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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부모 있는 아이들이 왜 고아가 됐나”…이득신 ‘그곳에 아이는 없었다’

부모가 있었지만 ‘고아’가 된 아이들은 보호받기는커녕 시설에 갇혀 폭력과 굶주림, 강제노동을 견뎌야 했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그날의 기억은 피해생존자들의 삶에 여전히 남아 있다.

“부모 있는 아이들이 왜 고아가 됐나”…이득신 ‘그곳에 아이는 없었다’

이득신, ‘그곳에 아이는 없었다-사라진 기록, 조작된 풍경’/ 작가제공

이득신 작가

부모가 있었지만 ‘고아’가 된 아이들은 보호받기는커녕 시설에 갇혀 폭력과 굶주림, 강제노동을 견뎌야 했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그날의 기억은 피해생존자들의 삶에 여전히 남아 있다.

이득신 작가가 1960~90년대 고아수용시설에서 벌어진 인권침해와 국가폭력의 실상을 피해자들의 목소리로 기록한 ‘그곳에 아이는 없었다-사라진 기록, 조작된 풍경’을 펴냈다. 252쪽 분량의 책은 심층 인터뷰를 통해 시설에서 겪은 일뿐 아니라 퇴소 이후 이어진 삶까지 따라간다.

책이 주목하는 것은 이른바 ‘만들어진 고아’다. 경찰과 공무원은 단속 실적을 채우기 위해 연고가 있는 아이들의 서류를 조작해 부랑아로 만들다.

시설에서는 이들을 불법적으로 수용해 노동력을 착취하거나 지원금과 후원금을 빼돌렸다는 피해자들의 증언을 기록한다. 국가와 공권력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했던 구조였다는 것이 책의 문제의식이다.

당시 단속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보여주는 대목도 있다. 도둑을 검거하면 고과 1점이었던 반면 노숙인과 부랑아를 단속하면 2~3점이 주어졌다는 기록을 제시한다.

저자는 이를 통해 멀쩡한 사람까지 할당량을 채우기 위한 단속 대상이 되고 서류상 ‘부랑인’으로 만들어질 수 있었던 당시의 구조를 짚는다.

‘아이들의 가격’을 시작으로 ‘파도와 담벼락’, ‘고아가 된, 민주화 운동가의 아이’, ‘실종아동을 왜 해외로 보냈을까’, ‘폭력의 문장부호’, ‘배고픔은 끝났지만’, ‘3년의 감금생활, 30년의 시설생활’, ‘잃어버린 이름’ 등 피해생존자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선감학원과 형제복지원 등 여러 시설을 거친 이들의 기억이 한 시대의 어두운 풍경을 드러낸다.

해외입양 문제도 비중 있게 다룬다. 책에 따르면 아시안게임을 한 해 앞둔 1985년 해외입양 아동은 1만 명에 육박했다.

도시미관을 이유로 부랑아 단속이 상시적으로 이뤄졌고, 입양기관과 아동보호시설이 해외입양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내용도 담겼다.

시설의 문을 나왔다고 고통이 끝난 것도 아니었다. 일정한 직장을 구하지 못해 쪽방과 노숙 생활을 전전하거나 오랜 빈곤과 고립 속에서 생을 마감한 이들의 사연도 등장한다.

시설에서의 폭력이 한때의 사건에 머물지 않고 피해생존자들의 이후 삶에까지 긴 그림자를 드리웠음을 보여준다.

책의 중심에는 결국 ‘왜 이런 일이 가능했는가’라는 질문이 놓여 있다. 개인이나 특정 시설의 일탈에 그치지 않고 국가와 공권력, 시설을 둘러싼 구조적 책임을 묻는다.

흩어진 피해자들의 기억을 모아 부족한 행정기록을 보완하고 철저한 진실 규명과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담았다.

이득신 작가는 “이 책은 과거의 상처를 들춰내기 위해 쓰인 것이 아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는지를 묻기 위해 쓰였다”고 말한다.

부모가 있는 아이들이 왜 고아가 됐는지, 국가가 보호해야 할 아이들이 왜 폭력의 대상이 됐는지를 되묻는 것이다. 그는 피해생존자들이 들려준 이야기가 “이제 그것은 우리가 함께 기억해야 할 역사가 되었다”고 강조한다.

이득신 작가는 현재 ‘시민언론 민들레’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서울의소리’ 작가·기자와 장준하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을 지냈다. 제27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저서로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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