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조화환 놓은 배재고. 연합뉴스
청룡기 고교야구에서 벌어진 배재고의 ‘5·18 조롱 응원’은 단순한 학생들의 일탈이 아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혐오와 배제, 조롱을 놀이처럼 소비하는 일베식 문화가 학교와 스포츠 현장까지 침투했다는 데 있다. 교육의 장인 운동장에서 민주주의의 비극과 특정 지역을 희화화한 것은 우리 사회의 역사 인식이 얼마나 병들었는지를 보여준다.
혐오는 세계적인 문제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인종과 이민자, 성소수자를 겨냥한 증오 표현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극우의 혐오는 다르다. 자국의 가장 아픈 역사를 조롱거리로 삼는다는 점에서 더욱 저열하다. 만약 미국에서 뉴욕 학교를 상대로 9·11 테러 희생자를 조롱하는 응원이 경기장에서 벌어졌다면 사회적 파장은 상상하기 어렵다. 학생이라는 이유로 성장의 기회를 달라는 호소가 먹힐리 만무하다.
이번 사태는 역사교육의 실패를 드러낸 사건이기도 하다. 그동안 근현대사 교육은 끊임없이 흔들렸고, 민주시민교육은 입시 논리에 밀려 뒷전으로 밀려났다. 학생들은 교실보다 유튜브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왜곡된 역사와 혐오 문화를 먼저 배우는 현실에 놓였다. 5·18을 민주주의의 역사로 배우지 못한 자리에 혐오의 밈이 들어앉은 것이다.
배재고의 사과와 징계로 끝낼 일이 아니다. 서울시교육감은 물론 전국 시·도교육감들은 이번 사태를 역사교육과 민주시민교육을 근본적으로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역사 체험교육을 확대하고, 혐오와 허위정보를 비판적으로 분별하는 미디어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암기가 아니라 공감으로 배우는 가치다. 배재고 사태는 우리 교육이 무엇을 놓쳤는지를 일깨운 경고다. 역사를 잊은 교육은 결국 혐오를 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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