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마감된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이재명 대통령 탄핵 청원이 57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는 사실은 정치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던지고 있다. 국민동의청원 제도상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돼 심사하게 되어 있지만, 현재 국회 의석 분포를 볼 때, 이 청원이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믿는 국민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청원을 단순한 정치 공세나 정쟁의 산물로만 치부하는 태도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민주주의에서 수십만 명의 국민이 특정 사안에 의견을 표명했다는 사실 자체는 그 규모와 무관하게 정치가 귀 기울여야 할 하나의 신호이기 때문이다. 물론 청원 동의자 수가 곧 전체 국민 여론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일정한 민심의 흐름과 사회적 문제의식을 보여주는 지표로서의 의미까지 부정할 필요는 없다.
물론 대통령과 여당은 이번 탄핵 청원을 정치적 반대 세력의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평가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정치적 의도가 일부 존재한다고 해서 그 안에 담긴 모든 국민의 불만과 우려까지 부정해서는 안 된다. 국정을 운영하는 책임 있는 지도자라면 비판의 배경에 무엇이 있는지 먼저 살펴보고, 국민이 무엇을 걱정하는지를 확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국정 운영은 지지하는 국민만이 아니라 비판하는 국민의 목소리까지 함께 경청할 때 더욱 안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3주 연속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를 앞서고 있지만, 부동산 정책과 경제·민생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은 정부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다. 국정 지지율은 단기간의 등락보다 추세가 중요하다. 작은 변화가 반복되면 결국 민심의 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 대한 기대가 높을수록 실망도 커질 수 있다. 국민 통합과 협치를 강조해 온 정부라면 반대 목소리 역시 국정 운영에 참고해야 할 중요한 의견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성숙한 민주주의의 모습일 것이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찬반을 떠나 국민이 제도 안에서 의사를 표현하는 합법적인 통로다. 이번 청원의 정치적 귀결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난 민심의 변화까지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는 이번 청원을 단순한 정치적 공격으로만 규정하기보다, 국민 신뢰를 더욱 두텁게 만들기 위한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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