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일·대만 ‘총력 지원’…투자 속도 맞춰 정책 환경 조성
미국, 보조금·‘수출 통제’ 자국 산업 보호…중국, 국가기금 투입
일본, 민관 연합체 결성해 투자…대만 정부, 클러스터 직접 설계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투자 발표가 임박했다. “국민에게 낯설 정도로 큰 규모가 될 것”(26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란 말까지 나오고 두 기업이 각각 수백조원 규모 투자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투자 규모나 유치 지역보다 더 중요한 건 실제로 투자가 계획대로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정책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업계 관계자들은 “기업 투자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선 기업은 물론이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체계적인 정책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반도체 산업이 인공지능(AI) 시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산업인 동시에 미·중 기술 경쟁 구도 등과 맞물려 경제안보와 직결된 영역으로 부상하면서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세계 주요국도 각종 정책으로 기업들의 반도체 설비 및 연구·개발(R&D) 투자를 뒷받침하고 있다. AI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은 물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인 대만, 일본까지 보조금 지원부터 세제 혜택, 인재 육성 정책 등을 통해 자국 반도체 산업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 재건을 위해 2022년 8월 반도체법(CHIPs Act)을 제정하고 반도체 제조시설과 첨단 반도체 기술 개발에 집중적인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반도체 제조 및 R&D에 총 527억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시설 및 장비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25% 수준)도 별도로 제공하고 있다. 보조금은 반도체 인력 양성 지원 사업에도 투입된다.
반도체법에는 예상치를 넘어서는 이익이 발생한 경우 미국 정부와 공유하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등을 통해 자국 반도체 산업 보호도 병행하고 있다. 또 반도체법 보조금을 받은 기업의 경우에도 10년간 중국 등 우려국에서 신규 투자나 제조시설 확대가 제한된다.
중국은 ‘반도체 자립’을 목표로 수백조원 규모의 국가기금을 투입하는 한편, 메모리와 파운드리, 첨단 반도체 설계까지 생태계 전반을 지원하고 있다.
2014년 출범한 ‘국가반도체산업투자기금’(빅펀드) 1기는 1387억위안(약 28조원), 2019년 빅펀드 2기는 2041억위안(약 41조원) 규모로 중국 내 반도체 제조·설계·패키징·테스트·장비·소재 기업 100여곳에 투입됐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늘려나가고 있는 중국 파운드리 SMIC, 중국 D램 업체 창신메모리(CXMT) 등이 빅펀드 자금의 수혜를 받은 대표적 기업이다.
2024년 5월 3기 빅펀드는 1·2기 합산 규모에 육박하는 3440억위안(약 69조원)에 이른다.
아울러 ‘만인계획’에 따라 국가 차원의 반도체 인재 풀도 육성하고 있다.
일본은 쇠퇴한 자국 반도체 산업 부흥을 위해 보조금 지원과 육성 정책을 펴고 있다. 2022년 결성된 민관 반도체 연합체 ‘라피더스(Rapidus)’에는 지금까지 2조3540억엔(약 22조원)의 보조금이 지급됐다. 라피더스는 내년부터 TSMC와 삼성전자만 도달한 영역인 2나노 공정 이하 첨단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내걸었다.
기업 설비투자를 독려하기 위한 보조금 정책도 시행하고 있다. 일본은 ‘10년 이상 일본 내 생산’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에 공장 설비 투자 비용의 최대 50%를 보조해주고 있다.
보조금은 해외 반도체 기업에도 적용된다. 대만 TSMC의 구마모토 1공장은 설비 투자 비용의 약 40%를 일본 정부 보조금으로 충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마이크론의 히로시마 공장 업그레이드,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일본 키옥시아의 합작 생산거점에도 정부 보조금이 지급됐다.
대만은 TSMC를 주축으로 한 첨단 반도체 제조 생태계 조성과 운영 과정에 정부가 전방위적 지원을 하고 있다.
특히 TSMC는 생산 팹을 신주, 타이중, 가오슝 등 3개 과학단지에 분산·배치하고 있는데, 이재명 정부는 대만 방식을 참고한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국화 비전’(2025년 12월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을 바탕으로 ‘광주-부산-구미 남부권 반도체 혁신벨트 구축’을 과제로 제시하기도 했다.
대만 정부는 클러스터 조성 시 전력·용수 등 인프라를 직접 설계·구축한다. 또한 인허가나 환경평가 등 행정서비스의 ‘원스톱’ 제공, 입주기업 최대 6년간 임대료 감면 혜택, R&D 자산에 대한 각종 세금 면제 등도 실시하고 있다.
대만 정부는 10년간 100억달러를 설계·소재·시스템 육성에 투입할 예정이고, 민관 공동으로 6개 대학에 ‘반도체 특화 대학원’도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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