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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사설] M&A 막고 영업기밀까지 요구…거꾸로 가는 기업 육성책

정부는 연일 첨단산업 육성과 글로벌 수준의 규제 완화를 강조하며 ‘기업의 발목에 채워진 모래주머니’를 벗겨주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 현장에 작용하는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사설] M&A 막고 영업기밀까지 요구…거꾸로 가는 기업 육성책

정부는 연일 첨단산업 육성과 글로벌 수준의 규제 완화를 강조하며 ‘기업의 발목에 채워진 모래주머니’를 벗겨주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 현장에 작용하는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년 넘게 심사 중인 도레이첨단소재의 연성동박적층판(FCCL) 사업 매각이 단적인 사례다. 사모펀드 어펄마캐피탈이 지난해 도레이와 인수 계약까지 맺었지만 공정위가 1년 넘게 기업결합 승인을 미루고 있다.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인 FCCL 전체 시장에서 도레이의 점유율은 2~3%에 불과한데도 특정 생산방식으로 시장을 좁게 보면 60%를 넘는다는 게 쟁점이다. 첨단산업 인수합병(M&A)은 글로벌 경쟁과 기술 대체성, 공급망 재편까지 함께 봐야 한다. 국내 시장만 쪼개 독과점을 따지는 공정위 심사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공정위가 시간을 끌자 중국 기업이 인수에 나설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한국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라는 국내생산세액공제 제도는 과도한 행정 편의주의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정부가 반도체, 2차전지 등 전략산업의 국내 생산을 지원한다며 기업에 제품별 생산원가와 판매가격 등 영업비밀 제출을 요구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다. 세제 지원을 명목으로 기업의 핵심 기밀을 내놓으라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행정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는 더 이해하기 어렵다. 미국이 기후공시 규제를 후퇴시키고 유럽연합(EU)도 기업 부담을 줄이는 판에 한국은 2028년부터 자산 10조원 이상 유가증권시장 기업을 시작으로 법정 공시를 밀어붙이고 있다. ESG 정보 공개가 필요하더라도 굳이 경쟁국보다 앞서 강제할 이유는 없다.

각 제도만 떼어놓고 보면 명분과 필요성이 있다. 문제는 부처마다 자기 규제의 목적만 좇으면서 기업 부담과 국가 산업전략 전체를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첨단산업 경쟁은 투자 속도와 규모가 승패를 가른다. 이재명 대통령도 3대 메가프로젝트에 대해 “속도전을 넘어 전격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기계적 심사, 과도한 정보 요구, 경직된 규제로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모순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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