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피해자 준하는 고발인’만 신청 권리 인정…내부고발 위축 우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죄’ 제한…“포함 안 된 약자 대상 범죄 많아”
더불어민주당이 30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고발인이 수사기관의 사건 불송치 처분에 이의를 신청할 권리를 일부 되살리는 내용이 담겼다. 이의신청 자격을 ‘범죄 피해자에 준하는 고발인’,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죄’로 제한해 내부고발자나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이 상정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245조의7 제2항은 “고발인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존재해 범죄 피해자에 준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죄에 관해 불송치 통지를 받은 경우에 한정해 해당 사법경찰관의 소속 관서의 장에게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검찰 보완수사권이 완전히 폐지되면 사회적 약자의 권리 보호가 약화될 것이란 우려에 민주당이 해법으로 낸 방안 중 하나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2022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주장하며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고발인은 경찰의 불송치에 이의신청을 할 수 없도록 했다. 무분별한 고발을 방지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았고,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일부 부활시킨 것이다.
시민사회에선 이 조항에도 불구하고 부패·환경·마약범죄 등의 적발에 필수적인 내부고발(공익신고)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내부고발자들은 신원 노출을 꺼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제3자인 기관·단체가 고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데 이런 내부고발자나 기관·단체가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명시된 ‘범죄 피해자에 준하는 고발인’으로 인정될지는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대통령령에 고발인의 이의신청이 가능한 범죄를 어떻게 규정할지도 구체적인 논의가 없었다. 내부고발 사건 경험이 많은 최정규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의약품 리베이트 사건이나 유령의사 대리수술 같은 문제는 경찰 불송치로 끝나면 내부고발자가 억대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기도 한다”며 “세밀한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 내부고발자의 억울함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개별법을 통해 7대 범죄(아동학대·가정폭력·성범죄·아동성범죄·스토킹·장애인학대·노인학대) 사건은 전부 공소청에 송치하도록 할 계획이지만 7대 범죄에 포함되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가 훨씬 많다는 비판도 나온다. 보이스피싱, 전세사기, 불법사금융 등 민생범죄는 7대 범죄에 포함되지 않는다. 예컨대 지적장애인을 속여 돈을 갈취해도 장애인복지법 위반죄가 아니라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돼 역시 7대 범죄가 아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어떤 사건의 죄명이 하나가 아닐 수도, 피해자가 다수일 수도, 다른 사건과 병합될 수도 있는데 7대 범죄에 해당하는지 판단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수사기관이 7대 범죄 해당 여부를 사실상 ‘심사’하게 되는 점도 문제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온몸을 갈아넣고 있는 사경(경찰)은 이제 고발 사건이 들어오면 이의신청 자격이 있는지도 판단해 알려줘야 하는 업무가 추가될 것”이라며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힘들어 죽든 말든 안중에도 없이 어떻게 사회적 약자 보호 어쩌고 하면서 생색을 낼 수 있는지”라고 적었다.
전국 형사법 전공 학자들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충분한 숙의 없는 개혁 방식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경찰 수사를 통제하고 보완하기 위한 수단으로 검사의 보완수사권은 유지돼야 한다”며 “통제 방법으로 검사의 수사지휘, 보완수사, 전건송치(경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검찰에 넘기는 제도) 등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문번역(English Translation)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