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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부채담보부증권을 아십니까 [구주모의 역사 살롱]

“대부분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부채담보부증권(負債擔保付證券)을 다루지 않는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유발 하라리가 한 말이다. 그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촉발한 이 증권으로 ‘우리를 둘러싼 복잡한’ 삶을 은유했다.

부채담보부증권을 아십니까 [구주모의 역사 살롱]

“대부분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부채담보부증권(負債擔保付證券)을 다루지 않는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유발 하라리가 한 말이다. 그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촉발한 이 증권으로 ‘우리를 둘러싼 복잡한’ 삶을 은유했다. 할리우드는 골치 아픈 구조 대신 영웅과 악당이 등장해 각축을 벌이는 서사에 집중한다.

21세기 AI시대에도 인기를 끄는 소설이나 영상물은 대부분 이 틀을 유지한다. 구조가 명료한 선과 악, 배신과 음모, 그리고 고난과 영광.

왜 그럴까? 진화생물학의 진단을 들어보자. “인류는 마을보다 더 높은 수준의 사회를 안정적으로 통치할 역량이 없는 듯하다. 우리는 지금도 여전히 부족 수준의 종교에 함몰되며, 악의적인 선동에 쉽게 휘둘린다.”

구석기 시대에 형성된 ‘뇌와 본능’의 크기가 고도화된 현대 사회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생물 진화사(史)는 복잡하고 번거로운데다 에너지를 집중해야 할 일에 대다수 사람들이 환호하며 달려들 일은 없다고 증언한다.

투표율이 말해주듯 뜨거웠던 6.3 지방선거가 끝났다. 악의적이고 편파적인 보수 언론의 망동에도 불구하고, 선거기간 동안 곳곳에서 지선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려는 노력이 줄을 이었다. 우리 지역에서는 경남도민일보와 MBC 경남이 공동기획한 <후보의 자격> 시리즈가 대표적인 선거 안내서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여전히 ‘윤 어게인’을 외치거나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당선자들이 수두룩하다. 지각 있는 언론의 땀방울을 무위로 돌린 이런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중대한 일을 다룰 수 없는 ‘인간본성의 한계’ 때문이라고 넘겨도 되는 걸까?

부채담보부증권을 다룬 영화가 관심을 끌려면 히어로가 출연해 최소한 이 증권을 인류구원에 사용한다는 서사라도 담아야 할 판이다. 그렇다면, 언론도 본질보다는 자극이란 외피를 더 챙겨야 한다는 말인데, 이건 어디서 많이 보는 광경이 아닌가?

/구주모 경남도민일보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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