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적자 자회사의 최대주주 자리를 외부 자본에 넘기고 있다. 실적 반등이 요원하고 추가 자금 투입 부담이 큰 자회사를 계속 안고 가는 대신 경영권을 외부에 내준 것이다. 카카오게임즈에 이어 카카오헬스케어까지 같은 수순을 밟은 카카오는 2대 주주로 남아 협업 여지와 지분가치는 유지하는 쪽을 택했다.
/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의하면 카카오게임즈는 최대주주가 카카오에서 엘트리플에이(LAAA) 인베스트먼트로 바뀌는 지분 재편을 추진한다. LY주식회사(라인야후)가 출자한 투자목적법인 LAAA 인베스트먼트는 카카오게임즈 유상증자에 2400억원쯤을, 전환사채(CB) 인수에 600억원쯤을 포함해 총 3000억원을 투입한다. 거래가 5월 마무리되면 카카오는 카카오게임즈의 2대 주주가 된다.
카카오가 카카오게임즈의 최대주주 자리를 내려놓는 이유는 카카오게임즈의 실적 부진과 성장동력 부재가 꼽힌다.
카카오게임즈의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25.9% 감소한 4650억원이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396억원으로 나타났다. 창사 이래 첫 적자 전환이다. 게다가 카카오게임즈는 당장 실적 반등을 이끌 기대 신작도 뚜렷하지 않다.
이미 오딘Q, 크로노 오디세이 등 카카오게임즈가 꼽은 기대 신작은 지난해 8월에 이어 올해 2월 두 차례 출시가 연기됐다. 오딘Q는 올해 3분기, 크로노 오디세이는 2027년 1분기 출시 예정이다. 이 두 게임 외에도 한상우 카카오게임즈 대표가 기대작으로 꼽은 프로젝트QQ는 올해 3분기, 아키에이지 크로니클은 4분기에 나올 예정이다. 하지만 이들 게임은 출시가 재차 연기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출시 이후 흥행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문제도 안고 있다.
카카오게임즈 거래는 단건 투자 유치도 아니다. 카카오는 지난해 11월 적자 자회사였던 카카오헬스케어의 경영권도 같은 방식으로 외부에 넘겼다. 당시 카카오헬스케어도 적자 자회사였다. 카카오는 연결 실적에서 카카오헬스케어를 제외했다.
앞서 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는 지난해 ‘이르면 2027년 흑자 전환이 목표’라고 밝혔다. 적자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카카오헬스케어 이사회도 카카오 측 이사가 사임하면서 차바이오그룹 측 이사로 재편됐다.
이는 다른 대기업이 자회사의 실적 부진을 다루는 방식과 다르다. CJ ENM과 SK스퀘어는 2024년 11월 OTT 웨이브가 발행한 2500억원 규모 전환사채를 나눠 샀다. 웨이브는 기존 2000억원 규모 전환사채 만기를 앞둔 채 2023년 영업손실이 804억원을 기록한 상태였다. 웨이브 모회사 SK스퀘어와 웨이브를 인수해 티빙과 합병하려는 CJ ENM이 웨이브의 빚을 대신 갚은 셈이다.
이마트의 경우 2023년 1878억원 규모 적자를 낸 신세계건설을 정리하지 않고 100%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마트는 2024년 9월 신세계건설의 잔여지분 27.33%를 공개매수하고 자발적으로 상장폐지시켰다.
카카오의 적자 자회사 정리 방식에서 눈여겨볼 점은 카카오가 2대 주주로 남는다는 부분이다. 카카오게임즈와의 사업 관계를 단번에 끊지 않으면서 해외 시장 협업 통로를 유지할 수 있다. 카카오게임즈 실적과 주가가 오르면 지분가치도 늘어난다. 완전 매각보다 시장 충격과 내부 반발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카카오 입장에서는 부담이 적은 선택이다.
다만 거래 이후 카카오가 카카오게임즈에 대한 지배력을 잃으면 카카오게임즈를 연결 실적에서 제외할 가능성도 있다. 잔여 지분 정리나 카카오 측 이사 사임 등을 통한 이사회 재편도 뒤따를 수 있다.
배종완 세무회계맥 대표세무사는 “연결 여부는 단순히 최대주주가 바뀌었는지가 아니라 카카오가 거래 이후에도 카카오게임즈의 주요 경영 판단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며 “관련 사업을 사실상 통제할 힘이 있고, 그 결과에 따른 손익을 함께 지며 그 힘으로 자기 이익에 영향을 줄 수 있어야 연결 대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3가지 요건 중 하나만 빠져도 연결 실적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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