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테크
[비바100] “NPU 골든타임 잡아라”⋯ 모빌린트, 시스템반도체의 SK하이닉스 꿈꾼다
정수연 기자
배포일
2026-03-15 09:51
수정일 2026-03-15 09:51
발행일 2026-03-16
11면
[스타트업] 신동주 모빌린트 대표 인터뷰
“NPU 시장 경쟁 본격화⋯ 2~3년 내 기술력 증명해야”
AI NPU ‘레귤러스’ 올해 양산⋯ “2026년 매출 세자릿수 목표”
“SK하이닉스가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HBM을 선점하며 위상을 높인 것처럼, 국내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도 그런 기업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빌린트가 그 역할을 해내고자 합니다.”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 모빌린트의 포부다. 올해로 창업 8년 차를 맞은 모빌린트는 엣지용 신경망처리장치(NPU)를 주력으로 개발하는 토종 팹리스 기업이다. 브릿지경제는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모빌린트 본사에서 신동주 대표를 만나 AI 반도체 시장 전망 및 사업 전략을 들었다.
신동주 모빌린트 대표가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모빌린트 본사에서 브릿지경제와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수연 기자
◇ “어렵지만 무모한 도전은 아냐”⋯ NPU 시장 확신, 모빌린트 창업으로
NPU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창업으로 이끌었다. 신동주 대표는 카이스트 대학원 재학 시절이던 지난 2014년부터 AI 반도체 연구를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NPU’는 개념조차 생소한 용어였고, 딥러닝 가속기 연구 역시 초기 단계였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기관이나 기업이 많지 않은 때였다.
강한 확신을 갖고 시작한 만큼, 연구 성과는 국제 무대에서도 주목 받았다. 신 대표는 2017년 미국 반도체 학술대회 ‘핫칩스’에서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당시 구글이 서버용 NPU인 텐서처리장치(TPU)를 발표했고, 신 대표는 엣지용 NPU의 첫번째 버전을 공개했다. 이후 실리콘밸리 기업들로부터 채용 제안도 받았다.
그러나 신 대표는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으로 여겨지던 실리콘밸리 취업을 뒤로 하고 AI 반도체 기업을 만들기로 했다. AI 반도체의 개발부터 상용화, 양산에 이르는 전 과정을 직접 구상하고 추진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AI 반도체 기업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의지도 컸다.
신 대표는 “국내 대학에서 교육과 연구를 통해 성장한 만큼 국내 산업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하고 싶었다”면서 “실리콘밸리로 취업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선택일 수 있지만, 한국에서 AI 반도체 창업에 도전하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신 대표는 2019년, 고등학교와 대학교 시절을 함께한 두 명의 동기와 함께 모빌린트를 설립했다. 그는 “당시 경쟁 기업이나 연구기관에서 개발하는 NPU들을 보면서 우리 연구도 충분히 글로벌 수준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며 “어려운 도전이긴 하지만 무모한 도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자신했다.
모빌린트 본사 벽면에 ‘모든 곳에 인공지능을 구현한다(We bring Intelligence Everywhere)’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정수연 기자
◇ 엣지 AI 시장 정조준⋯ “기술적 한계 넘어 실제 양산 목표”
모빌린트(Mobilint)는 ‘모바일(Mobile)’과 ‘인텔리전스(Intelligence)’를 결합한 것으로, 신 대표는 ‘모든 움직이는 기기에 인공지능을 구현한다’는 의미를 사명에 담았다. 창업 초기부터 모빌린트는 엣지 AI 시장을 겨냥해 왔다. 로봇, 드론, 자동차, 스마트폰 등 다양한 기기의 동작에 기여하는 AI 반도체 시장을 노린 것이다.
그 배경에는 데이터센터와 엣지 시장의 환경 차이에 있다.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는 이미 GPU 기반으로 시장이 형성돼 있으며, 성능을 높이거나 비용·전력 효율을 개선하는 방향의 경쟁이 중심이다. 반면 엣지 기기에서는 하드웨어 효율 등의 문제로 AI 기능이 실제 제품에 적용되지 못하는 사례가 많았다.
최근에서야 반도체와 AI 모델 효율이 개선되면서 엣지 기기에서도 AI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 대표는 “엣지 분야는 단순히 성능을 더 높이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기술적 한계로 구현되지 못했던 기능을 실제 제품에서 구현해내야 하는 도전적인 영역”이라며 “엣지 시장이 NPU가 가장 필요로 하는 분야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략 아래 모빌린트는 두 종류의 AI 반도체를 개발했다. 온프레미스 서버용 칩 ‘에리스(ARIES)’와 온디바이스용 칩 ‘레귤러스(REGULUS)’다. 에리스는 스마트팩토리, 관제 시스템, 엔터프라이즈 환경 등을 겨냥한 제품으로 지난해 하반기 본격 양산을 시작했다. 레귤러스는 드론, 가전, 로봇, CCTV 등 기기 자체에서 AI 연산을 수행하는 온디바이스용 칩으로 올해 대량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그는 NPU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범용성’과 ‘효율성’의 균형을 강조했다. 신 대표는 “효율성을 높이면 범용성이 낮아지고, 범용성을 높이면 효율이 떨어지는 것이 NPU 설계의 기본적인 딜레마”라며 “다양한 AI 모델을 지원하면서도 높은 전력 효율을 구현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주 모빌린트 대표가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모빌린트 본사에서 브릿지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수연 기자
◇ 올해는 ‘성과의 해’⋯ 세 자릿수 매출 목표
그간 연구개발을 중심으로 사업 기반을 다져온 모빌린트는 올해 성과의 열매를 맺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회사는 지난 2024년까지 연구개발(R&D)에 집중해 기술 기반을 확보했고, 지난해에는 반도체 양산 단계로 전환했다. 2026년은 비즈니스 확대의 원년으로 삼고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는 전략이다. 올해 매출 목표는 세 자릿수 규모다.
모빌린트는 로봇·드론 등 ‘피지컬 AI’ 분야를 핵심 시장 삼고, 스마트팩토리와 온프레미스 기반 기업용 LLM, AI 에이전트 등 엣지 환경에서 활용되는 AI 수요를 주요 공략할 예정이다.
신 대표는 “현재 해외 대기업과 국내 중견·중소 스타트업을 포함해 약 70~80개 기업과 구체적인 사업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올해 세 자릿수 매출을 기록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모빌린트는 향후 3년을 핵심 승부처로 보고 있다. 현재 개발에 착수한 신규 칩을 기반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장기적으로는 시스템반도체를 대표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다. ‘HBM 신화’를 쓴 글로벌 메모리 기업 SK하이닉스처럼,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입지를 다진 기업으로 성장하겠단 것이다. 다만 산업 환경 변화 속도가 빠른 만큼, 향후 몇 년이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 대표는 “엔비디아, 퀄컴과 함께 경쟁력 있는 AI 반도체 포트폴리오를 갖춘 기업으로 자리 잡는 것이 목표”라며 “AI 반도체 시장은 변화 속도가 빠른 만큼 앞으로 3년 안에 궤도에 올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모빌린트는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에서 2년 연속 혁신상을 수상했다. 정수연 기자
◇ 지금이 ‘골든타임’⋯ 2028년까지 글로벌 경쟁력 확보해야
NPU 시장이 올해부터 급격히 커질 것으로 내다본 신 대표는 국내 AI 스타트업이 3년 내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대표는 최근 AI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정책적 지원이 과거보다 개선됐다고 평가하면서도, 시장 경쟁이 빠르게 심화되고 있는 만큼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초기 창업 당시와 비교하면 정책적 지원은 분명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AI 반도체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어서 사실상 골든타임이 길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AI 반도체 개발에 나서고 있는 점을 우려했다. 신 대표는 “미국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는 상황에서 국내 스타트업이 기술력만으로 경쟁하기는 쉽지 않다”며 보다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충분한 기술력을 갖추더라도, 실제 시장에서는 단계적 검증과 투자 유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는 “기술적으로 100층짜리 건물을 세울 수 있는 역량이 있더라도 먼저 10층 건물을 지어 검증하고, 이후 투자를 받아 50층, 100층으로 확장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국내 AI 반도체 기업에 기회는 남아있다. 모빌린트는 향후 2~3년을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다. 우선 올해 사업 성과를 시장에 입증하는 것이 순서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돌입해 2028년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야 한다는 것이다.
신 대표는 “올해 NPU 기업들은 일정 부분 성과를 반드시 보여주고, 내년에는 이를 실질적인 수준으로 구체화해야 한다”며 “그래야 2028년에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받는 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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