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희토류 공급망 리스크가 곧 경영 변수로
르노·BMW·ABB 등 주요기업 기술개발 나서
무희토류, 토크 리플·발열 제어가 큰 기술벽
'완전 대체'보다 '최소 사용'이 새 흐름으로
영구자석형 전기모터(PMSM·Permanent Magnet Synchronous Motor) 폭발도 /바이두 캡처
전기차·산업용 설비·로봇 시장 확대와 함께 희토류 영구자석 수요가 급증하면서 글로벌 모터 산업의 '탈중국' 시도가 본격화하고 있다. 사실상 중국 단일 공급망에 의존해온 희토류 구조가 지정학 리스크로 번지자 희토류 사용을 줄이거나 아예 제거하는 '무희토류 모터' 개발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13일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국의 희토류 정제 점유율은 91.7%, 전기차용 영구자석 생산 점유율은 94%에 달한다. 글로벌 전기차·산업용 모터 공급망이 사실상 중국 희토류 생태계에 종속된 구조다.
이 같은 구조적 취약성은 현실 리스크로 전환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펜타닐 관세와 상호관세 등에 대응해 2025년 네오디뮴·디스프로슘·터븀 등 중희토류 7종을 추가 수출통제 대상으로 지정하며 글로벌 전기차 모터용 영구자석 생산에 직격탄을 날렸다.
같은 해 10월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중국이 희토류를 대미 협상의 핵심 지렛대로 활용하며 관세 완화를 얻어냈지만 이후에도 미군 연관 기업을 수출 승인 대상에서 배제하는 시스템을 검토하며 '희토류 무기화' 기조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중국이 일본을 특정한 이중용도 품목 수출 규제까지 발표하면서 일본 역시 공급 불확실성에 직면한 상태다. 일본은 전기차·산업 모터용 희토류 자석 분야 강국이지만 원재료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희토류 공급망 리스크가 더 이상 가정이 아닌 실제 경영 변수로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BMW·르노·ABB까지
무희토류 모터 확대
전기 여자식 동기모터(EESM)와 릴럭턴스 모터(SynRM), 유도모터의 차이점 /클로드 생성
전기차·로봇·산업 자동화 시장이 확대될수록 희토류 의존도가 커지는 구조인 만큼 글로벌 완성차와 모터 기업들도 대응 전략 수정에 나서는 분위기다. 르노·BMW·ABB 등 주요 기업들은 △릴럭턴스 모터(SynRM) △전기 여자식 동기모터(EESM) △유도모터 등 희토류 사용을 줄이거나 제거하는 모터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핵심은 기존 영구자석 기반 동기모터(PMSM)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다.
르노의 핵심 파트너 발레오(Valeo)는 헤어핀 스테이터 기술을 결합한 차세대 EESM를 공개하며 모터 단위 탄소 발자국을 PMSM 대비 30% 감축하고 기존 EESM 대비 출력 밀도를 30% 향상했다고 밝혔다. 또한 BMW는 5세대 eDrive에서 EESM 방식을 채택해 3만 분당 회전수(RPM) 고속 운전과 소형화를 동시에 구현했다. ABB는 IE5·IE6급 고효율 SynRM 제품군을 확대하며 '희토류 없는 초고효율 산업용 모터'를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중국도 무희토류 개발
비용 경쟁력 강화 목적
흥미로운 점은 무희토류 모터 경쟁에 중국 기업들도 뛰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BYD·NIO·화웨이 등은 각각 무희토류 모터 설계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두 소재 스타트업 콴텐 테크놀로지스(Quanten Technologies) 역시 지난해 8월 공장 가동 이후 무희토류 및 희토류 절감형 모터 약 2000세트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헝춘 마오 콴텐 테크놀로지스 창업자는 "중국 고객들은 희토류 공급 부족 문제를 크게 느끼지 않는다"며 "해외 시장에서 더 경쟁력 있는 가격을 만들기 위한 비용 절감 목적에 관심이 크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SynRM이나 유도모터는 영구자석 사용량이 거의 없으며 철·구리를 대체제로 활용해 원재료 비용을 낮출 수 있다.
회사는 올해 처음으로 유럽 고객사 주문을 확보했으며 2030년에는 해외 고객 비중이 중국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희토류 공급망을 사실상 장악한 중국 입장에서는 무희토류 모터 개발이 공급망 회피보다 글로벌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미래 전략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효율·출력은 여전히
PMSM 우위 평가
현재 기술 수준에서 무희토류 모터가 PMSM을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여전히 성능 격차가 존재한다. /바이두 캡처
다만 현재 기술 수준에서 무희토류 모터가 PMSM을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여전히 성능 격차가 존재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미국 IEEE에 게재된 2025년 60kW급 전기차 구동 모터 비교 연구에 따르면 PMSM 정격 효율은 96.87%로 SynRM(95.25%)과 EESM(95.57%)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실제 주행 시 에너지 소비량 역시 PMSM이 93.70Wh/km로 가장 낮았고 EESM(94.24Wh/km), SynRM(94.86Wh/km)이 뒤를 이었다.
무희토류 모터가 넘어야 할 가장 높은 기술적 벽은 '토크 리플'과 '발열 제어'다. 토크 리플은 모터 회전 과정에서 토크(회전력)가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고 미세하게 출렁이는 현상을 의미한다. MDPI에 게재된 2025년 논문에 따르면 SynRM 계열 모터가 PMSM 대비 토크 리플 억제와 열 관리 측면에서 구조적으로 불리하다고 분석했다. 자기 설계와 제어 전략, 냉각 기술을 동시에 최적화해야 실제 상용 경쟁력이 확보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시장 현실도 여전히 PMSM 중심이다. 시장조사업체 IdTechEx에 따르면 현재 전기차 구동 모터의 약 77%는 영구자석 기반 PMSM이 차지하고 있다. IdTechEx는 2030년에도 승용 전기차의 75% 이상이 희토류 기반 모터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2035년에도 비중이 약 70%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희토류 공급망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고효율·고출력·소형화 측면에서 PMSM 우위가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다.
'완전 대체'보다
'최소 사용'이 새 표준
결국 무희토류 모터 경쟁은 중국 희토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현실적 대안 탐색에 가깝지만 완전한 성능 등가를 구현하기까지는 냉각·제어·소재 기술 전반에서 추가적인 돌파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향후 희토류 공급망 리스크가 커질수록 '완전 대체'보다는 '최소 사용' 전략이 글로벌 모터 산업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해외 전기차 전문 매체 리차지드는 "2026년 이후 신차에서 EESM·SynRM 적용은 확대되겠지만 경제성 논리가 유지되는 한 희토류 기반 PMSM의 주류 지위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PMSM(Permanent Magnet Synchronous Motor) =
희토류 영구자석을 사용하는 동기모터. 고효율·고출력·소형화에 유리해 현재 전기차 구동 모터의 주류로 사용된다.
SynRM(Synchronous Reluctance Motor) =
자기 저항 차이를 이용해 회전하는 릴럭턴스 기반 동기모터. 희토류 사용량이 적거나 없는 구조가 가능하지만 토크 리플과 발열 제어가 과제로 꼽힌다.
EESM(Electrically Excited Synchronous Motor) =
영구자석 대신 전류로 자기장을 형성하는 전기 여자식 동기모터. 희토류 의존도를 줄일 수 있지만 구조 복잡성과 효율 관리가 중요하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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