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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상 첫 8000피 돌파, 그리고 급격한 반락

글로벌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고대역폭메모리(HBM)·DRAM·NAND 수요를 폭발적으로 키웠고, 그 수혜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됐다. 올해 삼성전자 주가는 143%, SK하이닉스는 무려 201% 급등하며 코스피...

사상 첫 8000피 돌파, 그리고 급격한 반락

신한은행

15일 오전 9시 13분, 코스피 전광판에 '8002'라는 숫자가 찍히는 순간 은행 딜링룸에서는 박수가 터졌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8000포인트를 돌파하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작년 6월 3000선을 처음 밟은 지 채 1년이 되지 않아 지수는 1.7배 급등했다.

8000 돌파는 단순한 이정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유안타증권은 코스피가 연말 1만 포인트에 도달할 경우 달러 환산 시가총액이 현재 4조 1000억 달러에서 5조 4000억 달러로 증가, 한국 증시가 글로벌 5위 시장으로 도약할 것으로 추정했다. 영국, 캐나다, 대만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상승의 엔진은 명확하다. 글로벌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고대역폭메모리(HBM)·DRAM·NAND 수요를 폭발적으로 키웠고, 그 수혜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됐다. 올해 삼성전자 주가는 143%, SK하이닉스는 무려 201% 급등하며 코스피 상승분의 대부분을 견인했다.

KB증권은 2026년 코스피 영업이익을 전년 대비 약 3배 증가한 919조 원으로 추정한다. 유안타증권은 한국을 단순한 AI 사용국이 아닌, AI 설비투자를 제조업 이익으로 흡수하는 '공급국'으로 재평가했다. 반도체에서 전력기기·원전·2차전지까지 AI 인프라의 모든 병목을 동시에 채울 수 있는 나라는 현재 한국이 유일하다는 분석이다.

8046.78을 찍은 코스피는 오전 11시 현재 7730선으로 급락, 역사적 돌파의 흥분이 채 식기도 전에 시장은 다시 변동성의 소용돌이로 빠져들었다. 이후에는 7600선까지 밀리는 상황이 연출됐다.

고점 대비 400포인트 이상의 급락은 구조적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5월 들어 8거래일간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도 금액은 약 20조 2000억 원으로 역대 월간 순매도 3위 수준이다. 반도체·자동차 두 업종이 전체 매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한국형 공포지수'인 VKOSPI는 72선을 웃돌고 있다. 통상 40을 넘으면 시장 불안이 크게 확대된 상태로 해석되는데, 지수는 역대 최고치권에서도 70대를 유지하며 상승 기대와 공포가 동시에 극대화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다만 외국인 순매도를 구조적 이탈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는다. 키움증권은 현재 코스피 시가총액이 6300조 원대로 급증한 점을 고려하면 시총 대비 외국인 순매도 비중은 0.34%로 위기 시기(2~3월 0.47~0.81%)보다 낮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두 업종 집중 매도라는 점도, 증시 전반 이탈로 볼 수 없다는 근거다.

증권가의 전망은 낙관이 우세하다. 유안타증권은 하반기 코스피 밴드를 7600~1만으로 제시하며, 최선 시나리오에서는 1만 1600까지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고 봤다. KB증권은 올해 목표치를 기존 7500에서 1만500으로 무려 40% 상향했다. 현대차증권은 단기 급등 시나리오에서 1만2000까지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버블 논쟁도 뜨겁다. KB증권은 "버블은 단지 크게 올랐다고 스스로 붕괴하는 법이 없다"며 경기 사이클 붕괴나 금리 급등 같은 명확한 시그널이 없는 한 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하지만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코스피 상승분의 85%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두 종목에서 나온 점을 지적하며, 반도체 이외 영역으로 상승세가 확산되지 않으면 구조적 취약성이 남는다고 경고했다.

결국 코스피 8000 돌파는 한국 자본시장의 질적 변화를 선언하는 사건이지만, 오늘의 급락은 그 변화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음을 동시에 보여준다. AI 슈퍼사이클의 지속 여부, 이익 추정치의 실제 실현, 그리고 반도체 이외 업종으로의 확산, 이 세 가지가 1만 피로 가는 길의 관건이다.

신동립 기자 yortune@the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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