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푸드빌 뚜레쥬르가 민생물가안정 동참 차원에서 지난 12일부터 일부 제품의 가격을 인하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서울의 한 매장에서 관계자들이 빵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간한국 신민성 기자] 밀가루 가격이 조정돼 베이커리 업계가 빵값을 인하한데 이어 라면과 과자·음료 업계도 가격 인하에 동참했다. 최근 정부가 물가 안정에 강한 의지를 보이자, 일부 식품기업이 가격을 조정했다. 아직까지 가격인하에 동참하지 않은 기업들에게도 이러한 영향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업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원재료 가격 하락이 곧바로 소비자 가격 인하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제품 가격은 원재료뿐만 아니라 국제 유가와 환율 변동, 물류비, 인건비 등 다양한 요인이 반영된다. 일례로 라면 업계가 원재료 가격 변동을 곧바로 제품 가격에 적용하지 않은 이유다.
라면 업계, 원가 부담 속 일부 제품 가격 인하
업계에 따르면 라면 가격은 밀가루 외에도 팜유와 스프 원료, 포장재, 인건비, 물류비 등 여러 요소가 반영된다. 오뚜기 관계자는 “라면 제품 원가에서 밀가루 비중은 15~17% 수준”이라며 “밀가루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전체 원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오뚜기는 지난 12일 “주요 라면을 포함한 식용유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6%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라면 제품 출고가는 평균 6.3% 인하되며 진짬뽕, 굴진짬뽕, 크림진짬뽕, 더핫열라면, 마열라면 등 8종에 적용된다. 오뚜기는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와 해바라기유 등 식용유 제품 가격도 낮추기로 했다.
농심은 라면 16종과 스낵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7% 인하했다. 농심 관계자는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와 민생 회복 정책에 부응하는 차원에서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삼양식품도 다음달 1일부터 ‘삼양라면 오리지널’ 봉지면과 용기면 2종 출고 가격을 평균 14.6% 인하한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유가와 환율 등 대외 변수에 따라 원가 구조가 크게 영향을 받는 만큼, 가격 관련 방침은 향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밀가루와 설탕 등 기초 원재료 가격이 하락하면서 라면과 제과 등 가공식품 업계 전반에서 가격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기업들이 내부 원가 구조를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해 추가 인하할지 여부는 2분기(4~6월)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원가 내려도 음료·과자값 인하 제한적”
일부 제과 기업들도 가격 인하에 동참했다. 해태제과식품은 비스킷 제품 ‘계란과자 베베핀’ 가격을 1900원에서 1800원으로, ‘롤리폴리’는 1800원에서 1700원으로 각각 인하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원가에서 설탕과 밀가루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 미만에 불과해 원가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물류비와 인건비는 매년 상승해 주요 원재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환율 변동 역시 원가에 영향을 미친다”며 “여기에 최근 유가가 불안정해 팜유 등 유지류와 석유화학제품 포장재 가격 상승이 예상돼 원가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련업계 관계자는 “과자는 원재료가 함께 사용되기 때문에 일부 원재료 가격만으로 제품 가격이 결정되지 않는다”며 “인건비와 전기·수도 등 유틸리티 비용과 물류비 상승도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음료 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 관계자는 “설탕 외에도 알루미늄 캔 등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물류비, 공공요금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커졌다”며 “소비자가 체감할 수준의 가격 인하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음료 업계는 향후 가공식품 가격 정책이 국제 원자재 시장 흐름과 환율 상황에 따라 다시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밀가루와 설탕 등 일부 원재료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팜유·카카오·커피 원두 등 다른 원료 가격은 아직 인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대종 교수는 “제품 가격에서 원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보통 10~30% 수준에 불과하고 인건비와 물류비, 에너지 비용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일부 원재료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기업들이 즉시 가격 인하에 나서기에는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제조사가 출고 가격을 낮추더라도 유통 재고가 소진되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소비자가 실제 매장에서 가격 인하를 체감하기까지는 보통 2주에서 한 달 정도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식품업계의 담합 행위를 비판하며 물가 안정을 압박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2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식용유와 라면 생산 업체들이 일부 제품 가격을 인하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국민 물가 완화와 민생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기업들도 국제 경쟁 속에서 녹록지 않은 상황이겠지만 위기 극복에 동참해 준 기업들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날 농심과 오뚜기, 해태제과, 삼양식품 등 주요 식품사들은 제품 가격을 일제히 내렸다.
신민성 기자 tls3530@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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