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다이나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이 구글의 인공지능(AI) '제미나이'를 탑재하면서 단순 명령 수행을 넘어 스스로 상황을 이해하고 임무를 수행하는 수준으로 진화했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14일(현지시각) 자사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제미나이가 적용된 스팟의 시연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스팟은 카메라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칠판에 적힌 할 일 목록을 스스로 확인·해석한 뒤 작업을 수행한다.
스팟은 현관 앞에 흩어진 신발을 정리하고, 빈 캔을 쓰레기통에 버리며, 바닥에 놓인 옷을 세탁 바구니에 담는 등 목록에 적힌 작업을 순차적으로 수행했다. 가구 아래 설치된 쥐덫의 상태를 점검하는 모습도 구현됐다. 이후 할 일 목록에 '강아지 산책'이 추가되자 스팟은 야외로 이동해 목줄을 잡고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동작까지 수행했다. 눈밭에서 공놀이를 시도하는 과정에서는 반려견과의 상호작용 장면도 연출됐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추가 영상에서 스팟이 산업 현장에서 수행하는 역할도 공개했다. 스팟은 바닥에 고인 물을 감지해 경고를 보내고, 게이지(Gauge)를 찾아 온도를 확인하라는 명령에 응답하는 등 현장 데이터를 해석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했다.
이번 성능 고도화는 구글과의 협업을 통해 이뤄졌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자사 로봇 소프트웨어 플랫폼 오르빗(Orbit)의 AI 기능인 '인공지능 시각점검 학습'(AIVI-Learning)과 구글의 로봇 전용 AI '제미나이 로보틱스 ER 1.6'(Gemini Robotics ER 1.6)을 통합했다고 밝혔다.
스팟이 할 일 목록을 확인하는 장면. /사진=현대차그룹
이에 따라 스팟은 단순 시각 인식 수준을 넘어, 환경을 이해하고 상황을 판단하며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기능을 갖추게 됐다. 센서를 통해 수집한 주변 정보를 제미나이가 분석·해석함으로써 복잡한 환경 인식과 작업 맥락 이해가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게이지 판독, 팔레트 수량 계측 등의 기능이 추가됐으며, 디지털 화면 판독을 포함한 시각 검사 정확도도 전반적으로 향상됐다. 이를 통해 점검 및 검사 업무의 효율성과 신뢰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무중단 업그레이드(Zero-Downtime Upgrades)를 통해 시스템을 중단하지 않고도 AI 모델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으며, 별도의 관리자 개입 없이도 검사 정확도를 점진적으로 높일 수 있도록 설계됐다.
AI 판단 과정의 투명성도 강화됐다. 사용자는 프롬프트를 통해 결과 도출 과정과 판단 근거를 확인할 수 있어, 산업 현장 적용 시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제미나이 로보틱스 기반 기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고객 데이터에 기반한 추가 학습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각 산업 현장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성능 개선이 이뤄질 예정이다.
업계에선 이번 협업이 로보틱스 분야에서 AI 활용 범위를 한층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지, 영상, 텍스트 정보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기능이 강화되면서 로봇의 산업적 활용 가치가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평가다.
마르코 다 실바 보스턴다이나믹스 스팟 제품개발 책임자는 "게이지 판독과 같은 신규 기능과 향상된 판단 능력을 통해 스팟이 작업 현장의 문제를 스스로 이해하고 대응하는 자율 로봇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1월 CES에서 'AI 로보틱스, 실험실을 넘어 삶으로'(Partnering Human Progress)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로보틱스 기술을 산업과 일상 전반으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글로벌 AI 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구글 딥마인드와의 전략적 협업을 통해 차세대 로봇 및 로봇 AI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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