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씨 실종 104일만 한림읍서 백골화 진행중 발견
같은날 애월읍서도 실종 60대 시신, 신고 12일만
전날 조천읍 앞바다서 실종신고 이틀 70대 시신
이틀전 구좌읍서 백골화 60대 시신, 신고 20일만
장씨 실종 조작, 기록까지 지운 서부경찰서 경장
상습범 정황에 강제수사…담당 298건 전수조사
CCTV영상 자동삭제 무대책, 재신고 부실대응도
“가출 아니냐”며 성인 실종件 99% 한달내 종결
제주 서부경찰서 담당 경찰관이 장미란씨(37·여) 실종 사건을 ‘허위 종결’한 정황이 공론화(지난 18일)된 지 불과 며칠 만에 장씨를 포함해 실종자 추정 시신만 4구째 발견됐다. 경찰의 실종사건 부실처리·암장 사례가 잇따르면서, 불안·불신 여론이 확산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경찰 조직 쇄신뿐만 아니라 정부·정치권에 문제 해결 요구도 고조될 전망이다.
제주경찰청은 24일 오전 10시 46분쯤 제주시 한림읍에서 합동수색하던 장씨로 추정되는 시신을 찾았다. 실종 104일 만이다. 시신은 장씨가 지난 5월 12일 오후 10시 15분쯤 마지막으로 나선 장기투숙 숙소로부터 400여m, 5분 거리 남짓 떨어진 야자숲에서 발견됐다. 시신은 사망 후 상당한 시간이 흐른 듯 부패가 심하고 백골화까지 진행된 상태로 알려졌다.
시신과 함께 휴대전화 등 물품도 발견됐으며 옷가지는 장씨가 실종 당시 착용한 것과 동일했다. 다만 타살 혐의점, 시신 감식, 실제 사망 시기·장소 규명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초기 수사자료가 대부분 삭제됐고 수사공백이 길어 진상 확인이 난항에 빠졌다.
경찰이 24일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의 한 야자수농장에서 수개월 전 실종됐던 장미란씨 시신을 발견해 현장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씨와 함께 지냈던 연인은 지난 5월 15일 오후 6시 43분쯤 실종 신고했지만, 제주 서부서 경장 부모씨(30대)는 “연락이 닿았고 무사하다”, “실종자가 알리길 바라지 않는다”고 거짓말하고 2시간 반 만에 사건 종결해 수색이 중단됐다.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 장씨 관련 자료까지 삭제했다.
지난달 17일 장씨 연인이 다시 신고하려 했지만 기존 기록 때문에 접수 불발됐고, 이틀 뒤(19일) 장씨 사촌동생이 서울 노원경찰서에 재신고해 수색이 재개됐다. 이때 노원서의 담당 경찰관은 “다 큰 성인인데 그냥 가출한 거 아니냐”는 투로 대응했다고 한다.
늑장대응 와중 공공 CCTV 영상 상당수가 삭제됐다. 한동훈 무소속 국회의원이 전날 제주특별자치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림읍 일대 방범용 CCTV 111대, 교통정보수집용 카메라 7대 등 118대 의 CCTV 모두 장씨 실종 당시의 영상이 지워져 없었다. 한동훈 의원은 이날 “제주시민 실종 ‘연쇄적 암장 사건들’”이라며 국회에서 관계자들 책임을 묻기도 했다.
장씨가 실종된 지난 5월 12일부터 20일간 촬영된 분량은 6월 11~19일 삭제됐다. CCTV 영상 보존 시한 30일이 도래해 자동 삭제됐단 게 제주도청 설명이다. 서부서는 실종 추정일 98일 만이던 이달 19일에야 도청에 CCTV 영상 열람 요청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경찰청·정부 관계자를 상대로 장미란씨 실종을 비롯한 제주 실종사건 경찰 암장 논란과 관련한 질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전날(23일) 오후 3시 4분쯤 제주시 조천읍 신흥리 인근 해상에서 70대 추정 남성 A씨가 숨져 있는 모습을 낚시객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A씨는 불과 22일 제주 동부경찰서에 신고된 실종자로, 경찰은 사망 원인과 경위를 파악 중이다.
지난 22일에도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에서 60대 남성 C씨가 백골 상태로 발견됐는데, C씨는 지난달 2일 최초로 실종 신고됐었다고 한다. 그러나 장씨 사건과 같은 담당자 부 경장이 비슷한 수법으로 허위 종결처리했고 이달 21일 가족이 재신고해 수색이 진행돼 왔다.
또 이날 오전 9시 35분쯤 제주시 애월읍 무수천에서도 실종자로 신고된 60대 남성 B씨가 경찰 수색 과정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B씨 실종 신고는 지난 12일 제주 서부서에 접수돼 경찰이 예상 이동경로 등을 수색해왔다. 부 경장은 실종 신고 200여건을 대부분 단독으로 허위·셀프 종결한 정황이 불거져 약 1년 4개월 동안 처리한 실종사건 298건이 전수조사 대상이 됐다.
부 경장은 공전자기록 위작·행사, 위계에의한공무집행방해, 직무유기 등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랐으며 지난 22일 긴급체포됐으나 체포적부심을 청구했고 이날 제주지법이 긴급성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인용했다. 검찰이 이날 부 경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AI로 생성한 일러스트.
한편 경찰이 접수된 실종사건 절대다수를 단기간 종결한다는 정황도 제기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매년 7만건대 일반 성인 실종 신고를 받고 ‘가출인’으로 분류해 관리해왔다.
전국 가출인 실종 신고는 2022년 7만4936건, 2023년 7만4847건, 2024년 7만1854건, 2025년 7만814건, 올해 1~7월 4만1894건이 접수됐다. 작년 기준 접수 사건 48.1%가 1시간내 조사·수사 해제(종결)됐고, 24시간 내 89.4%, 일주일 이내 97.1%, 30일 이내 99.0% 해제됐다.
전국 시·도 경찰청 중에서도 이날 대구경찰청이 2024년 1월~올해 8월 관내에서 발생한 실종사건 1만3000여건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경기남부경찰청도 2024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관내에 접수됐던 실종 사건들을 전수 점검하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한기호 기자(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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