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약 8조원 규모 매물로 시장에 나왔다. 다양한 인수 후보군이 거론되는 가운데 우버·네이버 컨소시엄이 우아한형제들의 모회사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 의향을 타진하면서 인수전도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소규모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연매출 5조원대 기업으로 성장한 배민의 성장 과정과 그 이면의 성장통, 그리고 인수 성사 시 업계에 미칠 변화와 향후 청사진을 짚어본다.
<글 싣는 순서>
(上)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韓 스타트업 신화된 '배민'
(中) (가제) "청문회서 빠지면 '섭섭'"…배민, '1위의 저주'에 헐떡
(下) (가제) "거대 배달 커머스 탄생"…네이버 '녹색 배민 시대' 열리나
【 청년일보 】 음식 배달 중개 시장 선점과 퀵커머스 등 신사업 확장으로 성장세를 이어온 배민이 '탄탄대로'만 걸었던 것은 아니다.
배달 플랫폼 시장의 과반 이상을 점유한 최초 사업자인 배민은 이 과정에서 배달 중개 수수료·배달 기사(이하 라이더) 상생·독과점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다.
특히 배민은 매년 열리는 국정감사에 '필수 증인'으로 여겨질 만큼 정치권과 소비자들의 관심과 힐난을 동시에 받아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민은 배달 플랫폼 시장을 개척한 선두 업체로 사업 전개 과정에서 수많은 난관에 봉착하기도 했다"며 "대부분의 문제가 골목상권 혹은 플랫폼 노동자의 삶의 방식을 좌우할 만큼 거대한 파급력을 미쳤다는 점은 배민의 시장 내 존재감을 반증하기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의 적인가 혁신 선봉인가"…배민, 골목상권 '중대 변수' 부상
배민은 음식 배달 중개 서비스를 통해 발생하는 '중개 수수료'를 주요 수익원으로 삼고 있다. 음식 배달 주문 발생 시 소비자와 식당, 라이더를 연결해주고 이에 따른 일정한 수수료를 부과하는 게 수익 구조의 핵심이다.
이와 같은 수익 구조는 본질적으로 외식업을 영위하는 자영업자들과 필연적인 충돌을 야기하게 됐다.
배민은 지난 2015년 7월 '울트라콜', 2019년 5월 '오픈리스트' 등의 광고 상품을 론칭해 주력 수입원으로 활용했다. 특히 이 중 울트라콜은 골목상권과의 갈등을 심화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울트라콜은 배민에 월 8만8천원의 정액제 광고료를 지불하면 배민 앱 상단 광고에 노출되도록 하는 상품이었다. 이 상품은 본래 식당 인근 수km에 해당하는 지역에 노출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오픈리스트는 정률제 상품으로 주문이 성사될 때마다 6.8%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문제는 울트라콜 중복 구매에서 발생했다. 자영업자들은 경쟁 사업장 대비 우위를 점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이 상품을 구매했고, 심지어 실제 사업장과 소비자 간 상당한 거리 차이가 있음에도 앱에 광고가 우선적으로 노출되는 상황이 반복됐다.
배민은 이 과정에서 자영업자들의 울트라콜 중복 구매를 제지하거나 적극적으로 차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고, 정치권에서는 배민이 자영업자 간 무한 출혈 경쟁을 유도한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울트라콜 논란은 배민 핵심 경영진이 2020년부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와 청문회에 매년 '단골'로 소환되는 계기가 됐다. 결국 배민은 울트라콜을 지난해 4월 완전히 폐지했다.
그러나 배달 중개 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은 끊이지 않았다.
배민은 이후 2021년 6월 단건배달 서비스인 '배민1'을 출시하는 한편, 2023년 4월 알뜰배달(무료배달)을 도입하며 배달 중개 수수료 체계를 개편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건당 배달 중개 수수료를 기존 6.8%에서 9.8%까지 인상하며 자영업자들의 큰 반발을 샀다.
당시 자영업자들은 배달 플랫폼의 무료 배달 경쟁 부담을 수수료 인상을 통해 점주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고, 관련 갈등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외에도 배민은 최혜대우 요구·불공정 약관·소액주문 강요 등의 물의를 일으키며 지난해까지 청문회에서 여야로부터 강한 질타를 받았다. 특히 같은 시기 김범석 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부터는 '수익성' 중심의 사업 모델을 지나치게 추구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 자영업자 단체 관계자는 "배민이 등장한 이후 자영업자들은 고객들에게 배달 서비스를 조금 더 용이하게 제공할 수 있었지만, 그에 대한 반대 급부가 지나치게 컸다"며 "수입의 절반 이상을 수수료로 지출하는 사례가 적잖이 발생할 만큼 상황의 심각성은 배가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배민은 이와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함께 병행하고 있다. 배민은 지난해 2월 상생협의체 합의를 바탕으로 차등 수수료 기반의 '상생 요금제'를 도입했고, 지난해 하반기에는 정치권과의 합의에 따라 소액 주문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다.
◆"플랫폼 노동의 민낯"…배민·라이더 갈등 현재진행형
배민의 성장과 함께 배달 중개 서비스가 확산됨에 따라 실제로 음식을 가게에서 픽업해 고객에게 배달해주는 라이더에 대한 수요도 급증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플랫폼 종사자 약 88만명 중 라이더는 약 49만명에 달한다. 이는 파악 가능한 전체 플랫폼 종사자의 55.7%에 육박하는 수치다.
라이더가 증가함에 따라 그에 따른 열악한 플랫폼 종사자의 노동권 문제 역시 부각되기 시작했다. 특히 일방적인 약관 변경과 수수료 체계 개편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일례로 2024년 배민은 B마트 배달 수행 시 라이더가 수령하는 기본 운임에 관한 수수료를 일률적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당시 배민은 기존 B마트 운임 체계인 '바로배달(한집배달)'에 더해 '구간배달(알뜰배달)'을 도입하며 라이더들의 반발을 샀다.
바로배달은 라이더가 배달 한 건당 기본배달료(서울 기준 3천원)에 더해 거리 할증을 더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구간배달은 한 건당 기본배달료(서울 기준 2천200원)에 더해 거리 할증을 더하는 방식은 동일하다. 다만 앞선 사례처럼 라이더가 동일한 세 건의 배달을 수행할 경우 각 배달 종착지의 중복되는 거리에 해당하는 거리 할증을 받을 수 없다는 차이점이 있다.
당시 노조 측에서는 개편 이후 라이더의 실질 수입이 30% 이상 감소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해 2월에는 '배달료 체계 통합개편'을 발표하며 일방적인 약관 변경에 따른 수수료 논쟁에 또다시 불을 지폈다.
당시 배민은 바로배달과 구간배달을 하나의 체계로 통합하며 실질적인 라이더 수입을 증대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노조 측은 실질적 운임이 감소하는 한편 거리 할증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조삼모사식 개편'이라며 반발했다.
올해에는 DH의 배달 시스템 '로드러너' 도입과 해당 시스템 내 스케줄제를 둘러싼 갈등도 불거졌다. 스케줄제는 회사 측이 지정한 스케줄에 맞춰 미리 근무를 예약해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당시에는 배민이 스케줄제를 통해 라이더에 대한 '실질적 사용자' 역할을 강화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결국 배민은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와의 합의에 따라 올해 4월 스케줄제 도입을 철회했다.
전문가들은 배민이 업계 1위 사업자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사회적·산업적 갈등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일부 현안에 대한 미흡한 대응이 현재까지도 이해관계자 간 갈등을 지속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배민은 국내 배달 플랫폼 시장을 사실상 새롭게 구축한 사업자인 만큼 성장 과정에서 수수료 체계, 시장 지배력, 라이더 노동환경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와 충돌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며 "특히 플랫폼 산업 특성상 이용자·점주·라이더 등 이해관계자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단순 가격 정책 하나만으로도 사회적 논란이 확대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시장 지배력이 커질수록 플랫폼 기업에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 수준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일부 논란에서 배민이 충분한 소통과 사전 조율보다는 사후 대응 중심의 모습을 보였다는 점은 향후 기업 이미지와 규제 리스크 측면에서 부담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능통한 한 학계 인사는 "배민은 단순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넘어 자영업 생태계와 플랫폼 노동 구조 자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사회 인프라 수준의 플랫폼으로 성장했다"며 "그만큼 기업 의사결정이 시장 전체에 미치는 파급력도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결국 플랫폼 기업은 혁신성과 성장성만으로 평가받던 초기 단계를 넘어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까지 함께 요구받는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며 "배민 역시 향후에는 단순 시장 점유율 확대보다 점주·라이더·소비자와의 지속 가능한 관계 구축이 장기 경쟁력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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