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웅 세종대학교 정보보호학과 교수
현대 사회는 무한한 사이버 공간을 통해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된 초연결 사회다. 이제 한 국가의 국력과 경제력은 영토의 크기가 아니라, 인터넷으로 연결된 사이버 공간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지배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이 사이버 공간과 밀접하게 결합하면서, 사이버 영토는 국가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자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했다.
최근 보안업계에 큰 충격을 준 엔트로픽 미토스 AI(Mythos AI)의 등장은 엄중한 경고를 던진다. 미토스 AI는 시스템의 취약점을 찾아내 방어하는 목적으로 개발되었으나, 만약 이 AI가 공격의 수단으로 변질한다면 기존의 방어 체계는 속절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제 보안업계는 AI를 선제적으로 접목한 세계 수준의 지능형 보안 제품 개발에 매진해야 한다. 창과 방패가 모두 AI화되는 시대에 기술적으로 앞서지 못하면 우리의 사이버 주권은 한순간에 상실될 수 있다.
특히 국방 영역에서 사이버보안은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소다. 현대전은 총성 없는 사이버 교전에서 이미 시작된다. 인공위성, 로켓 발사 시스템, 무인 체계, 전투 로봇 등 첨단 국방 자산은 모두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 만약 적의 해킹으로 이들이 무력화된다면 아군의 무기는 한순간에 고철로 변하거나, 오히려 우리를 공격하는 위협으로 돌변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양자컴퓨팅 시대의 도래는 기존 보안 체계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양자컴퓨터의 압도적인 연산 능력 앞에서는 현재 사용되는 대부분의 암호 체계가 무력화될 위기에 처해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양자 내성 암호(PQC) 기술을 조기에 확보하고 이를 국가 전체 인프라에 적용하는 것은 필수다. 전력, 금융, 교통, 인터넷망 등 국가 정부 망이 양자 시대의 보안 강화 없이 방치된다면, 국가 시스템 전체가 일시에 붕괴하는 대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전 세계 사이버보안 시장 규모는 약 300조 원에 달하며, 2030년까지 500조 원 이상으로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국내 보안 시장은 약 20조 원 규모로 세계 시장의 2%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거대한 시장에서 ‘추격자‘가 아닌 ‘선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산업을 육성하고, 민간 업체들이 AI를 접목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춘다면 사이버보안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먹거리이자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핵심 산업이 될 것이다.
따라서 국방 R&D 예산의 최소 5%를 사이버보안 분야에 과감히 투입하는 전략적 결단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정예 화이트 해커를 양성하고, 방어와 공격을 아우르는 사이버 무기를 지속해서 개발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와 국방, 그리고 민간 보안업체가 하나로 뭉치는 강력한 협력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민간의 혁신적인 기술과 군의 실전 데이터가 결합할 때 비로소 세계 시장을 압도할 ‘K-보안‘의 경쟁력이 완성된다.
이제 대한민국은 하드웨어 강국을 넘어, 소프트웨어와 보안 기술이 집약된 ‘사이버보안 3대 강국’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해야 한다. 강력한 사이버보안 체계는 국가 안보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동시에, 디지털 경제를 선도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문재웅 세종대학교 정보보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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