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로봇인 등산대회를 기다리며 되새기는 '평교사 출신' 서울로봇고 교장의 자부심
세상일은 종종 계획대로 흐르지 않기에 더 극적이다. 서울로봇고등학교 교장으로 부임한 후 지난 2년, 우리 학교 앞마당 대모산에서 열린 '로봇인 등산대회' 날이면 어김없이 보슬비가 내렸다. 오락가락 내리는 보슬비 탓에 산행은 둘레길 산책에서 멈춰야 했고, 아쉬움은 체육관 레크리에이션으로 달래야 했다.
운명의 장난은 경품 추첨에서도 이어졌다. 2년 연속 가장 좋은 경품이 귀빈이 아닌 우리 학교 선생님의 손에 쥐어진 것이다. 주인장이 손님을 청해놓고 제일 맛있는 음식을 먼저 먹어버린 꼴이니, 지켜보는 교장의 마음은 민망함으로 가득했다. 올해는 제발 이 '기묘한 징크스'가 깨지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하지만 날씨와 상관없이 이 대회가 매년 기다려지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산(産)·학(學)·관(官)의 전문가들이 우리 교육의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그것이 우리 아이들의 '기회'로 연결되는 생생한 현장이기 때문이다. 부임 첫해, 행사 시작 전 미리 약속된 차담회가 있었다. 한국AI·로봇산업협회와 한국로봇융합연구원 임원진, 그리고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조규진 교수를 비롯한 학계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행사 전 학교의 첨단 로봇 실습장과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작품들을 세밀히 둘러보았다. 전문가들의 눈은 날카로웠다. 특히 조규진 교수는 고등학교 교육 수준에서 구현된 로봇의 완성도와 학생들의 기술 역량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어지는 차담회와 체육관의 레크리에이션 내내 로봇 교육의 현주소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비록 밖에는 보슬비가 내렸지만, 실내에서 오간 대화의 온도는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기분 좋은 도전
그날의 만남은 단순한 인사치레로 끝나지 않았다. 며칠 후 조 교수에게서 전화가 왔다. 서울대 학부생들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시제품 제작을 우리 학생들에게 맡겨볼 수 있겠느냐는 제안이었다. 대학생들의 고민을 고등학생들이 해결하는, 일종의 '기분 좋은 도전'이었다.
우리 학교 전문 동아리 학생들은 이 과제를 완벽하게 수행해냈고, 그해 11월 150여 명의 서울대 학부생 앞에서 자신들의 작품을 발표했다. 강단 위 당당한 제자들의 모습과 그들의 실력에 탄성을 내뱉는 대학생 형들의 표정을 지켜보던 순간, 내 어깨는 평소보다 한 뼘은 더 올라갔다.
이런 자부심은 산업 현장에서도 증명된다. 등산대회 때마다 회사 대표와 함께 찾아오는 졸업생들을 만난다. "교장 선생님, 이 친구 우리 회사 보물입니다." 대표의 극찬 곁에서 쑥스럽게 웃는 제자를 볼 때, 34년 차 교육자의 가슴에는 뭉클한 무엇인가가 차오른다. 자신이 배운 기술로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된 아이들을 보는 것, 그것만큼 스승에게 귀한 보상은 달리 없다.
이런 만남이 해마다 이어지는 것이 바로 '로봇인 등산대회'의 힘이다. 올해로 15주년을 맞이하는 이 행사는 국내 로봇 산업 종사자와 연구자들 간의 정보 교류 및 친목 도모를 위해 매년 4월 열리는 정례 행사다.
코로나19로 인해 한동안 멈췄으나, 내가 부임한 2024년 제13회 행사가 재개된 이후 올해로 15회를 맞았다. 지난해 제14회 대회에는 산업부 정책관과 로봇산업협회장 등 산·학·연·관 관계자 250여 명이 참가해 자리를 빛냈다.
특별히 올해 대회는 삼성전자가 신임 회장사로 선임된 이후 처음 개최되는 대규모 행사다. 최근 새롭게 합류한 AI 로봇 기업 등 신규 회원사들이 대거 참여할 예정이라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가 크다. 행사는 오는 4월 25일(토) 오전 10시, 서울로봇고에 집결해 대모산을 오르는 것으로 시작된다. AI·로봇 산업 관계자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선착순 250명을 모집한다.
나는 다시 한번 기도를 시작한다. 이번에는 제발 보슬비가 비켜 가기를, 그래서 맑은 햇살 아래 우리 선생님들과 산업의 역군들이 나란히 대모산을 오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우리 학교 선생님들께는 미리 양해를 구하고 싶다. "올해 경품은 우리 제자들을 보물처럼 아껴주시는 손님들께 양보합시다"라고 말이다. 설령 경품이 또 엇나간들 어떠랴. 제자가 사회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소식보다 더 값진 선물은 세상에 없을 테니 말이다.
박스제15회 로봇인 등산대회 참여 안내
일시: 2026년 4월 25일(토) 10:00 ~ 13:30
장소: 서울 강남구 일원동 대모산 일대 (서울로봇고 집결)
신청방법: 온라인 신청서 작성 (https://gle/x5584DEDJb4Jcia5A)
문의: 한국AI·로봇산업협회 행사 운영사무국 (02-6953-9478)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사 채택 후 개인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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