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코딩 도구가 개발자의 일하는 방식을 바꿔놓은 것처럼 변호사의 서면 작성 방식도 같은 전환점을 맞고 있다. 깃허브 코파일럿과 클로드 코드가 수천 줄의 코드를 순식간에 초안으로 만들어내면서 개발자의 생산성 지형이 달라졌듯이,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법률 서면 작성도 AI가 가장 빠르게 파고들 수 있는 영역으로 꼽힌다.
복잡한 논리 구조를 정교하게 글로 풀어내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코딩과 서면 작성은 본질적으로 닮아 있기 때문이다. 법률 AI 도구 시장은 글로벌 빅테크와 리걸테크 스타트업이 동시에 뛰어들고 있는 격전지다. 하비(Harvey), 콘트랙트포드(Contractpodai) 등 해외 선두주자들이 대형 로펌을 중심으로 빠르게 침투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첫 번째 대형 베팅이 나왔다.
리걸테크 스타트업 멘타트(대표 김주수)가 11억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고 12일 밝혔다. 콜래보레이티브펀드 아시아가 리드 투자를 맡았으며 액셀러레이터 크립톤, 금융 AI 기업 어니스트AI가 함께 참여했다.
멘타트가 내세우는 핵심 수치는 서면 작성 시간 단축이다. 60명의 법률전문가가 참여한 비공개 베타테스트에서 서면 작성 시간이 최소 60%에서 최대 95%까지 줄어드는 효과가 확인됐다. 하루 수십 페이지의 서면을 소화해야 하는 변호사 입장에서 작업 시간이 절반 이상 단축된다는 것은 사건 처리 역량 자체를 바꾸는 변화다.
사진=회사제공
서비스는 두 가지 모드로 구성된다. 관련 자료를 업로드하는 것만으로 소장·답변서·준비서면 등의 초안을 자동 생성하는 'FSD(Full Self-Drafting)' 모드와, 변호사가 AI와 문단 단위로 협업하며 서면을 완성하는 'Co-pilot' 모드다. 완전 자동화와 반자동화 사이에서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구조다. 이르면 5월 말 정식 출시될 예정이며 개인·중소형 로펌을 위한 종량제 플랜과 대형 로펌·법무팀을 위한 엔터프라이즈 플랜 두 종류로 선보인다.
투자자들도 팀의 완성도를 높이 평가했다. 콜래보레이티브펀드 아시아 브라이언 장 대표는 "법률 시장에서 변호사 업무 효율화에 대한 수요는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실무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의 AI 도구는 아직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멘타트 팀은 법률 도메인에 대한 깊은 이해와 AI 제품 구현 역량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크립톤 최동은 이사도 "창업 초기임에도 두 모드를 모두 구현해낸 기술적 완성도와 창업팀의 실행력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회사명 멘타트는 SF 소설 '듄(Dune)'에서 가져왔다. 방대한 정보를 처리해 인간의 판단을 돕는 존재를 뜻한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로스쿨을 입학·중퇴한 뒤 금융 AI 스타트업 어니스트AI를 공동창업해 CSO·CRO를 역임한 김주수 대표는 법률과 AI 양쪽을 직접 경험한 인물이다.
김 대표는 "멘타트는 변호사의 법률 판단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자료 검토와 초안 작성의 무거운 짐을 함께 지면서 변호사가 본인이 가장 잘하는 일에 집중하도록 돕는 도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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