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증가에도 연간 가이던스 조정…믿었던 中 시장마저 ‘부진’
[주간한국 박현영 기자] 현대자동차가 올 3분기 영업이익 증가에도 연간 판매 및 영업이익률(수익성) 목표를 낮춰 잡았다. 세계적인 수요 둔화와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 원자재 상승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이유다. 현대차는 올 4분기 생산 및 판매 확대와 신차 효과, 전사적인 비용 절감을 통해 수익성 개선을 노리고 있지만, 당분간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은 계속될 것으로 각오하는 분위기다.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사진=현대차
현대차는 지난달 29일 경영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올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45조 1102억원, 영업이익 2조 677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국내 공장 생산 차질에 따른 판매 물량 감소로 전년 동기보다 3.4%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5.5% 증가했다. 영업이익률도 전년 동기 대비 0.5%포인트 상승한 5.9%로 집계됐다.
현대차 측은 “생산 차질에 따른 판매 물량 감소 등의 영향으로 매출액이 감소했다”면서도 “우호적인 환율 효과와 원가 최적화 등 컨틴전시 플랜 가동, 하이브리드차(HEV) 판매 확대에 따른 믹스 개선 등에 힘입어 영업이익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이 전년 동기보다 증가했지만, 매출이 감소한 것에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현대차는 2020년 2분기 이후 꾸준히 분기 매출이 성장했지만, 올 3분기 6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로 돌아섰다. 나아가 현대차가 ‘2026년 연간 가이던스(전망치)’를 낮춰 조정한 것도 업계 안팎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현대차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올해 연간 도매 판매 목표를 기존 415만 8300대에서 400만대로 조정했다. 연간 연결 매출액 성장률 목표는 기존 1.0~2.0%를 유지했다. 반면 연결 부문 영업이익률 목표는 생산 물량 감소에 따른 고정비 부담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을 고려해 기존 6.3~7.3%에서 5.5~6.5%로 하향 조정했다. 자동차 부문 투자 계획도 투자 우선순위와 집행 시기를 재점검해 기존 17조 8000억원에서 1조 8000억원을 줄인 16조원으로 낮춰 잡았다.
현대차 측은 실적 발표 보도자료에 “이번 가이던스 조정은 본질적인 사업 경쟁력이나 수익 창출력의 악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원자재 가격 상승과 생산 차질 등 당초 예상하기 어려웠던 요인을 연간 전망에 현실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조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업계의 불안한 시각을 해소하기 위해 현대차가 공식 입장을 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현대차는 남은 4분기에 대해 어두운 전망을 숨기지 못했다. 올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둘러싼 거시경제 및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업체 간 경쟁 심화가 계속 이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특히 원자재 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점과 대미 관세 영향이 지속되는 점도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원인으로 꼽았다.
중국 현지 전략형 모델 '아이오닉V' 사진=현대차
◇실적 돌파구 ‘중국’마저 고전…새로운 전략 찾아야
현대차는 올해 실전 반전 카드로 중국 시장 재도전에 나섰다. 그러나 올 3분기 기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3분기 실적 공시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는 3분기 중국 시장에서 도매 1만대, 소매 1만 5000대를 판매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70.2%, 50.2% 급감한 수치다. 이에 현대차가 이번 3분기 실적 자료를 배포하면서 글로벌 판매 집계에서 중국 실적을 제외한 판매량을 따로 기재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현대차는 2010년대 중반까지 만해도 기아와 함께 중국 시장 점유율 10%를 넘기며 월 20만대까지 판매했다. 그러나 현재 점유율은 0%대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현대차는 올해 중국 시장 ‘재기’를 주요 목표로 설정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4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오토차이나 2026(베이징 모터쇼)을 8년 만에 찾았고,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도 베이징 행사장에서 “중국은 가장 어려운 시장이지만, 다시 한번 재기해 성공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서 올 3분기까지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중국 전략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일렉시오’는 지난해 4분기에만 1216대가 판매됐지만, 올해 판매는 1~9월까지 251대에 그쳤다. 현대차 아이오닉 브랜드의 중국 전략형 모델인 ‘아이오닉 V’는 지난 8월 사전 예약 이후 계약 대수는 총 558대였지만, 지난달 실제 출고된 차량은 28대에 불과했다. 이는 현대차가 성공적인 데뷔 목표로 월 판매량 2500대를 삼았던 것과 비교하면 처참한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업계에선 이 같은 현대차 고전이 이미 예상됐던 일이라고 보고 있다. 자동차 본고장이라고 불리는 유럽이나 북미에서 최근 중국 전기차 브랜드가 판매량을 늘려가고 있는 마당에, 안방인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가 점유율을 확보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진단이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유럽과 북미에서 현대차 전기차는 중국 브랜드 전기차와 동일한 제품 품질이지만 비싸다는 평가 속에 점유율을 뺏기고 있다”며 “이런 와중에 중국 내에선 서비스망과 영업망까지 밀리고, 국가 정책까지 중국 브랜드 편이기에 현대차가 더욱 고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사실상 중국 시장에서 현재 현대차가 손쓸 방법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도 “앞으로는 현대차는 중국 기업에 점유율을 뺏어 오는 것이 아닌, 중국 브랜드와 공동 개발 등으로 상생하며 협력하는 방안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현재 실적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는 업계 시각도 나왔다. 폭스바겐그룹 등 주요 글로벌 경쟁 브랜드가 중국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과 비교해 현대차는 이미 2016년 한한령으로 이미 피해를 입어 ‘잃을 것이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중국 시장에서 고전할 것은 예상됐던 일이기에, 오히려 돌파구를 찾는 기회로 삼으면 된다는 주장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현대차가 올해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는 것을 두고 크게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면서 “오히려 좀 더 전략을 세밀화해 중국의 입맛에 맞는 차종을 개발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고, 중국에서 생산되는 물량을 제3세계로 수출해 돌파구를 마련하는 기회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현영 기자 hypark@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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