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남훈 서원대 경영부동산 겸임교수·한국공인중개사협회 충북도회 상당구지회장
요즘 청주에서 전월세 상담을 하다 보면 전세를 찾던 손님이 결국 월세로 방향을 바꾸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전세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아니다. 원하는 지역에는 매물이 많지 않고, 어렵게 찾아도 보증금이 예상보다 높기 때문이다. 집주인도 큰 보증금을 받아 만기에 돌려주는 전세보다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받으려 한다. 전세의 월세화는 통계보다 현장에서 먼저 체감되는 변화다.
최근 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8월 둘째 주 충북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보다 0.09% 올랐다. 7개 도 가운데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청주 흥덕구는 0.19%, 충주시는 0.16% 상승했고 청주 상당구와 제천시도 각각 0.08% 올랐다. 전세를 월세가 대신하고 있다면 전세가격은 내려야 할 것 같지만 현실은 반대다. 전세는 귀해져서 오르고, 높아진 보증금을 감당하지 못한 수요는 월세로 밀려난다.
올해 1~7월 전국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한 비중은 61.8%였다. 반전세와 보증부월세를 포함한 수치다. 이제 월세를 청년이나 1인 가구의 주거 방식으로만 볼 수 없다. 신혼부부나 자녀가 있는 가구도 필요한 전세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돌린다. 선택이라기보다 형편에 맞춘 타협인 셈이다.
실제 청주 현장에서는 보증금을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 월세를 더 내겠다는 상담도 이전보다 더 자주 접하게 된다.
임대인에게도 전세는 예전만큼 편한 계약이 아니다. 계약이 끝나면 보증금을 한꺼번에 반환해야 하고, 다음 세입자를 제때 구하지 못하면 자금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 역전세를 경험한 집주인일수록 보증금 규모를 줄이려 한다. 임차인은 전세사기를 걱정하고 임대인은 반환 부담을 걱정한다. 서로 다른 불안이 월세를 늘리고 있다.
지난 7월 기준금리가 2.75%로 오르면서 법정 전월세전환율 상한도 4.75%가 됐다. 기존 계약에서 보증금 1억원을 월세로 바꾸면 상한 기준으로 한 달 약 39만6000원이다. 보증금 부담은 줄지만 매달 내야 하는 돈은 늘어난다. 더욱이 법정 전환율은 기존 계약을 월세로 바꿀 때 적용되는 상한일 뿐이다. 신규 계약에서는 지역의 수급과 집주인의 요구에 따라 월세가 더 높게 정해질 수도 있다.
청주 안에서도 사정은 제각각이다. 가경·복대 생활권, 오송 산업단지, 강내 대학가를 함께 둔 흥덕구는 지역마다 수요층이 다르다. 상당구도 용암동과 동남지구처럼 생활환경이 갖춰진 곳에 수요가 몰린다. 같은 면적이라도 교통과 학군, 준공 연한에 따라 전세 매물과 월세 수준이 달라진다. 충북 평균만으로는 세입자가 실제로 겪는 부담을 알기 어렵다.
월세 지원만 늘린다고 문제가 풀리지는 않는다. 지원금이 오르는 만큼 월세가 따라 오르면 세입자에게 남는 혜택은 크지 않다. 저리 전세자금과 보증금 반환보증을 넓히고, 수요가 있는 생활권에 장기 공공임대를 공급해야 한다. 무엇보다 충북과 청주가 지역별 전세·월세 거래와 임대료 변화를 꾸준히 공개할 필요가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월세화를 당연한 흐름으로 받아들이는 일이 아니다. 매달 빠져나가는 주거비 때문에 청년과 신혼부부의 삶이 더 팍팍해지지 않도록 막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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