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와 완도를 오가는 연안 여객선. 전남광주시 제공
전남지역 섬 주민들에게 여객선은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다. 병원에 가고, 장을 보고, 학교에 가고, 육지의 관공서를 찾기 위해 반드시 이용해야 하는 생활의 길이다. 그런데 정작 이들이 이용하는 여객선 기항지 상당수는 제대로 된 여객터미널조차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섬 주민의 이동권을 더 이상 불편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인 생활권의 문제로 봐야 하는 이유다.
3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인 서삼석 국회의원이 해양수산부로부터 제출받은 ‘섬 지역 여객 편의시설 현황’ 자료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전국 322개 여객선 기항지 가운데 여객터미널이 없는 곳은 240곳으로 75%에 달했다. 특히 전남 지역은 160곳으로 전국 미설치 기항지의 67%를 차지했다. 전체 기항지의 57%인 182곳에는 탑승 대기실조차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시설의 숫자만이 아니다. 일부 기항지에서는 낡고 녹슨 컨테이너나 비닐하우스가 대기실을 대신하고 있었다. 지붕과 창문이 없어 비바람을 피하기 어렵거나 냉난방조차 할 수 없는 곳도 있다. 섬 주민과 관광객이 배를 기다리는 공간이라고 하기에는 초라하고 위험한 모습이다.
여객선은 미연륙 섬 주민의 생업과 일상을 지탱하는 필수 교통수단이다. 매년 약 1300만 명이 여객선을 이용해 섬을 찾는다. 여객선이 대중교통수단이라면 승객이 기다리고 승하선하는 공간 역시 교통시설의 일부로 봐야 한다.
섬 주민들의 불편을 ‘섬이니까 감수해야 할 일’로 여겨온 관행부터 바꿔야 한다. 육지에서는 버스정류장 하나를 설치하고 개선하는 것도 주민들의 생활 편의를 위한 행정으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섬에서는 눈과 비를 그대로 맞으며 배를 기다리는 일이 반복된다. 특히 고령자가 많은 섬 지역에서는 불편을 넘어 안전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더 이상 책임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 우선 전국 기항지의 시설 실태를 전수조사하고, 이용객 규모와 주민 수, 시설 노후도와 위험성을 기준으로 개선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대규모 터미널을 새로 짓는 것만이 해법은 아니다. 작은 섬에는 규모에 맞는 대합공간과 화장실, 안전한 승하선 시설, 고령자와 장애인을 위한 접근시설 등 최소한의 생활 인프라부터 갖추면 된다.
섬은 관광자원이기 전에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다. 섬 주민이 육지에 나가기 위해 배를 타는 순간부터 불편과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면 ‘살기 좋은 섬’이라는 구호는 공허하다. 필요한 것은 거창한 개발사업이 아니다. 비바람을 피하고 안전하게 배를 기다릴 수 있는 작은 공간, 누구나 안전하게 오르내릴 수 있는 선착장이다. 터미널 없는 섬의 현실을 이제는 교통복지의 사각지대로 인식하고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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