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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비즈니스 인사이트] 비바테크에서 목격한 기술 경쟁의 '새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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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사이트] 비바테크에서 목격한 기술 경쟁의 '새 공식'

2026.07.12 17:48

2026.07.13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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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서울경제진흥원 대표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세계 최대 기술 전시회를 꼽으라면 열 명 중 아홉명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를 떠올린다. 첨단 기술의 경연장이자 글로벌 정보기술(IT) 패러다임의 풍향계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 전 프랑스 파리에서 막을 내린 유럽 최대 스타트업·테크 박람회 ‘비바테크(Viva Technology) 2026’ 현장은 그 고정관념을 세차게 흔들었다. 미래 산업의 진정한 경쟁력은 ‘누가 더 독보적인 기술을 가졌는가’가 아니라 ‘그 기술을 어떻게 시장과 사람, 그리고 사회적 가치로 연결하는가’에 있다는 본질적 변화를 그곳에서 목격했기 때문이다.

기술 뽐내기보다 ‘시장 연결’에 집중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비바테크의 성장세는 매섭다. 2016년 첫 개최 당시 4만5000명에 불과하던 관람객은 올해 약 18만 명을 기록하며 세계적 기술 박람회로 우뚝 섰다. 그러나 진짜 차이는 외형적 규모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적 지향점’에 있다. CES가 소비자에게 최신 하드웨어를 뽐내는 대기업 중심의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무대라면, 비바테크는 스타트업과 글로벌 기업, 벤처투자자(VC), 정부 기관이 맞물려 사업화와 투자를 난상토론하는 거대한 기업 간 거래(B2B) 플랫폼이다. 단순히 완성된 기술을 감상하는 공간이 아니라, 날것의 아이디어가 자본을 만나 시장으로 치환되는 ‘생태계 전환의 현장’인 셈이다.

특히 행사 마지막 날 풍경은 한국 산업계에 묵직한 시사점을 던진다. 통상 글로벌 전시회는 폐막일이 다가오면 부스를 철수하기 바쁘고 한산해지기 마련이다. 반면 비바테크는 마지막 날까지 인산인해를 이뤘다. 일반 시민과 청소년에게 문턱을 낮추는 ‘퍼블릭 데이(Public Day)’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부모의 손을 잡고 온 아이들이 인공지능(AI) 인형을 만지고 모빌리티를 체험하는 모습은 단순한 관람을 넘어 ‘미래 세대에 대한 투자’이자 ‘기술의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고도의 교육 플랫폼’이었다. 기술을 이해하는 사회적 토양이 마련돼야 산업 생태계도 지속 가능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장면이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지점은 유럽 로봇·AI 기업들의 생존 전략이었다. 우리 기업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정교한 하드웨어 개발과 제조 공정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거는 사이, 유럽의 테크 기업들은 이미 검증된 하드웨어 위에 독창적인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모델을 얹어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불편함)’를 해결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었다.

‘잘 만드는 경쟁’ 넘어 생태계 선점해야

결국 시장이 원하는 것은 로봇의 ‘스펙’이 아니라 로봇이 창출하는 ‘가치’와 ‘비즈니스 모델’이다. 하드웨어 상향 평준화가 이뤄진 지금, 핵심 승부처는 하드웨어를 어떻게 주무르고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 생태계를 선점하느냐로 옮겨갔다. 제조 강국인 대한민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확보하려면, 기존의 하드웨어 유전자(DNA) 위에 AI와 소프트웨어 중심의 ‘활용성(Usability)’을 결합하는 파괴적 혁신이 시급하다. ‘누가 더 잘 만드는가’의 시대를 지나 ‘누가 더 큰 생태계를 지배하는가’의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변화의 바람은 기술 영역에만 머물지 않았다. 비바테크와 함께 열린 ‘2026 코리아 엑스포 파리’ 또한 뜨거웠다. 관람객이 전시장 밖에서 길게 줄지어 대기하면서까지 보고자 한 곳은 놀랍게도 국내 대기업이 아니라 이름조차 생소한 한국의 중소·신생 뷰티 및 푸드 브랜드였다. 과거 해외 진출이 자본력을 갖춘 일부 대기업의 전유물이었다면, 이제는 디지털 플랫폼과 맞물려 중소기업도 글로벌 소비자의 선택을 즉각 받을 수 있는 ‘초 국경 롱테일 시장’이 열렸다. K 브랜드가 단순히 유행을 타는 ‘시장 진입’ 단계를 넘어, 글로벌 스탠다드를 이끄는 ‘시장 주도’의 주역으로 체질을 바꾸고 있음을 뜻한다.

바야흐로 기술의 가치는 성능의 소수점 아래 숫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을 연결하고 어떤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하느냐로 결정되는 시대다. 원천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그 기술을 시장으로 연결하는 ‘비즈니스 오케스트레이터’로서의 역량, 그리고 미래 세대와 함께 호흡하는 생태계 구축 능력이 국가와 기업의 명운을 가를 것이다. 비바테크 2026이 우리에게 던진 가차 없는 질문에, 이제 대한민국 산업계가 답할 준비를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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