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23일 대통령 주재로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를 개최한다. 공급, 금융, 세제를 아우르는 부동산 정책 전반을 국민과 전문가가 함께 논의하겠다는 취지는 이제까지 보지 못한 매우 바람직하다. 부동산은 국민의 삶과 자산,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만큼 이해관계자의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것은 향후 정책 추진에 큰 힘이 된다. 그러나 이번 토론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기대보다 우려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토론회 개최를 발표하면서 동시에 7월 말 또는 8월 초 세제 개편안을 내놓겠다고 밝힌 점이 의구심을 키운다. 비록 14일부터 16일까지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 재정경제부가 각각 공개 토론회를 개최해 전문가와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23일 대통령 주재 대토론회에서 그 최종 방향을 논의한다고 하지만, 과제가 가진 비중을 생각할 때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특히 부동산 세제는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매우 큰 사안이다. 다양한 의견을 검토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조율하며 정책 효과를 면밀히 분석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발표 시한이 이미 정해져 있다면 국민은 “결론은 이미 정해졌고 토론은 형식에 불과한 것 아니냐?”라는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특히 대통령이 직접 보유세 인상 필요성을 언급하고, 보유세와 거래세 조정 방향까지 공개적으로 제시한 상황에서 열리는 토론회인 만큼 더욱 그렇다. 정부는 “열린 마음으로 듣겠다”, “결론을 정해 놓지 않았다”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정책 방향이 이미 상당 부분 결정된 뒤 국민적 동의를 얻기 위한 절차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 이유는 현재 부동산 시장 문제의 중심축인 서울 아파트 가격과 전셋값이 장기간 상승세를 이어가, 실수요자의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어. 공급 확대,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금융 지원 등 복합적인 접근이 요구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과 함께 정책을 만들겠다면 토론회의 형식보다 내용과 절차에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토론회에서 제기된 다양한 의견이 어떤 이유로 채택되거나 배제됐는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충분한 검토 기간을 거쳐 정책을 확정하는 것이 순서다. 이번 토론회가 정부의 명분 쌓기였는지 아닌지는 최종 개편안에서 명확히 드러날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