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사옥 로비, 1년11개월 공사 거쳐 재개방
지하1층~지상4층 3만6000㎡ 리뉴얼..소통·협업·학습·휴식 결합
애플·구글·MS처럼 조직문화와 혁신 인프라로 재설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이 2026년 5월 14일 서울 서초구 현대차그룹 양재사옥에서 열린 로비 스토리 타운홀에서 알렉산드라 빌레가스 산느 디자인 디렉터(오른쪽) 등 새 로비 기획에 참여한 담당자들과 함께 토크 세션을 진행 중이다./사진=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서울 양재사옥 로비를 앞세워 ‘일하는 공간’의 재정의에 나섰다.
인공지능(AI)과 원격근무 확산으로 업무 방식이 빠르게 바뀌는 가운데 단순한 출입 공간이던 로비를 소통과 협업, 학습과 휴식이 결합된 업무 플랫폼으로 바꾸며 사람 간 대면과 우연한 교류를 조직 혁신의 기반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14일 현대차그룹은 양재사옥 1층 로비 중앙의 계단형 라운지 ‘아고라’에서 ‘로비 스토리 타운홀’을 열고 리노베이션의 철학과 방향성을 임직원과 공유했다고 밝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 자리에서 “사람과 사람의 페이스 투 페이스,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 중요하다”며 “사람과 사람 간 만남은 아무리 세상이 발전해도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2024년 5월 양재사옥 로비 리노베이션에 착수해 올해 3월 공간 운영을 재개했다. 리뉴얼 범위는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로, 실내와 옥외를 포함한 전체 면적은 약 3만6000㎡다.
새 로비는 임직원이 자유롭게 머물며 생각을 나누는 열린 광장 형태로 조성됐다. 1층 아고라를 중심으로 라운지, 전시 공간, 카페, 옥외 정원을 연결하고 회의와 휴식, 교류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했다. 1층부터 3층까지는 대형 아트리움을 통해 수직 개방 구조를 구현하고 자연광과 실내 조경을 강화했다.
정 회장은 “양재사옥을 어떻게 가장 일하기 편하게 바꿀 수 있을까 생각했다”며 “많은 건물들을 보며 느낀 것은 사람이 우선이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통을 회사가 어떻게 하드웨어적으로 잘 도와줄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리뉴얼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캠퍼스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애플 파크는 협업을 위한 공용 공간과 집중 업무 공간, 자연과 연결되는 동선을 결합한 본사 캠퍼스로 설계됐다. 구글 베이뷰 캠퍼스는 110만제곱피트 규모의 전기 기반 캠퍼스로, 지속가능성과 협업형 업무 환경을 함께 강조한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레드먼드 캠퍼스 현대화 과정에서 직원 협업과 커뮤니티 연결, 지속가능성을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가 기술 기업의 창의성과 개발 문화를 캠퍼스에 반영했다면, 현대차그룹은 자동차·로보틱스·모빌리티 조직이 함께 일하는 공간을 통해 제조기업에서 기술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는 상징성을 부각하고 있다.
로보틱스 기술도 실제 사옥 운영에 들어왔다. 1층 로봇 스테이션에는 조경 관리용 ‘달이 가드너’, 배송 로봇 ‘달이 딜리버리’, 보안·의전용 ‘스팟’ 등이 배치됐다. 달이 가드너는 로비 식물에 물을 공급하고, 달이 딜리버리와 스팟은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음료 배송과 사옥 순찰을 수행한다.
2층에는 17개 미팅룸과 포커스룸을 마련했다. 사내 라이브러리도 일본 CCC와 협업해 주제별 큐레이션 도서 중심으로 개편했다. 3층에는 교육과 강연, 원데이 클래스 등을 운영할 수 있는 ‘러닝랩’과 외국어학습센터, 휴식 공간 ‘오아시스’가 들어섰다. 4층 옥상은 트랙과 운동 설비, 계단형 좌석을 갖춘 야외 정원으로 조성됐다.
지하 1층은 식사와 운동, 여가 기능을 결합했다. 식당은 한식과 일식, 이탈리안, 샐러드 등 다양한 메뉴를 운영하고 오픈 키친 형태의 라이브 그릴을 도입했다. 식사 시간 외에는 업무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번 리뉴얼은 현대차그룹이 최근 추진 중인 체험형 과학관 프로젝트와도 연결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 체험형 과학관 익스플로라토리움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2032년 개관을 목표로 참여형 과학관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업무 공간과 대외 전시 공간 모두 사람의 경험과 참여, 교류를 중심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같은 방향성을 보인다.
양재사옥 리뉴얼은 단순한 사옥 개선이 아니라 현대차그룹의 조직문화 전환을 보여준다. 공간 자체를 브랜드 전시장이나 복지 시설에 그치지 않고, 사람과 아이디어가 교차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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