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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복지, ESG로 진화하다] ESG 시대, 사회복지의 생존법

칼럼니스트 프로필 나동준 칼럼니스트는 디지털전환교육원 수석연구원·숙명여자대학교 객원교수로 활동하며 생성형 AI와 사회복지 디지털 전환의 접점을 개척하는 혁신가다.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

[사회복지, ESG로 진화하다] ESG 시대, 사회복지의 생존법

[한국강사신문 나동준 칼럼니스트] 이제 ‘좋은 일’만 한다고 살아남는 시대는 끝났다. 사회복지는 오랫동안 선의의 언어로 존중받아 왔다. 약자를 돕고, 공동체를 지키고, 국가가 미처 닿지 못한 삶의 가장 낮은 곳을 떠받치는 일.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그 익숙한 명분만으로 버틸 만큼 순하지 않다. 사회는 이제 묻는다. 얼마나 실제로 바꾸었는가.

얼마나 투명하게 운영되는가. 기후위기와 불평등, 재정 압박과 돌봄 공백이 겹쳐지는 시대에 그 조직은 과연 지속가능한가. 한때 ESG는 기업의 언어처럼 보였다. 하지만 정작 그 질문을 가장 먼저, 가장 아프게 받아내야 하는 곳은 사회복지 현장이다. 돌봄의 붕괴도, 지역 격차도, 배제와 고립도 늘 가장 약한 사람에게서 먼저 시작되기 때문이다.

ESG가 사회복지에 필수인 까닭은 분명하다. 복지의 위기가 더 이상 예산 부족 하나로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의 위기는 환경 변화, 사회적 불평등, 조직 신뢰의 붕괴가 한꺼번에 밀려오는 구조적 위기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36억 명이 이미 기후변화에 취약한 지역에 살고 있으며, 2030년부터 2050년 사이 영양실조·말라리아·설사·열스트레스 등으로 매년 25만 명의 추가 사망이 발생할 수 있다.

취약 지역의 극한기상 사망률은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최근 10년간 15배 높았다. 이 수치는 곧 사회복지의 현실이다. 폭염에 먼저 쓰러지는 사람은 냉방이 충분한 사람이 아니라 홀로 사는 노인이고, 집중호우 뒤 돌봄 공백에 먼저 방치되는 사람은 자원이 많은 가정의 아이가 아니라 장애인과 저소득층 아동이다. 기후위기는 환경 담론이 아니라 복지의 생존 조건이다.

사회 영역과 지배구조의 문제는 더 직접적이다. WHO는 건강 격차를 만드는 핵심 요인으로 소득, 주거, 교육, 사회보호 같은 ‘사회적 결정요인’을 지목한다. 다시 말해 복지는 프로그램 몇 개 더 만드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삶의 조건 자체를 바꾸지 못하면 복지는 사후 수습에 머물 뿐이다. 동시에 조직 운영이 불투명하면 그 복지는 선한 사업이 아니라 불신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보건복지부는 사회복지법인과 시설의 예·결산서, 후원금 사용 내역을 통합 공시하도록 제도를 손봤고, 국민권익위원회는 위탁 운영 과정에서 외부위원 참여, 이해충돌 방지, 심사 결과 공개, 운영성과 평가 의무화 등을 권고했다. 복지기관의 회계 부실, 폐쇄적 채용, 불공정한 위탁은 행정 실수가 아니라 공공성을 허무는 위험이라는 뜻이다. 선의는 존중받을 수 있어도, 설명되지 않는 운영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사회복지의 ESG는 보고서 표지에 유행어를 얹는 일이 아니라 운영의 문법을 바꾸는 일이어야 한다. 환경에서는 폭염·한파·집중호우에 대비한 취약계층 비상돌봄 체계를 상시화하고, 에너지 빈곤 가구를 선제적으로 발굴하며, 시설 운영에 에너지 절감과 친환경 구매 기준을 도입해야 한다. 사회에서는 공급자 중심 사업을 늘리는 대신 건강·주거·고립·고용 문제를 함께 다루는 통합형 사례관리로 옮겨가야 한다.

학교, 보건소, 고용기관, 주민조직과의 협업은 선택이 아니라 기본 인프라가 되어야 한다. 지배구조에서는 예·결산과 후원금 사용 내역, 채용 절차, 외부 감사 결과를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게 공개하고, 기관별로 에너지 사용량, 긴급지원 실적, 이용자 만족도, 종사자 이직률 같은 지표를 정기적으로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사회복지는 “우리는 좋은 일을 한다”는 주장 대신 “우리는 위험을 줄였고, 삶을 바꾸었고, 그 과정을 책임 있게 증명했다”는 말로 평가받을 수 있다.

결국 ESG는 사회복지에 덧붙이는 장식이 아니라 존립의 기준이다. 앞으로 살아남는 복지는 사업이 많은 기관이 아니라 위험을 먼저 읽는 기관, 예산을 많이 쓰는 기관이 아니라 자원을 책임 있게 쓰는 기관, 좋은 뜻을 말하는 기관이 아니라 신뢰를 증명하는 기관일 것이다. 사회복지를 기업처럼 만들자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사회복지가 본래 지켜야 할 공공성, 연대, 책임의 가치를 시대의 언어로 다시 세우자는 요구다. 선의만으로는 부족하다. 준비된 복지여야 한다. 투명한 복지여야 한다. 지속가능한 복지여야 한다. ESG를 자기 언어로 바꾸지 못한 사회복지는 도태될 것이고, 끝내 그 대가는 가장 약한 시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그래서 지금 사회복지에 필요한 것은 적응이 아니라 각성이다. ESG는 선택이 아니다. 생존이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나동준 칼럼니스트는  디지털전환교육원 수석연구원·숙명여자대학교 객원교수로 활동하며 생성형 AI와 사회복지 디지털 전환의 접점을 개척하는 혁신가다.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KAC 공인코치, 경영지도사(인사조직관리) 자격을 갖추고 있다.

ChatGPT 활용 전략부터 ESG 경영, 스마트워크, 조직 활성화, 감정경영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의 강의를 진행중이다. 숙명여자대학교 객원교수로 있으면서, 50플러스센터, 국내외 대학·복지기관, 각종 협회 및 기업 현장을 무대로, 맞춤형 솔루션과 실전형 워크숍으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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