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의료 인프라…전남광주 의료공백 우려된다
서구 선한병원 응급실 운영 중단
공공요양병원·산부인과 잇단 폐업
전남지역 공중보건의 턱없이 부족
공공심야약국 운영 활성화 안돼
국립의대 갈등 중재 역할도 미흡
전남광주 의료 공백 실태 보니
빛고을전남대병원 적자에 일반병원 전환
2026년 07월 29일(수) 20:40
29일 전남광주시 서구 선한병원 응급실 앞에 운영 중단을 알리는 팻말이 서있다.
내과 등 4개 과목 진료가 장기 휴진이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전남광주시 서구 선한병원이 경영난으로 일부 진료과에 이어 응급실 운영까지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요양병원 폐업과 국립대병원 분원 기능 재편, 산부인과 폐업에 이어 민간 종합병원까지 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전남광주 의료 시스템에 대한 점검과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의료계와 노동당국 등에 따르면 전남광주시 서구 선한병원은 최근 경영난과 의료진 퇴사 등을 이유로 일부 진료과목을 장기 휴진하기로 했다.
선한병원은 지난 19일 내과를 시작으로 외과, 신경과, 통증의학과 등이 줄줄이 휴진에 들어갔다. 지난 22일부터는 응급실 운영도 중단했으며, 응급실 직원들은 중단 당일 권고사직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직원들은 최근 두 달 동안 월급을 제때 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고용노동청에 누적 접수된 선한병원 관련 임금체불 신고는 16건으로, 체불 금액은 1억5700여만원으로 조사됐다.
선한병원 대표원장 A씨는 최근 광주회생법원에 일반회생 신청을 냈고, 지난 8일 포괄적 금지명령이 내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선한병원은 의료법인이 아닌 개인 의사들이 모여 만든 개인사업자 형태로, 개인 회생 또는 일반 회생 절차로 처리됐다.
광주일보는 A원장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지역 의료기관의 경영난과 기능 축소는 선한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광주에서는 최근 공공·민간 의료기관이 잇따라 문을 닫거나 병원 기능을 축소하는 일이 잇따랐다.
빛고을전남대병원은 지난 6월 누적 적자 1353억원을 견디지 못하고 종합병원 간판을 내리고 일반 병원으로 전환했다.
병원은 앞으로 노인특화 진료기관과 감염병 전담 병상 등으로 기능을 재편할 것으로 알려졌다. 178병상 규모의 공공전문진료센터가 개원 12년 만에 종합병원 기능을 접는 셈이다.
광주시립 제2요양병원은 2023년 말 폐업했다. 광주시가 2013년부터 전남대병원에 위탁 운영해온 공공요양병원이었지만, 경영난이 심화하자 전남대병원이 위·수탁 계약 종료 의사를 밝혔고 광주시가 새 수탁자를 찾지 못하면서 폐업으로 이어졌다.
광주시립 제1요양병원과 시립정신병원도 지난 2024년 수탁 운영자인 빛고을의료재단이 광주시에 조건부 운영 포기를 통보한 바 있다. 당시 재단은 광주시가 편성한 지원금 13억8000만원으로는 적자와 운영난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냈다.
북구 운암동 문화여성병원은 지속적인 분만 감소와 낮은 분만 수가로 운영난을 겪다 지난 2023년 9월 30일 폐업했다. 문화여성병원은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 마취통증의학과, 진단영상의학과, 산후조리원 등을 갖춘 지역 대표 산부인과였다.
청연 메디컬그룹도 지난 2020년 관계사들이 경영난으로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의료인력 부족은 전남 지역에서 더욱 심각하다. 공중보건의는 턱 없이 모자란 형편이다. 특히 공중보건의가 줄면서 보건소·보건지소·지방의료원에 의과 공보의를 1명씩도 배치하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2026년 전남에 배치된 공중보건의는 411명으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진료과별로는 의과 128명, 치과 108명, 한의과 175명이다. 지난해보다 65명 줄었고, 재작년 533명과 비교하면 123명 감소했다.
전남 지역 보건소와 보건지소, 지방의료원은 모두 241곳이다. 의과 공보의 128명만 놓고 보면 1곳에 1명씩만 배치해도 133명이 모자라는 실정이다.
의사도 구하기 쉽지 않고 전남 지역 공공심야약국도 약사 인력난으로 22개 시·군 가운데 12개 시·군, 14개 약국에서만 운영되고 있다.
지역응급의료센터는 인구 100만명 당 1.7개로 대구와 같은 전국 최하위(17위) 수준이다. 지역응급의료센터가 충분하지 못하면 응급환자 분산에 취약해 장거리 전원이 빈발해져 골든 타임을 놓칠 위험이 높아진다. 합계 출산율은 1.30명(2026년 1분기)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지만 분만 가능기관은 출생아 1000명당 1.1개소로 전국에서 가장 적다.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도 전남엔 전무하다. 이러다보니 전남지역 산모·신생아에 대한 60분 내 입원서비스 이용률도 전국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지역 의료 기반 확충을 위한 국립의대 설립 논의 과정에서도 전남광주시가 중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남광주시장 인수위는 최근 국립의대 설립을 둘러싼 목포대와 순천대 갈등을 조정하겠다며 중재안을 내놓았다가 순천대가 거부하자 행정기관의 중재 역할을 전남광주시에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신준호 전남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특정 과목에 특화된 병원이 아닌 한, 의료 수가 등을 고려하면 종합병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더욱이 전남 등 공보의 부족은 아주 오래전부터 예견된 일인데도 대안을 마련하지 않는 등 문제가 있었다. 지자체를 넘어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글·사진=박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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