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동조합의 행보가 위태롭다. 오는 21일 총파업을 앞두고 터져 나온 노조 간부의 발언은 귀를 의심케 한다. 이송이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부위원장이 조합원 소통방에서 “삼성전자는 우리가 그냥 없애버리는 것이 맞다”고 언급한 것은 사실상 기업의 존립 근거를 부정하는 위험천만한 발언이다. 비록 노조 측이 노동권 존중을 위한 변화를 촉구하는 취지였다고 해명했으나, 국가 경제의 중추를 담당하는 글로벌 기업의 노조 간부로서 지나치게 경솔하고 파괴적인 발언이었다.
삼성전자는 단순한 일터를 넘어 우리 경제와 글로벌 공급망에서 대체 불가능한 비중을 차지한다. 노조 역시 이러한 영향력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디 코스피 시원하게 빼 보자”는 식의 오만한 발언들이 소통방에 오르내리는 것은 시장의 충격을 협상 카드로 활용해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겠다는 무책임한 태도로 비친다. 이는 기업의 파멸과 대량 실업, 나아가 국가 경제의 파국까지 볼모로 잡겠다는 부적절한 행태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기업만큼 노동도 존중되어야 하고, 노동권만큼 기업경영권도 존중되어야 한다”며 절제를 촉구한 것은 사태의 엄중함을 반영한다. 평소 친노동 정책을 지지해온 이 대통령조차 공공복리를 위한 기본권 제한 가능성을 시사한 점을 노조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법원 또한 파업의 정당성보다는 파업으로 인한 ‘회복할 수 없는 손해’에 주목했다. 수원지법은 사측이 낸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며, 안전보호 시설이 평상시와 동일하게 유지·운영되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반도체 공정 특성상 설비가 한 번 손상되면 재가동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이는 노조의 쟁의권이 사용자의 조업 계속의 자유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지극히 합리적인 판단이다.
지금 삼성전자는 안팎으로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들은 공급망의 안정을 최우선으로 꼽는다. 내부의 극심한 갈등과 과격 발언은 곧 공급 불안정 신호로 해석되어 수주 경쟁력을 갉아먹는 무형의 타격을 준다. 중국 반도체 업체들은 삼성전자의 파업을 목내밀고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오고 있다.
노동권 보호가 민주주의의 척도라면, 경영권의 실질적 보장은 시장경제 질서의 근간이다. 기업이 마음 놓고 미래를 위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노동자가 미래에 나눠갈 수 있는 성과 또한 줄어들 수밖에 없다.
노조는 이제라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려는 듯한 고집을 멈추고 성실하게 교섭에 임해야 한다. 대통령과 법원, 그리고 심지어 내부 직원들조차 우려를 표하는 작금의 상황은 노조의 투쟁 방향이 대중적 공감대를 잃었음을 방증한다. 파국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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