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생성편집 이미지=Gemini
국내 중소·벤처기업 10곳 중 6곳이 지난해 경영 과정에서 겪은 가장 큰 어려움으로 '자금조달'을 꼽았다. 또 응답 기업의 절반은 한국의 신산업 규제 부담이 미국·중국 등 주요국보다 크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착수·출시 지연과 매출 기회 상실로 이어지는 규제 비용이 벤처 생태계의 회복을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벤처기업협회는 14일 '벤처·스타트업 규제애로 및 정책수요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2월 국내 중소·벤처·스타트업 1055개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57.4%(복수응답)는 지난해 경영상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자금조달'을 꼽았다. 이어 '인력채용·유지'(40.6%), '기술 개발·사업화'(36.9%), '판로확보'(35.4%)도 힘들었다고 답했다. '돈·사람·기술'이라는 벤처기업의 3대 자원 모두에서 결핍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경영 애로 해소를 위해 필요한 정부 제도로는 '정책금융 확대'(49.6%)와 '연구개발(R&D) 및 사업화 지원'(47.3%)이 1·2순위에 올랐다. 응답 기업의 절반 가까이가 자금 공급 채널과 기술 상용화 지원이 동시에 강화돼야 한다고 본 것이다.
신산업 분야에 대한 규제 부담은 더욱 두드러졌다. 미국이나 중국 등 주요국과 비교한 한국의 신산업 규제 부담 정도에 대해 49.5%가 '규제 부담이 더 크다'고 답했다. '비슷하다'는 33.4%, '더 작다'는 17.2%에 그쳤다. 한국이 더 부담된다는 응답이 더 작다는 응답의 약 2.9배에 달하는 셈이다.
신산업 규제로 어려움을 느끼는 주된 원인으로는 '규제요건·기준이 과도·불합리'(17.3%)와 '인허가·심사 지연'(17.3%)이 공동 1위를 차지했고, '규제법령 공백·불명확'(16.5%)이 뒤를 이었다. 규제의 '합리성·적시성·명확성' 모두에서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이러한 규제는 실제 경영 성과로도 직결됐다. 신산업 규제로 인한 영향으로는 '사업 착수·출시 지연'(36.4%)이 가장 컸다. 이어 '매출 기회 상실'(31.8%), '인허가·인증 비용 증가'(30.2%), '자금 흐름 악화'(21.5%) 순이었다. 규제 부담이 사업 지연으로, 다시 매출 손실과 자금 흐름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가 확인된 것이다.
벤처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는 25.5%가 '투자·금융 등 자금조달 지원'을 꼽았다. '창업부터 성장, 재도전에 이르는 전 주기적 지원'(13.9%)과 'R&D 및 사업화 지원'(12.1%)이 뒤를 이었다. 경영 애로, 정부 지원 수요, 생태계 활성화 정책 등 세 가지 항목 모두에서 '자금'이 일관된 1순위 키워드로 등장했다.
다만 사업 전망 자체는 신중한 낙관세를 보였다. 응답자의 39.8%는 올해 사업 전망이 '좋을 것'이라고 답해 '나쁠 것'(20.9%)이라는 응답보다 18.9%포인트(p) 높았다. '전년과 비슷할 것'이라는 응답은 39.3%였다. 협회는 "전반적인 전망은 긍정적이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신중한 인식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고 해석했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신산업 분야에서 기존 산업 중심 규제 적용에 따른 제도적 괴리가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기업들이 현장에서 경험하는 규제 애로와 정책 수요를 파악해 정책 과제 도출 및 제도 개선 건의를 위한 기초 자료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벤처 4대 강국 도약 종합대책'의 후속 입법 논의와도 맞물려 정책적 무게감을 더할 전망이다. 정부는 법정기금과 퇴직연금의 벤처투자 참여 가이드라인을 올해 안에 마련할 계획이며, 모태펀드 운용 구조 개편과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통한 회수 시장 정상화도 추진 중이다. 송병준 벤처기업협회장이 신년사에서 '벤처금융 확장'과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규제 환경 조성'을 핵심 과제로 제시한 만큼, 이번 조사 결과가 협회의 정책 건의 활동에 직접 반영될 가능성도 크다.
업계에서는 자금·인력·규제라는 3중 병목을 동시에 풀지 못할 경우, 2026년 상반기로 평가되는 정책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응답 기업의 절반이 정책금융 확대를 요구한 것은 예산 규모 확대만이 아니라 현장 기업까지 실제로 도달하는 자금 공급 채널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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