 대응’
2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국내 모든 사업장을 대상으로 '에너지 절감 정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등 관계사들은 전일인 25일 사내 공지를 통해 차량 10부제 도입을 공지, 이날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
조치는 구체적이다. 차량 10부제를 통해 사업장 출입 차량을 제한하고 야외 조경과 복도 옥상 등 비업무 공간 조명은 절반 수준으로 줄인다. 휴일 미사용 주차 공간 역시 폐쇄 및 소등한다. 임직원을 대상으로는 퇴근 시 PC와 모니터 전원 차단, 실험 장비 대기전력 최소화 등 생활형 절전 캠페인도 병행한다. 다만 전기차와 수소차, 임산부 및 유아 동승 차량, 장애인 차량 등은 제외했다.
중동 지역 대응도 병행했다. 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 등에 남아 있는 파견 임직원과 가족 약 500명에게 1인당 약 500만원 상당의 격려 선물을 지급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제안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중동 전쟁 발발 직후 필수 인력을 제외한 대부분을 귀국 또는 제3국으로 이동시켰다. 이란·이라크·이스라엘 등 분쟁 지역에서는 전원 철수를 완료한 상태다.
◇SK·LG·한화 등 전방위 동참…에너지 효율화 문화 확산
SK그룹도 에너지 절감 조치에 동참한다. 오는 30일부터 국내 모든 사업장을 대상으로 차량 5부제를 시행한다. 번호판 끝자리에 따라 요일별 운행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월요일 1·6번 화요일 2·7번 수요일 3·8번 목요일 4·9번 금요일 5·0번이 적용된다.
사업장별 절감 조치도 강화한다. 점심시간과 퇴근 후 전면 소등을 의무화하고 냉방 26도 이상, 난방 18도 이하 기준을 적용한다. 엘리베이터는 격층 운행하거나 저층 이용을 제한한다. SK그룹 전 계열사가 참여하며 각 사가 사업장 여건에 맞춰 세부 조치를 확대할 방침이다.
LG는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를 비롯한 사업장에서 점심시간, 퇴근 이후 일정한 시간이 되면 사무실의 전등이 자동으로 꺼지는 자동 소등 시스템을 적용해 불필요한 전력 낭비를 방지하고 있다. 주요 출퇴근 동선에 셔틀버스를 운영하며 임직원의 출퇴근을 지원하는 동시에 자가용 이용을 자제하고 있다. LG전자는 전 사업장에 에너지 사용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고 에너지 사용을 효율화한다. 경남 창원 LG스마트파크에서는 통합생산동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설비를 통해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 중이다.
한화그룹도 국내 모든 계열사와 사업장에서 차량 10부제를 운영한다. 또 사무실·사업장 전기 절감을 목적으로 PC 절전모드 및 퇴근 시 사무기기 전원 차단, 미사용 공간(회의실, 교육장 등) 공조 조절, 실내온도 기준 강화 및 개인 냉난방 기구 사용 조절 등을 실시한다. 조명·설비 운영 효율화를 위해 공용 공간(복도, 로비, 화장실, 주차장 등) 조도 축소, 야간 외관 조명 최소화 등에 나선다.
롯데그룹도 개인 및 업무용 차량에 대해 승용차 5부제를 시행한다. 출퇴근시간의 교통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유연근무제 활용도 독려한다. 롯데는 임직원에게 에너지 절약을 독려하기 위해 사무실 내 냉난방 적정온도 유지 및 대기전력 차단,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 화상회의 활성화 통한 업무 이동 최소화, 사업장 내 고효율 및 절감형 설비 우선 적용 등 '롯데그룹 에너지 절약 캠페인 10대 수칙'을 정했다.
CJ그룹도 이날 ‘차량 5부제’ 시행을 그룹 전 계열사와 사업장에 공지하고 즉시 시행했다. 차량 5부제는 자차를 이용하는 전 임직원 대상이며 방문객에게도 대중교통 이용을 권장한다. 단 전기·수소차, 장애인 사용 자동차, 임산부·유아(미취학 아동) 동승 차량, 필수 업무 차량(납품·영업) 등은 제외한다. CJ그룹은 추후 자원안보 위기단계가 ‘경계’로 격상 시 계열사별 상황 및 직무 특성에 따라 재택 근무제, 거점 오피스, 유연근무제 운영 등을 독려하며 에너지 저감 정책을 지속 추진할 예정이다.
GS그룹은 오는 26일부터 전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차량 5부제를 시행한다. 대상은 GS칼텍스와 GS리테일 등 주요 계열사 임직원으로, 공공부문에 준하는 수준에서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이다. 다만 전기·수소차를 비롯해 장애인 사용 자동차, 임산부·유아(미취학 아동) 동승차량 등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전력 사용 절감 조치도 병행한다. 점심시간 등 사무실을 비울 때는 사용하지 않는 조명을 끄는 등 기존의 에너지 절약 수칙을 강화해 시행할 방침이다.
◇경제단체도 가세…“일시적 대응 넘어 실천 문화 정착”
경제단체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전국 74개 지역 상공회의소와 함께 에너지 절약 캠페인에 돌입했다. 약 20만 회원 기업으로 절약 실천을 확산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대한상의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차량 5부제를 시행한다.
동시에 에너지절약 캠페인도 병행한다. 주요 실천 과제로는 정부가 발표한 에너지절약 국민행동 지침에 따른 ▲실내 적정온도 유지(난방 20℃, 냉방 26℃) ▲엘리베이터 효율 운행 및 냉난방 순차운휴 ▲대기전력 차단 및 에너지절약마크 제품 우선 사용 ▲비대면 화상회의 전환·점심시간 소등·퇴근 시 전원 차단 등이 있다. 향후 에너지 수급 상황에 따라 추가적인 절약 조치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IEA가 '역사상 최악의 에너지 안보 위협'으로 경고할 만큼 중대한 국가적 위기 상황”이라며, “전국 20만 기업을 대표하는 법정 경제단체로서 에너지절약에 앞장서고 정부·기업·국민이 한마음으로 에너지절약에 동참한다면, 이 위기를 반드시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중동 정세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수급 변동성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시행하기로 했다. 또 회원사들에게 에너지 효율 제고 노력에 함께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경협은 오는 26일부터 임직원을 대상으로 '에너지 다이어트를 위한 6가지 실천' 캠페인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한경협은 이날 회원사들에 보낸 협조 공문을 통해 제조시설, 사무실, 건물, 교통 등 각 부문에서 실천 가능한 범위 내 에너지 사용을 점검하고, 관련 매뉴얼을 마련하거나 보완해 에너지 효율을 높여 나가는 데 동참해 줄 것을 안내했다.
한국무역협회도 본부와 13개 지역본부에서 차량 5부제를 의무 시행하고 무역센터 콤플렉스의 전력 관리를 강화하는 등 에너지 절감 대책을 수립했다.
건설업계와 유통업계 등으로 동참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GS건설은 차량 5부제를, 삼성물산은 10부제를 시행 중이다. 오리온그룹은 27일부터 전 계열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차량 5부제와 점심시간 및 퇴근 시 소등, 업무 시간 외 PC 종료 등 에너지 절감 정책을 시행한다. 임직원을 대상으로 일상 속 에너지 절감에 대한 안내도 진행한다.
한편, 정부는 지난 25일 0시부터 공공 기관을 대상으로 차량 5부제 적용을 강화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6일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열고 중동 정세 장기화에 따른 대응책을 관계 부처 장관들과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에너지와 원자재 수급 상황을 비롯해 물가, 증시, 환율 등 국내 경제 전반의 여건을 종합적으로 점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7일로 예정된 석유 최고가격제 2차 고시를 앞두고, 향후 유가 관리 방향이 주요 의제로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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