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역사박물관 '도시기록법' 특별기획전시 현장
1부 ‘도시의 서사, 글 속의 부평’ 조기준·류동우
2부 ‘도시의 색채, 그림 속의 부평’ 이진우·김민재
3부 ‘도시의 공간, 시선 속의 부평’ 유광식·도미이 마사노리
4부 ‘도시의 리듬, 음악 속의 부평’ 강헌구·이태호
인천투데이=김윤정 기자│부평역사박물관 특별기획전시 ‘도시기록법: 우리가 부평을 기억하는 방법’에는 글과 그림, 사진과 음악 등 다양한 방법으로 부평의 모습을 기록한 도시 기록자 8명의 이야기가 담겼다.
<인천투데이>는 지난 10일 인천 부평구 삼산동에 위치한 부평역사박물관에 방문해 특별기획전시 현장을 찾았다. 1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으며, 월요일을 제외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
부평역사박물관 특별기획전시 ‘도시기록법: 우리가 부평을 기억하는 방법’ 모습.
1부는 ‘도시의 서사, 글 속의 부평’을 주제로 한다. 조기준 초대 부평문화원장과 류동우 작가의 기록을 전시했다. 부평의 땅이름을 정리한 기록에 내 고향의 뿌리를 찾고자 한 열망이 담겼다.
산업화가 한창이던 부평 4공단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남긴 문학 작품에는 열악한 노동 현실 속에서 움튼 희망이 기록됐다.
조기준, ‘부평 토박이, 땅이름을 찾아나서다’
부평역사박물관 특별기획전시 ‘도시기록법: 우리가 부평을 기억하는 방법’ 모습.
“나는 사학자나 문학자도 아닌 평범한 시민인데, 내 고향을 위해 무엇인가 좀 더 남기고 싶었습니다.”
‘부평 토박이’ 조기준은 부평 향토사를 정리하고 옛 지명을 채집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부평 곳곳을 다니며 마을과 들판, 산과 하천에 얽힌 오래된 이름을 조사해 책으로 묶었다. 부평의 정체성을 회복해 도시의 뿌리를 다음 세대에 전달했다.
백암 조기준이 저술하고 백암문집간행위원회에서 발행한 ‘부평사연구’ 초판(1994)과 증보판(1995)이 대표작이다.
조기준의 자서전인 ‘백암77년(1993)’과 전시돼 있다. 또한, 딸 광자의 결혼을 축하하며 가정의 번창과 장수를 기원한 서예품 ‘연귀학송’(1978)도 전시됐다.
류동우, ‘공단 노동자, 인간다운 삶을 외치다’
부평역사박물관 특별기획전시 ‘도시기록법: 우리가 부평을 기억하는 방법’ 모습.
“저는 공단 노동자로서 불평등과 억압의 1970년대 노동현실 속 저항과 희망의 모습을 글로 담아내고 또 알리고 싶었습니다.”
류동우 작가는 1973년 부평공단 최초로 노동조합(전국섬유노동조합 경기지부 삼원섬유분회)을 결성했다. 노동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노력하다 해고를 당했고, 경찰에 구속됐다. 이후 노동문제의 심각성을 고발하는 운동가로 활동했다.
1977년 월간 '대화'에 연재한 노동현장 기록 '어느 돌멩이의 외침'은 1978년 책으로 정식 출간됐다. 전시에는 연재작과 출간작, 구독자 팬레터도 함께 진열됐다.
부평역사박물관 특별기획전시 ‘도시기록법: 우리가 부평을 기억하는 방법’ 모습.
2부는 ‘도시의 색채, 그림 속의 부평’을 주제로 이진우 화가와 김민재 웹툰 작가의 기록을 전시했다. 그림은 도시의 변화를 담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감정을 드러낸다.
이진우, ‘동네 화가, 내가 사는 동네를 그리다’
부평역사박물관 특별기획전시 ‘도시기록법: 우리가 부평을 기억하는 방법’ 모습.
“사라져 가고 있는 그리고 끝내 사라질 내 동네에 나의 붓질로 희망을 불어넣고 싶었습니다.”
이진우 화가는 지역 거주 아이들과 대학생 등 자원봉사자와 예술가들과 함께 십정동 담벼락을 화사한 벽화로 칠하는 ‘열우물길 프로젝트’을 진행했다. 지금은 재개발로 인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십정동은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촬영지이자, 벽화마을로 유명한 장소였다.
십정동 벽화마을 프로젝트에 사용된 벽화 작업용 페인트붓과 네임펜화 ‘나무보안등’, 재개발을 앞둔 동네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풍경인 '산곡동 화실 앞' 등이 전시됐다.
김민재, ‘웹툰 작가, 도시민의 삶을 녹여내다’
부평역사박물관 특별기획전시 ‘도시기록법: 우리가 부평을 기억하는 방법’ 모습.
“사람 냄새 나는 부평의 풍경과 이야기를 웹툰에 담았고 그렇게 도시 부평은 자연스럽게 저의 그림에 녹아들었습니다.”
김민재 웹툰 작가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다음웹툰(현 카카오웹툰)에서 연재한 웹툰 ‘동재네 식구들’에 대한 전시다. 부평과 공장을 배경으로 현실적인 주변 이야기를 다루는 웹툰이다. 웹툰 한 장면과 배경이 된 부평 도시의 사진뿐 아니라 펜마우스 등을 전시했다.
웹툰에는 1974년 산곡동에 문을 연 ‘봉다방’도 등장한다. 지역 주민이 교류하고 휴식하는 도시 커뮤니티 공간이었다. 차문화가 변하며 2023년 다방은 문을 닫았지만, 웹툰 속에 생생히 남아 있다. 봉다방이 실제 사용한 찻잔 세트도 함께 전시됐다.
부평역사박물관 특별기획전시 ‘도시기록법: 우리가 부평을 기억하는 방법’ 모습.
3부는 ‘도시의 공간, 시선 속의 부평’을 주제로 유광식 사진가와 도미이 마사노리 건축가의 기록을 전시했다. 거리와 건물, 흐르는 시간은 시선과 기록 속에 머문다. 사진은 변화 속 풍경을 붙잡고, 그 안의 삶과 이야기를 되살린다.
유광식 ‘사진가, 익숙한 순간을 포착하다’
부평역사박물관 특별기획전시 ‘도시기록법: 우리가 부평을 기억하는 방법’ 모습.
“익숙함이 가치가 없는 게 아니라 익숙하기에 되레 지나치기 마련입니다.”
유광식 사진가는 부평의 일상적 풍경을 포착하는 작가다. 그의 사진 속에는 화려한 도시보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동네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이 담겼다.
십정동 열우물마을과 산곡동 영단주택을 배경으로 필름으로 촬영해 풍경을 기록했다. 사라지는 도시 풍경에 대한 위로를 담아 오래된 공간의 역사성을 조명한다.
부평역사박물관 특별기획전시 ‘도시기록법: 우리가 부평을 기억하는 방법’ 모습.
사진가가 부평구 산곡동을 기록하며 적은 필름 기록지 모음은 ‘부화장’이란 이름으로 전시돼있다. 필름기록지에 당시의 날씨, 동네의 상황, 작가의 기분 등이 적혔다. 부평구 십정1동 열우물마을을 기록한 책 ‘이삿집’도 함께다.
도미이 마사노리 ‘건축가, 주택이 머금은 시간을 이야기하다’
부평역사박물관 특별기획전시 ‘도시기록법: 우리가 부평을 기억하는 방법’ 모습.
“백마정 단지(부평 영단주택)는 일제강점기 조선인 기술자 손으로 조선인 노동자를 위해 직접 설계하고 건설했기 때문에 희귀하고 의미가 있습니다.”
도미이 마사노리 건축가는 1980년부터 부평 영단주택의 건설 배경과 구조, 변화를 연구했다. 일제강점기 부평에는 인천육군조병창 근무 조선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건설한 임대용 주택인 영단주택이 있었다.
그는 ‘일본, 한국, 대만, 중국 주택연단에 관한 연구’ 중 부평 영단주택이 전통 한옥을 유지하면서 근대 주택의 논리가 혼합된 구조로 지어졌음을 발견했다. 조선인 기술자가 조선인의 생활양식을 반영해 설계와 감리를 담당해 건축사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카메라와 렌즈, 렌즈 보관통, 슬라이드 필름뿐 아니라, 건축가가 촬영한 당시 사진, 설계도면이 전시됐다. 설계도면을 바탕으로 제작된 당시 영단주택 복원 영상도 상영되고 있다.
4부는 ‘도시의 리듬, 음악 속의 부평’을 주제로 강헌구 작곡가 겸 가수와 이태호 인디 록밴드 가수의 기록을 전시했다. 부평이란 도시가 가진 리듬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리듬 속에서 살아 숨쉬는 사람의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다.
강헌구, ‘싱어송 라이터, 어린 시절 동네를 추억하다’
부평역사박물관 특별기획전시 ‘도시기록법: 우리가 부평을 기억하는 방법’ 모습.
“어릴 적 다녔던 마을 골목길과 이야기가 사라지기 전에, 곡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헌구 가수는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십정동, 열우물마을의 이야기를 노래로 담아 ‘열우물길’, ‘달 밝은 우리동네’ 등을 발표했다. 재개발로 사라지는 공간과 사람들의 삶을 음악으로 보존하고자 했다.
전시에는 2016년 열우물 재개바라 공연 포스터와 공연 당시 사용한 기타, 작곡 노트 등이 전시됐다.
이태호, ‘인디 록밴드, 도시와 함께 호흡하다’
부평역사박물관 특별기획전시 ‘도시기록법: 우리가 부평을 기억하는 방법’ 모습.
“태어나고 자란 고향, 부평의 역사를 간직한 공간과 그 공간에 얽힌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이태호 가수는 인디 록밴드 ‘빛과소음’의 리더로 활동하며 부평의 일상을 음악으로 풀어냈다. ‘부평지하상가’, ‘영아다방’ 등을 발표해 도시와 함께 호흡하며 성장한 청년의 정서를 담아냈다.
어린 시절, 부평공단에 있던 ‘삼익악기’에서 근무하던 아버지가 정식 제품이 아닌 반쪽짜리 뚜껑이 달린 비품 피아노를 선물하기도 했다.
전시에는 곡 ‘부평지하상가’ 등을 작곡한 기타 코드 악보와 아버지의 피아노 조율 공구가방 등이 전시됐다. 또한 두 가수의 뮤직비디오를 시청하며 음악을 청취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부평역사박물관 특별기획전시 ‘도시기록법: 우리가 부평을 기억하는 방법’ 모습.
각 전시관에는 어린이와 가족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체험공간도 있다. 1부 ‘글 속의 부평’ 에서는 류동우 작가의 ‘어느 돌멩이의 외침’의 몇몇 구절을 직접 필사할 수 있는 책상이 있다.
2부 ‘그림 속의 부평’에서는 준비된 종이와 색연필로 직접 색칠하며 도시 공간에 색을 채워갈 수 있다. 3부 ‘시선 속의 부평’에서는 사진 엽서에 편지를 쓰고 빨간 우체통에 넣으면 주소로 배송받을 수 있다. 4부 '음악 속의 부평'은 강헌구 가수의 '달 밝은 우리동네' 노랫말에 맞게 계이름 스티커를 붙이는 활동이다.
부평역사박물관 특별기획전시 ‘도시기록법: 우리가 부평을 기억하는 방법’ 모습.
전시 마무리에는 도시 기록자 7명과 나눈 인터뷰 영상을 차례로 시청할 수 있다.
손민환 학예연구팀장은 <인천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도시기록자 8명이 각각 글, 그림, 사진,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부평을 기록한 전시"라며 "도시에 대해 잘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일상적인 순간을 포착한 모습을 포함해 어린이들도 즐겁게 관람할 수 있는 전시"라고 소개했다.
또한 시민 반응에 대해 "글과 사진을 보고 내가 생각하지 못한 도시의 다른 면을 알게 되기도 하고, '나도 도시를 기록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가기도 한다"고 전했다.
부평역사박물관의 이번 특별기획전시는 지난해 9월 23일부터 시작해 오는 6월 21일까지 열리고 있다.
역사관 관계자는 다음 전시는 어린이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주제로 부평문화유산을 중심으로 8~9월 개막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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