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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버는 돈은 TSMC보다 많은데 외국인은 '팔자'?…SK하이닉스의 역설

'HBM 1등' 지위의 상징성을 고려할 때 업계에서는 '예전 같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미국 빅테크를 중심으로 특정 대형 고객사 의존도가 높은 구조라는 점도 변수다. AI 서버 투자 사이클이 꺾이거나 주요 고객의...

버는 돈은 TSMC보다 많은데 외국인은 '팔자'?…SK하이닉스의 역설

- SK하이닉스, 사상 최대 실적에도 엇갈린 시선

- AI 훈풍 혹은 2023년 악몽 재현?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SK하이닉스가 23일 창사 이래 최대 분기 실적을 공시했다. 2026년 1분기 연결 매출 52조 5763억원, 영업이익 37조 6103억원. 분기 영업이익률 72%로 지난해 4분기를 뛰어넘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98%, 영업이익은 405% 뛰었고 파운드리 1위 TSMC의 영업이익률을 두 분기 연속 앞질렀다. 그런데 같은 기간 외국인 투자자는 SK하이닉스를 팔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의 SK하이닉스 보유 수량은 지난해 12월 30일 3억9191만 5145주에서 지난 23일 기준 3억7855만1867주로 줄었다. 약 4개월 사이 1336만 주, 3.4%가 빠진 것이다. 사상 최대 실적 앞에서 외국인은 매도로 돌아섰다.

SK하이닉스 1분기 영업이익률 72%는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의 수치다. 파운드리 1위 TSMC는 같은 분기 58.1%, 지난해 연간 50.8%였다.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도 2026 회계연도 4분기(2025년 10월~2026년 1월) 영업이익률이 65.0%였다. 경쟁사 마이크론이 지난 2월 말 분기 기준 67.6%를 기록해 업계를 놀라게 했지만, SK하이닉스는 이를 다시 뛰어넘었다.

규모도 앞서간다. 블룸버그(Bloomberg)가 22일(현지 시각)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26년 연간 예상 순이익은 SK하이닉스 1150억 달러, TSMC 810억 달러다. 블룸버그는 "SK하이닉스가 TSMC를 이익 기준으로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재무 체력도 눈에 띄게 강해졌다. 1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54조3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9조4000억원 불어났다. 차입금은 19조3000억원으로 2조9000억원 줄었고, 순현금은 35조원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주식 시장에서 평가는 가혹한 수준이다. SK하이닉스를 포함한 메모리 제조사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6배 미만에 머물러 있다. 같은 시점 TSMC는 19배, 엔비디아는 22배다. 버는 돈은 더 많은데 TSMC의 3분의 1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받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차세대 AI 서버용 저전력 메모리 모듈 'SOCAMM2 192GB' 제품 모습. 사진=SK하이닉스 제공

◆ 파운드리와 메모리, 같은 반도체라도 다른 업종

격차의 배경에는 두 사업의 구조적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파운드리는 높은 밸류에이션을, 메모리는 낮은 밸류에이션을 받는다. 비즈니스 모델 차이에서 오는 이익 사이클 때문이다. 파운드리는 고객사(애플, 엔비디아 등)로부터 설계를 받아 주문받은 수량만큼만 생산한다. 재고 부담이 거의 없고 고객사와의 관계가 '락인(Lock-in)' 효과를 내면서 수익 가시성이 높다. 메모리는 표준화된 규격의 제품을 미리 만들어 쌓아두고 파는 범용품 구조다. 수요가 예측보다 낮으면 재고가 쌓이고 가격이 폭락하며, 수요가 높으면 가격이 급등하는 사이클에 노출된다.

진입장벽 성격도 다르다. 파운드리 선단 공정(3나노, 2나노 등)은 TSMC와 삼성전자 외에 대안이 없다. 천문학적 자본과 미세 공정 기술이 동시에 필요해 경제적 해자가 견고하다. 메모리는 SK하이닉스·삼성전자·마이크론 과점 구조지만 제품의 범용품 성격이 강해 기술 격차가 좁혀지면 가격 경쟁으로 이어질 위험이 상존한다. 투자 시장이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에 프리미엄을 얹어주는 만큼, 메모리는 구조적으로 낮은 멀티플을 부여받아왔다.

◆ 2년 전엔 7조원 적자의 기억

메모리 사이클의 진폭은 SK하이닉스의 재무제표가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불과 2년전 SK하이닉스는 2023년 연결 기준 매출 32조 7657억원에 영업손실 7조 7303억원을 냈다. 올해 1분기 한 분기 영업이익(37.6조원)만 해도 2024년 한 해 전체(23.5조원)를 뛰어넘는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47.2조원 기록도 이변이 없는 한 올 2분기 안에 깨질 전망이다. 2023년 적자는 당시 메모리 수요 침체와 재고 과잉이 겹친 결과이기는 하나 "호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선뜻 베팅하기 어려운 기억이 투자자에게 남아 있다. 메모리 주식에 낮은 PER이 붙는 현실적 이유다.

◆ "이번엔 다르다" vs "사이클은 살아있다"

AI 수요가 몰고 온 이번 호황을 두고 투자자들 사이에 관점이 갈린다. AI가 메모리를 '슈퍼사이클'에 올려놓아 사이클 패턴 자체가 바뀌었다는 시각이 한쪽, 메모리 특유의 변동성은 여전히 살아있다는 시각이 다른 쪽이다.

긍정론의 근거는 AI 고객사와의 장기 계약 구조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AI 데이터센터 및 클라우드 기업들은 중장기적인 메모리의 공급 안정성 확보를 위해 3~5년의 장기공급계약(LTA) 체결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이런 흐름은 메모리 가격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반도체 상승 사이클의 지속성을 강화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2분기 D램 계약 가격이 1분기 대비 약 60%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며 D램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봤다.

◆…지난 3월 SK하이닉스 전시 부스를 찾은 엔비디아 젠슨 황 CEO(가운데 왼쪽)와 SK그룹 최태원 회장(가운데 오른쪽). 사진=SK하이닉스 제공

글로벌 투자자들도 비슷한 논리를 편다. 라운드힐 인베스트먼트(Roundhill Investments)의 데이브 마짜(Dave Mazza) 최고경영자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메모리는 이제 AI 가속기 로드맵과 함께 설계되고 직접 연결되는 상품"이라며 "메모리 기업들이 점점 더 하이퍼스케일러와 장기 계약을 체결하고 있고 이는 이 사업의 사이클성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변화"라고 말했다.

다만 회의론도 존재한다. 폴라캐피탈(Polar Capital)의 요리 뇌데케르(Jorry Noeddekaer) 글로벌 신흥시장·아시아 부문장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어떤 의미에서는 메모리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왔다"면서도 "'메모리에 다시는 사이클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기에 아리엘 인베스트먼츠(Ariel Investments)의 크리스틴 필포츠(Christine Phillpotts) 매니저는 "이전 사이클에서는 수요가 약해질 때 공급이 먼저 앞서 나갔고, 그것이 지금도 우리가 매우 긴밀히 관찰하는 리스크"라고 말했다. 아퍼처 인베스터스(Aperture Investors)의 톰 털리(Tom Tully)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시장이 이번 수익이 지속될 것이라고 진짜로 믿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 장미빛 전망 속 리스크

사상 최대 실적 뒤에는 눈에 덜 띄는 불안 요인도 있다. HBM4(6세대) 공급 일정이다. SK하이닉스의 HBM4 공급은 2분기 이후로 밀렸다. 반면 경쟁자인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이미 출하를 시작했다. 'HBM 1등' 지위의 상징성을 고려할 때 업계에서는 '예전 같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미국 빅테크를 중심으로 특정 대형 고객사 의존도가 높은 구조라는 점도 변수다. AI 서버 투자 사이클이 꺾이거나 주요 고객의 주문 전략이 바뀌면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 외국인 매도의 의미

지난해 8월 말 이후 SK하이닉스 주가는 4배로 뛰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3배, TSMC는 77% 상승했다. SK하이닉스 상승 폭이 단연 컸다.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은 지난해 말부터 4월 23일까지 약 1336만 주, 3.4%가 빠져나갔다. 실적은 사상 최고를 향해 가고 있지만 일부 외국인 투자자는 차익 실현에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관건은 이번 호황이 2023년 같은 하강으로 다시 꺾일 것인가, 아니면 AI가 사이클 자체를 무너뜨릴 것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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