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정책실장이 최근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산업 호황에 따른 경제 성장의 과실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보유세와 양도세의 조정을 언급했다. 경제 성장의 성과가 생산적인 자격으로 선순환하지 못하고 부동산 투기로 집중되는 현상을 경계하겠다는 정부의 문제의식 자체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그 해법으로 또다시 부동산 보유세와 양도세 인상 카드를 우선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자칫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될 수 있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것은 투기 세력과 선량한 실거주자를 동일한 잣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겠다는 명분 아래 보유세를 높이면 여러 채의 주택을 보유한 자산가뿐만 아니라, 평생 어렵게 마련한 주택 한 채를 쥐고 있는 은퇴자와 중산층까지 고스란히 세금 폭탄을 떠안게 된다. 특히 소득은 끊겼거나 줄었지만, 집값 상승으로 공시가격이 오른 고령층의 경우, 늘어난 세금을 감당할 현금 흐름이 부족해 정든 집을 처분해야 하는 한계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 주택은 단순한 투자 상품이 아니라 국민의 삶을 지탱하는 생활 기반이다. 실거주 목적의 1주택자에게까지 과도한 세 부담을 지우는 것은 자산 가치 상승에 대한 정당한 과세가 아니라, 사실상 주택 소유 자체에 대한 벌금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보유세와 양도세의 동시 강화는 부동산 시장의 왜곡을 심화시킬 위험이 다분하다. 보유세가 높아지면 집주인들이 이를 임대료에 반영해 세입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크고, 양도세가 과도하면 집을 팔지 않고 버티는 '매물 잠김'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결국 거래는 끊기고 가격은 왜곡되어,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실수요자들의 기회만 더욱 박탈당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이는 과거 여러 차례의 부동산 정책 시행 과정에서 이미 유구하게 반복되고 증명된 부작용이다.
특히 국민 가운데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이 반도체 호황과 주식 시장을 통해 큰 부를 얻어 부동산 시장으로 뛰어들었는지 데이터조차 불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반도체 호황을 빌미로 전방위적인 부동산 세제 인상을 시도하는 것은 인과관계도, 정책적 선후관계도 맞지 않다. 따라서 정부가 해야 할 근본적인 대책은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세수를 바탕으로 기업 투자 지원을 늘리고, 벤처 창업과 미래 핵심 산업을 육성하며,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시중의 풍부한 유동 자금이 부동산이라는 고인 물이 아닌, 국가 미래를 위한 생산적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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